지난해 11월 메가TV(QOOK TV)가 실시간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브로드앤TV(하나 TV)와 myLGtv가 올해 1월 실시간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본격적인 IPTV 시대가 문을 열었다. 방송인지 통신인지 정의하기도 어려웠던 IPTV의 법제화가 국회에서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 2007년 말. 그 이후, 방송 분야 진입의 장벽을 낮춘 것에 대한 케이블 협회의 반발과 공중파 실시간 서비스 계약에서 벌어진 공중파 3사와의 불협화음 등 IPTV는 언제나 방송 미디어 분야의 이슈 메이커였다. 하지만 대체 왜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위원회로 합쳐졌는지에 대해서도 아리송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방송통신융합 환경에서 IPTV가 어떤 이유로 기대와 비판을 받는지는 아직도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그들을 위해 방송통신융합이란 커다란 배경 안에서 IPTV를 위한 지형도를 그려보았다. 큰 그림에서 놓친 디테일을 위해 IPTV 업체의 목소리와 실제 IPTV 시청에 유익한 실용 가이드를 준비했고, 지형도 바깥의 세상도 함께 볼 수 있도록 미국식 뉴미디어 시청 방식에 대한 리포팅도 마련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새롭게 등장한 KT의 가정 내 IT 통합 브랜드 QOOK의 광고 문구는 현재의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전화, 인터넷 전화, 그리고 IPTV는 같은 집 안에 모여 있는, 하나가 밖으로 나가 따로 취급되는 것이 ‘외도’가 되는 일종의 패밀리다. 그들은 동일하진 않지만 같은 개념 안에 포함될 수 있는 가족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통합 브랜드인 SK브로드밴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통합 브랜드의 등장은 방송통신융합 환경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어떻게 보느냐’ 보다 ‘무엇을 보느냐’의 세상개념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전혀 다른 분야였던 방송과 통신이 동일한 영역으로 취급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통합된 것은 이 두 가지 모두 수신과 송신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방송법은 방송에 대해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고 이를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중에게 송신하는 것’이라고, 통신법은 통신을 ‘전자적 방식에 의해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TV로 을 보는 것과 인터넷 매신저로 친구와 에피소드에 대해 수다를 떠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지만 기술적 메커니즘은 유사하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전송수단으로 삼는 IPTV는 이러한 두 개 유사 영역 사이에서 태어난 컨버전스 플랫폼이다. 웹과 방송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IPTV는 방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았다.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는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는 Pre-IPTV 시절부터 대표적인 서비스였고, 지난해 3월 메가 TV가 GS TV 카탈로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홈쇼핑 채널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즉 T-커머스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2007년 말 IPTV 특별법을 통해 상용화의 발판을 마련했던 IPTV는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확산되지 않았다. 지난해 초 각 80만 명 초반이었던 메가 TV와 브로드앤 TV의 가입자 수는 현재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 모든 것은 “아직 ‘IPTV가 괜찮다더라, 봐야지’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SK브로드밴드 관계자의 말대로 IPTV가 새 시대의 플랫폼으로서 시청자의 눈을 끌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IPTV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차별화를 둔 서비스였다. 하지만 소비자 불만의 대부분이 “(실시간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봐야하는데 왜 없느냐”는 식의 콘텐츠 부족에 대한 것이라는 SK브로드밴드 측의 말처럼 시청자들은 ‘무엇을’ 보느냐에 더 관심이 많다. “실시간 서비스 이전 메가TV와 브로드앤TV의 가입자가 각 80만 명 수준이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케이블 TV 가입을 유지하면서 IPTV에 가입했기 때문에 케이블 TV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케이블 협회 측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메가 TV는 지난해 11월부터, 브로드앤 TV는 올해 1월부터 공중파 실시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후에서야 IPTV는 1500만여 명이 가입한 케이블 TV와 동일한 영역에서 시장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콘텐츠 확보에 있어 IPTV와 케이블 TV의 격차는 큰 편이다. QOOK TV가 케이블 대표 MPP(복수 채널 사업자)인 온미디어와 계약해 OCN과 온스타일, 수퍼액션, 온게임넷 같은 채널을 실시간으로 제공하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케이블의 MBC ESPN 같은 스포츠 전문 채널이나 tvN 같은 오락 전문 채널은 아직 IPTV에서 찾아볼 수 없다. 비록 꾸준히 늘어가고 있지만 IPTV 사업자의 실시간 서비스 가입자는 QOOK TV가 15만, 브로드앤 TV가 1만 9천, myLGtv가 5만 명 수준이다. 게다가 이미 210만여 명이 가입된 디지털 케이블 TV에서 VOD와 T-커머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IPTV만의 차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을 보여주느냐’에선 부족하고, ‘어떻게 보여주느냐’에선 아직 차별화되지 않는 상황. IPTV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해서 송출할 직접사용채널이 있을 때 제대로 된 콘텐츠 경쟁을 할 수 있을 거라 주장하지만 케이블 협회는 “IPTV가 전국 사업권을 요구할 때 직접사용채널을 만들지 않겠다는 조건이었다”며 원칙적으로 IPTV의 직접사용 채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IPTV가 플랫폼 경쟁에서 제시할 카드가 다 떨어진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IPTV에겐 같은 집에 사는 패밀리가 있다. 여기서부터 플랫폼 경쟁은 철저히 시장의 문제가 된다.시장의 약자이자 강자인 IPTV,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정부 주도의 방송통신융합 환경은 단순히 방송과 통신의 개념을 묶은 것에 그치지 않고 두 개 영역이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올해 1월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은 초고속 인터넷과 IPTV, 인터넷 전화로 구성된 결합상품 브로드앤올을 출시했고, 올해 안에 브로드앤올과 이동통신 서비스가 결합된 온 가족 결합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KT도 QOOK 브랜드 런칭과 함께 모든 IPTV를 포함한 모든 유선 서비스가 결합된 QOOK 세트와 유무선 통합 상품인 QOOK&SHOW를 출시했고, 최근 LG파워콤이 출시한 100Mbps 급의 초고속 인터넷 Xpeed 100의 경우 myLGtv와의 결합상품으로 가입하면 10%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결합상품은 그 자체로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상품이지만 무엇보다 IPTV를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끼워 판매할 경우 2000만 명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와 4600만 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IPTV의 잠재적 시청자로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니, 반대로 IPTV라는 옵션이 이들 거대 통신사의 통신 시장 확장에 도움을 준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 현재 방송통신융합 시장의 사정이다. 방송 미디어 분야에서 신생매체 IPTV는 약자일지 모르지만 융합 시장에서 IPTV 사업자는 거대한 강자인 것이다. 이 역설적 구조를 알아야 방송 분야로만 보면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있는 케이블 TV 측이 이동통신 사업에 진입하기 위한 망 임대료(이동통신사업을 위해 배정받는 주파수의 가격) 규제를 요구하며 “공정한 게임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볼 멘 소리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IPTV 지원 의지를 볼 때 IPTV는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게 맞다. 올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교육 강화를 위해 ‘맞춤형 IPTV 교육서비스’를 교육과학기술부와 추진해 학교에서의 IPTV 보급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학교에 이미 개설되어 있는 케이블 망으로도 현재 IPTV가 제공하는 수준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케이블 협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더 주목해야 할 건 공정하냐 공정하지 못하냐보다 IPTV가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양방향 교육 서비스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단정적으로 말해 현재의 IPTV는, 그리고 방송통신융합이라는 개념은 시장의 판도는 바꾸어놓았을망정 TV 보기의 패러다임은 바꾸지 못했다. QOOK TV는 ‘내가 만드는 드라마’가 가능하다는 것을 IPTV의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IPTV용으로 제작됐던 드라마는 지난 해 11월 방영한 한 편 뿐이었고 그나마도 시청자가 스토리에 직접 관여하는 수준이 아닌, 드라마 속 법의학 용어나 소품을 확인하는 수준의 인터랙티브 서비스였다. 케이블을 비롯한 경쟁 업체는 정부와 통신사가 IPTV를 마치 마술 상자처럼 부풀려 홍보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말 문제는 충분히 마술 상자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IPTV가 가능성을 가능성으로만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단순히 스포츠와 오락 콘텐츠, 혹은 직접사용채널을 확보해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IPTV와 관련한 모든 논의는 너무 시장성에 매몰되어 있다. 이제 그 바깥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차별화를 두던 초기의 지점으로 다시 돌아올 필요가 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새롭게 등장한 KT의 가정 내 IT 통합 브랜드 QOOK의 광고 문구는 현재의 방송통신융합 환경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전화, 인터넷 전화, 그리고 IPTV는 같은 집 안에 모여 있는, 하나가 밖으로 나가 따로 취급되는 것이 ‘외도’가 되는 일종의 패밀리다. 그들은 동일하진 않지만 같은 개념 안에 포함될 수 있는 가족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통합 브랜드인 SK브로드밴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통합 브랜드의 등장은 방송통신융합 환경을 가장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어떻게 보느냐’ 보다 ‘무엇을 보느냐’의 세상개념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전혀 다른 분야였던 방송과 통신이 동일한 영역으로 취급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의해 통합된 것은 이 두 가지 모두 수신과 송신이라는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방송법은 방송에 대해 ‘방송프로그램을 기획·편성 또는 제작하고 이를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중에게 송신하는 것’이라고, 통신법은 통신을 ‘전자적 방식에 의해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TV로 을 보는 것과 인터넷 매신저로 친구와 에피소드에 대해 수다를 떠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지만 기술적 메커니즘은 유사하다. 초고속 인터넷망을 전송수단으로 삼는 IPTV는 이러한 두 개 유사 영역 사이에서 태어난 컨버전스 플랫폼이다. 웹과 방송이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IPTV는 방송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았다.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는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는 Pre-IPTV 시절부터 대표적인 서비스였고, 지난해 3월 메가 TV가 GS TV 카탈로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홈쇼핑 채널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즉 T-커머스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2007년 말 IPTV 특별법을 통해 상용화의 발판을 마련했던 IPTV는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확산되지 않았다. 지난해 초 각 80만 명 초반이었던 메가 TV와 브로드앤 TV의 가입자 수는 현재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 모든 것은 “아직 ‘IPTV가 괜찮다더라, 봐야지’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는 SK브로드밴드 관계자의 말대로 IPTV가 새 시대의 플랫폼으로서 시청자의 눈을 끌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IPTV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차별화를 둔 서비스였다. 하지만 소비자 불만의 대부분이 “(실시간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를 봐야하는데 왜 없느냐”는 식의 콘텐츠 부족에 대한 것이라는 SK브로드밴드 측의 말처럼 시청자들은 ‘무엇을’ 보느냐에 더 관심이 많다. “실시간 서비스 이전 메가TV와 브로드앤TV의 가입자가 각 80만 명 수준이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케이블 TV 가입을 유지하면서 IPTV에 가입했기 때문에 케이블 TV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케이블 협회 측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때문에 메가 TV는 지난해 11월부터, 브로드앤 TV는 올해 1월부터 공중파 실시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이후에서야 IPTV는 1500만여 명이 가입한 케이블 TV와 동일한 영역에서 시장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콘텐츠 확보에 있어 IPTV와 케이블 TV의 격차는 큰 편이다. QOOK TV가 케이블 대표 MPP(복수 채널 사업자)인 온미디어와 계약해 OCN과 온스타일, 수퍼액션, 온게임넷 같은 채널을 실시간으로 제공하지만 딱 거기까지일 뿐, 케이블의 MBC ESPN 같은 스포츠 전문 채널이나 tvN 같은 오락 전문 채널은 아직 IPTV에서 찾아볼 수 없다. 비록 꾸준히 늘어가고 있지만 IPTV 사업자의 실시간 서비스 가입자는 QOOK TV가 15만, 브로드앤 TV가 1만 9천, myLGtv가 5만 명 수준이다. 게다가 이미 210만여 명이 가입된 디지털 케이블 TV에서 VOD와 T-커머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IPTV만의 차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무엇을 보여주느냐’에선 부족하고, ‘어떻게 보여주느냐’에선 아직 차별화되지 않는 상황. IPTV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해서 송출할 직접사용채널이 있을 때 제대로 된 콘텐츠 경쟁을 할 수 있을 거라 주장하지만 케이블 협회는 “IPTV가 전국 사업권을 요구할 때 직접사용채널을 만들지 않겠다는 조건이었다”며 원칙적으로 IPTV의 직접사용 채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IPTV가 플랫폼 경쟁에서 제시할 카드가 다 떨어진 것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IPTV에겐 같은 집에 사는 패밀리가 있다. 여기서부터 플랫폼 경쟁은 철저히 시장의 문제가 된다.시장의 약자이자 강자인 IPTV,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정부 주도의 방송통신융합 환경은 단순히 방송과 통신의 개념을 묶은 것에 그치지 않고 두 개 영역이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올해 1월 SK브로드밴드와 SK텔레콤은 초고속 인터넷과 IPTV, 인터넷 전화로 구성된 결합상품 브로드앤올을 출시했고, 올해 안에 브로드앤올과 이동통신 서비스가 결합된 온 가족 결합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KT도 QOOK 브랜드 런칭과 함께 모든 IPTV를 포함한 모든 유선 서비스가 결합된 QOOK 세트와 유무선 통합 상품인 QOOK&SHOW를 출시했고, 최근 LG파워콤이 출시한 100Mbps 급의 초고속 인터넷 Xpeed 100의 경우 myLGtv와의 결합상품으로 가입하면 10%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결합상품은 그 자체로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상품이지만 무엇보다 IPTV를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으로 끼워 판매할 경우 2000만 명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와 4600만 명의 이동통신 가입자를 IPTV의 잠재적 시청자로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니, 반대로 IPTV라는 옵션이 이들 거대 통신사의 통신 시장 확장에 도움을 준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 현재 방송통신융합 시장의 사정이다. 방송 미디어 분야에서 신생매체 IPTV는 약자일지 모르지만 융합 시장에서 IPTV 사업자는 거대한 강자인 것이다. 이 역설적 구조를 알아야 방송 분야로만 보면 좀 더 유리한 입장에 있는 케이블 TV 측이 이동통신 사업에 진입하기 위한 망 임대료(이동통신사업을 위해 배정받는 주파수의 가격) 규제를 요구하며 “공정한 게임이 가능하게 해달라”고 볼 멘 소리를 내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정부의 IPTV 지원 의지를 볼 때 IPTV는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게 맞다. 올해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공교육 강화를 위해 ‘맞춤형 IPTV 교육서비스’를 교육과학기술부와 추진해 학교에서의 IPTV 보급을 활성화하고 있지만 학교에 이미 개설되어 있는 케이블 망으로도 현재 IPTV가 제공하는 수준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케이블 협회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 사례에서 더 주목해야 할 건 공정하냐 공정하지 못하냐보다 IPTV가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양방향 교육 서비스를 아직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단정적으로 말해 현재의 IPTV는, 그리고 방송통신융합이라는 개념은 시장의 판도는 바꾸어놓았을망정 TV 보기의 패러다임은 바꾸지 못했다. QOOK TV는 ‘내가 만드는 드라마’가 가능하다는 것을 IPTV의 장점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로 IPTV용으로 제작됐던 드라마는 지난 해 11월 방영한 한 편 뿐이었고 그나마도 시청자가 스토리에 직접 관여하는 수준이 아닌, 드라마 속 법의학 용어나 소품을 확인하는 수준의 인터랙티브 서비스였다. 케이블을 비롯한 경쟁 업체는 정부와 통신사가 IPTV를 마치 마술 상자처럼 부풀려 홍보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말 문제는 충분히 마술 상자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IPTV가 가능성을 가능성으로만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단순히 스포츠와 오락 콘텐츠, 혹은 직접사용채널을 확보해 가입자 수를 늘리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재 IPTV와 관련한 모든 논의는 너무 시장성에 매몰되어 있다. 이제 그 바깥으로, ‘어떻게’ 보느냐에 차별화를 두던 초기의 지점으로 다시 돌아올 필요가 있다.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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