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피플’이라는 단어가 마치 신인류를 표현하는 말처럼 자주 쓰이는 세상이지만 온스타일 (이하 )는 패션의 ‘ㅍ’ 조차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지닌 열 네 명의 신인 디자이너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은 세 명의 후보가 파이널 컬렉션을 여는 무대, 그동안 에서 보여주었던 다소 경직된 진행을 MBC ‘프로젝트 런어웨이’ 편에서의 재치로 만회한 이소라가 등장해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고…”라는 예의 멘트를 시작하자 관객들은 곧바로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합니다.”라며 받아친다.

과로와 수면부족으로 탈진해 이 날 구급차로 실려 갔다 돌아온 디자이너 최혜정이 세 명 중 제일 먼저 무대에 오른다. “이런 날이 올 줄은 꿈속에서만 상상했거든요.”라며 감격으로 목소리가 떨리지만 가족을 소개하는 데 이어 “남친도 와 주셨어요.”라는 애교 있는 덧붙임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진 약 4분 남짓의 시간, 오브제풍의 인형 옷 같은 의상들이 지나간 다음은 어려 보이지만 자기 세계가 뚜렷한 디자이너 이우경의 무대다. 역시 눈물을 글썽이다 목이 메어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면서도 ‘Let them speak’, 즉 옷들이 자신을 대신해서 이야기한다는 주제를 열심히 설명하는 이우경을 격려하기 위해 환호를 보내는 것은 무대 맨 앞에 앉아 있던 의 탈락자 동료들. 특히 9회에서 아쉽게 탈락했던 디자이너 정재웅은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일일이 담느라 바쁘다. 마지막 세 번째로 등장한 것은 차분한 태도와 안정된 디자인으로 꾸준한 지지를 받았던 디자이너 남용섭, ‘에코에 대한 해석’이라는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해 잎을 모티브로 모든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설명한 그의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이 실린다. “30년 동안 꿈으로 생각했던 자리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제 꿈이 시작됩니다.”

오늘 현장의 한 마디 : “이거는, 경쟁이 아니에요!”

파이널 컬렉션이 끝난 뒤 세 명의 디자이너와 가진 짧은 인터뷰 시간, 태어나서 이렇게 안 자고 일했던 건 처음이라는 디자이너 최혜정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처음 열 네 명이 있었을 땐 무언의 경쟁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셋이 남으니까, 일단 끝까지 마쳐서 셋 다 뭔가를 보여주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오히려 저 혼자 있었으면 이 악 물고 밤새고 못 했을지도 모르는데, 내가 작업을 못하고 있으면 다른 두 사람이 격려하고 도와주는 거예요” 그리고 격앙된 목소리로 진심을 담아 덧붙이는 한 마디, “이거는, 경쟁이 아니에요!”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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