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자 신문에 실린 박노자 씨의 칼럼 제목은 ‘가난뱅이는 죽어도 싸다?’였다. 포털의 메인 화면에서 발견한 이 문장에 저절로 손이 갔던 건 더없이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에 낚여서였다. 그리고 막 마지막 회 시청을 끝낸 의 여운이 아직 몸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2분기 니혼TV에서 방송된 는 10%에 조금 미치지 못 하는 평균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주연을 맡은 마츠야마 켄이치가 일본 현지에서 주목 받는 젊은 연기파 배우인데도 국내 일드 팬들 사이에선 그다지 화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를 과 함께 이번 분기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다.
는 가마고리 후타로(마츠야마 켄이치)라는 한 남자의 처절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그는 결코 길지 않은 일생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싸움에 임하지만 결국 패배하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싸웠던 대상은 바로 ‘돈’이었기 때문이다. 는 1970년부터 1971년까지 연재된 조지 아키야마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제목의 ‘제니게바’는 돈을 뜻하는 일본어 ‘제니(銭)’와 무장 투쟁을 의미하는 독일어 ‘Gewalt’를 합성한 조어로 작품 속에서는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는 평범한 한 어린 아이가 어떻게 ‘제니게바’ 즉,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괴물로 변해가는지 보여준다.
더 이상 신이 두렵지 않게 된 소년후타로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었다. 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는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죽었다. 아버지라는 작자는 술주정뱅이에다 가끔 집에 올 때면 돈을 내놓으라며 어머니와 후타로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 때문에 후타로는 왼쪽 눈을 실명했고 사람들이 그를 꺼리게 만드는 큰 흉터까지 얻었다. 후타로는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가난뱅이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가르치는 어머니가 있어 괜찮았다. 하지만 바로 그 돈 때문에 어머니를 잃게 된 뒤, 후타로는 변했다. 어머니는 가난해도 정직하게 열심히 살면 행복해 질 거라고 했다. 신이 보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어머니는 죽었고 후타로는 더 이상 신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어른이 된 후타로는 파견 사원으로 여러 공장을 전전하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우연히 어린 시절 자신과 어머니의 마음에 상처를 준 미쿠니 미도리(미무라)와 재회하게 된다. 후타로는 미도리와 그녀의 여동생 아카네(키나미 하루카)를 이용해 그녀들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인 미쿠니 조선을 손에 넣고자 한다. 물론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에 가난한 노동자 계급, 게다가 얼굴의 상처 때문인지 어딘가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후타로를 미쿠니 사장이 신뢰할 리 없었다. 하지만 후타로와 마찬가지로 얼굴에 커다란 멍 자국이 있고 몸이 불편한 탓에 사람들을 꺼리며 살아 온 아카네는 자신 속의 어둠을 알아 주는 후타로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그렇게 아카네를 이용해 미쿠니 가문에 입성한 후타로는 그녀와 결혼해 입지를 굳히려 한다.
정말 사람이 돈보다 우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물론 쉽지 않다. 후타로를 의심하는 미도리의 친구(타나카 케이), 어린 시절 후타로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 사건을 뒤쫓는 형사(미야가와 다이스케),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부모 행세를 하려 드는 아버지(시이나 킷페이)까지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미쿠니 가문의 사위가 되어 종국에는 미쿠니 조선의 손에 넣고자 하는 후타로에게 ‘돈’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 그것이 주위 사람들을 속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살인에까지 이른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는 ‘부자가 되어서 꼭 행복해지리라’고 다짐했던 어린 소년이 어떻게 파멸되어 가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를 통해 ‘그래, 역시 돈이 전부가 아니야. 돈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고 마음이야’라는 틀에 박힌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말 언제나 사람이 돈보다 우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돈이 사람을 조종하고 조롱하는 이 세상에서 말이다.
나 역시 88만원 세대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한 사람이기에 가 던지는 이 물음이 무겁고 아프게 느껴졌다. 특히 후타로가 꿈꾸었지만 결코 손에 쥐지 못했던 행복들과 그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절망의 구렁텅이가 대비되는 마지막 회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무거운 주제와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때문에 가볍게 보기 힘든 작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마지막 회, 그리고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그리고 20대 초반의 나이가 무색한 마츠야마 켄이치의 열연과 70년대의 작품을 현대에 되살려 낸 오카다 요시카즈 작가의 세련되진 않지만 우직한 각색도 훌륭하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는 가마고리 후타로(마츠야마 켄이치)라는 한 남자의 처절한 싸움을 그린 드라마다. 그는 결코 길지 않은 일생 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싸움에 임하지만 결국 패배하고 만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싸웠던 대상은 바로 ‘돈’이었기 때문이다. 는 1970년부터 1971년까지 연재된 조지 아키야마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제목의 ‘제니게바’는 돈을 뜻하는 일본어 ‘제니(銭)’와 무장 투쟁을 의미하는 독일어 ‘Gewalt’를 합성한 조어로 작품 속에서는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는 평범한 한 어린 아이가 어떻게 ‘제니게바’ 즉,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괴물로 변해가는지 보여준다.
더 이상 신이 두렵지 않게 된 소년후타로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었다. 병을 앓고 있던 어머니는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죽었다. 아버지라는 작자는 술주정뱅이에다 가끔 집에 올 때면 돈을 내놓으라며 어머니와 후타로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그 때문에 후타로는 왼쪽 눈을 실명했고 사람들이 그를 꺼리게 만드는 큰 흉터까지 얻었다. 후타로는 급식비를 내지 못하고 가난뱅이라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했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가르치는 어머니가 있어 괜찮았다. 하지만 바로 그 돈 때문에 어머니를 잃게 된 뒤, 후타로는 변했다. 어머니는 가난해도 정직하게 열심히 살면 행복해 질 거라고 했다. 신이 보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어머니는 죽었고 후타로는 더 이상 신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어른이 된 후타로는 파견 사원으로 여러 공장을 전전하면서도 악착같이 돈을 모으며 살아왔다. 그리고 우연히 어린 시절 자신과 어머니의 마음에 상처를 준 미쿠니 미도리(미무라)와 재회하게 된다. 후타로는 미도리와 그녀의 여동생 아카네(키나미 하루카)를 이용해 그녀들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인 미쿠니 조선을 손에 넣고자 한다. 물론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에 가난한 노동자 계급, 게다가 얼굴의 상처 때문인지 어딘가 기분 나쁜 분위기를 풍기는 후타로를 미쿠니 사장이 신뢰할 리 없었다. 하지만 후타로와 마찬가지로 얼굴에 커다란 멍 자국이 있고 몸이 불편한 탓에 사람들을 꺼리며 살아 온 아카네는 자신 속의 어둠을 알아 주는 후타로에게 마음을 뺏기게 된다. 그렇게 아카네를 이용해 미쿠니 가문에 입성한 후타로는 그녀와 결혼해 입지를 굳히려 한다.
정말 사람이 돈보다 우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물론 쉽지 않다. 후타로를 의심하는 미도리의 친구(타나카 케이), 어린 시절 후타로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살인 사건을 뒤쫓는 형사(미야가와 다이스케), 그리고 갑자기 나타나 부모 행세를 하려 드는 아버지(시이나 킷페이)까지 그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미쿠니 가문의 사위가 되어 종국에는 미쿠니 조선의 손에 넣고자 하는 후타로에게 ‘돈’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 그것이 주위 사람들을 속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살인에까지 이른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는 ‘부자가 되어서 꼭 행복해지리라’고 다짐했던 어린 소년이 어떻게 파멸되어 가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이를 통해 ‘그래, 역시 돈이 전부가 아니야. 돈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고 마음이야’라는 틀에 박힌 교훈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말 언제나 사람이 돈보다 우선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돈이 사람을 조종하고 조롱하는 이 세상에서 말이다.
나 역시 88만원 세대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한 사람이기에 가 던지는 이 물음이 무겁고 아프게 느껴졌다. 특히 후타로가 꿈꾸었지만 결코 손에 쥐지 못했던 행복들과 그가 제 발로 걸어 들어간 절망의 구렁텅이가 대비되는 마지막 회를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무거운 주제와 시종일관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때문에 가볍게 보기 힘든 작품인 것은 사실이지만 를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마지막 회, 그리고 마지막 장면 때문이다. 그리고 20대 초반의 나이가 무색한 마츠야마 켄이치의 열연과 70년대의 작품을 현대에 되살려 낸 오카다 요시카즈 작가의 세련되진 않지만 우직한 각색도 훌륭하다.
글. 김희주 (칼럼니스트)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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