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은 라디오 스타를 해치지 않아요” MBC 의 ‘무릎 팍 도사’에 권상우가 출연했을 때, 제작진은 이런 자막으로 ‘라디오 스타’ 팬들을 안심시켰다. ‘무릎 팍 도사’의 게스트에 따라 방영분량이 줄어들거나, 심지어는 불방되기도 하는 ‘라디오 스타’의 처지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안에서, ‘라디오 스타’는 그렇게 ‘무릎 팍 도사’의 눈치를 보는 2인자다. 하지만 네 명의 2인자들이 모여 만든 이 2인자 쇼는 어느새 1인자도 넘보지 못할 그들만의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라디오 스타’는 팬들이 독립 요구를 할 만큼 ‘무릎 팍 도사’와 더불어 지금 가장 인기 있는 토크쇼 중 하나일 뿐만 아니라, ‘라디오 스타’의 출연자들이 그대로 출연한 MBC 와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라디오 스타’같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들의 토크와 유사한 토크쇼들도 생겨나고 있다. 언제나 1등은 하지는 않지만 허허실실 ‘2등의 땅’을 넓혀 나가는 ‘라디오 스타’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마치 주식회사를 연상시키는 ‘라디오 스타’의 성공방식과 지금의 ‘라디오 스타’를 만든 기념비적인 순간들, 늘 자신이 ‘메인’이라고 주장하는 ‘라디오 스타’ 출연자들과 그들의 경쟁자, 혹은 조력자들의 인사고과표를 공개한다. 그리고 윤종신의 인터뷰가 준비 돼 있다.

MBC 의 ‘라디오스타’에는 메인 MC가 없다. 토크의 주제도, 이렇다 할 특급 게스트도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이 토크쇼는 의 1인자인 ‘무릎 팍 도사’의 눈치도 본다. ‘무릎 팍 도사’가 권상우라도 초대하면, ‘라디오스타’는 “무릎 팍도 좋지만 라디오스타를 해치지 않아요”라는 자막을 봐야 불방의 공포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이 이상한 토크쇼는 어느새 한국 토크쇼의 새로운 대세가 됐다. ‘라디오스타’의 윤종신, 김국진, 김구라, 신정환은 MBC 와 MBC 등에 그대로 진출했고, 그들 각자는 ‘1.5인자’라 할 수 있을 만큼 예능계에서 주목받는 블루칩들이다. 또한 김태원과 성대현은 ‘라디오 스타’를 계기로 예능계에 입성했고, ‘1990년대의 흘러간 스타들’이나 ‘예능 기대주’ 등 연예인들을 특징에 따라 분류하는 ‘라디오 스타’식 토크는 이제 다른 토크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에서 집주인의 눈치를 보는 셋방살이 신세지만, 집 바깥에서 남부럽지 않은 영역을 확보했다. 마치 주식회사처럼, ‘라디오 스타’는 끊임없이 자신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탄생시키고, 그들의 ‘영업사원’인 네 DJ를 파견한다.

‘뒷담화’식 공격 토크 만개하다때론 메인 코너의 상황에 따라 ‘5분 방영’의 굴욕을 당하는 이 토크쇼가 오히려 프로그램 바깥에서 거둔 기이한 성공사는 MBC 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그랬듯 ‘라디오 스타’도 ‘1인자가 못되는 자’들의 집단이었고, 공중파 예능프로그램 안의 ‘마이너’를 자처했다. 그러나 의 출연자들이 성공 이후 그들 각자의 캐릭터를 갖고 다른 프로그램에 진출한 것과 달리, ‘라디오 스타’는 네 DJ가 만들어낸 포맷에 방점이 찍힌다. ‘무릎 팍 도사’가 게스트를 ‘명예의 전당’에 올리면, ‘라디오 스타’는 김장훈의 말대로 게스트를 ‘병풍’으로 만든다. ‘무릎 팍 도사’에서 박진영은 미국 진출 과정을 이야기하며 ‘한류의 개척자’가 된다. 하지만 ‘라디오스타’는 박진영의 토크마다 “그건 에서 한 말이구요”라며 놀려댄다. ‘무릎 팍 도사’는 토크가 산만해지면 ‘산’으로 간다며 강호동을 놀리지만, ‘라디오 스타’의 주인공은 바로 그 ‘산’으로 가는 동안 나오는 온갖 가십과 루머와 잡담들이다. ‘라디오 스타’에 고영욱, 성대현, 신동욱이 출연했을 때, 정작 가장 웃긴 에피소드는 ‘신정환이 맞은 이야기 시리즈’였다.

게스트와 MC를 가리지 않고, 토크의 흐름에 상관없이 무자비하게 내쏟는 ‘라디오 스타’는 기존의 집단 토크쇼와 다른 방식의 재미를 창조한다. 다른 집단 토크쇼가 게스트에게 ‘앗 나의 실수’류의 에피소드를 말하도록 하는 동안, ‘라디오스타’는 대중이 그들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실토하도록 만든다. 신정환의 방송 중 욕설은 그가 욕을 했던 KBS 가 아닌 ‘라디오 스타’에서 화제가 되고, 에픽하이의 미쓰라 진과 가수 민경훈은 서로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말해야 했다. ‘라디오 스타’는 게스트의 말을 기다리는 대신, 인터넷 연예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다름없는 이야기들을 그들 코 앞에 들이민다. ‘라디오 스타’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형식을 표방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본질은 가장 적나라한 연예 가십 매거진이다. 그리고 그 소문과 잡담들이 30여분동안 쌓이는 사이, 이 가십 매거진은 언론에서도 쉽게 보여주지 못했던 ‘이 바닥’의 지형들을 보여준다. 고영욱과 신동욱을 한물간 연예인으로 못 박으면서 흘러간 1990년대 스타 집단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붐을 10년째 유망주라 놀리며 공중파 버라이어티쇼에 진입하고픈 연예인들의 마음을 보여준다. ‘라디오 스타’가 전문적인 음악 이야기 없이도 음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은 이들 특유의 토크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김태원은 부활 시절 이승철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놓고, 소녀시대의 수영은 자신보다 주목받는 멤버에 대해 한 때 질투도 했었다고 말한다. 산만한 잡담 속에 1980년대 록부터 2000년대 아이돌의 팬들이 궁금해 할 ‘음악 이야기’들을 통해 음악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킨다.

굴욕과 놀림의 매커니즘에서 탄생한 DJ들 그리고 수혜자들이 과정에서 ‘라디오 스타’는 ‘무릎 팍 도사’와는 정 반대의 방식으로 연예인의 어떤 본질을 보여준다. ‘무릎 팍 도사’는 게스트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그들의 이슈를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결국 그들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부각시킨다. 하지만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연예인들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돈 되는 일이 중요하고, 구설수에 오르면 지극히 위축된다. ‘라디오 스타’는 그 광경들을 통해 연예인들도 대중과 같은 ‘사람’이라는 걸 보여준다. 붐이든 김구라든, 마음에 들든 그렇지 않든, 그들도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다. 그 사실이 평범한 사람들의 술자리 잡담 같은 ‘라디오 스타’의 토크를 통해 드러나는 순간, ‘라디오 스타’의 출연자들은 시청자에게 그들 모습 그대로 이해될 수 있는 여지를 가진다. 구설수에 시달리던 붐은 코너 내내 “제가 경솔했습니다”를 반복하며 자신의 문제들을 오히려 캐릭터화 시켰고, 소녀시대의 제시카는 개그맨 임혁필 닮았다는 굴욕을 당하면서 보다 친근한 이미지를 얻는다.

물론, 이 그렇고 그런 토크의 가장 큰 수혜자는 네 DJ다. ‘라디오 스타’의 초반에 네 DJ가 그들끼리 싸운 것은 쇼의 틀이 잡히지 않아서였지만, 그래야 ‘라디오 스타’의 토크가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서로에 관한 온갖 구설수를 들춘 뒤에야, 게스트도 같은 방법으로 공격할 수 있다. 남들처럼 약점 많은 연예인들이 게스트를 그들의 세계로 끌어들이면서, 그들은 그것을 기대한 대중들에게 인정 았다. 김구라는 과거의 원죄를 끊임없이 공격당했기 때문에 오히려 대놓고 연예인들의 스캔들을 물어볼 수 있는 캐릭터가 됐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새 ‘라디오 스타’라는 브랜드로 묶여 어느 토크쇼에서든 그들 특유의 잡담을 늘어놓는다. ‘라디오 스타’가 와 등으로, 또는 ‘라디오 스타’와 비슷한 분위기의 토크 프로그램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네 사람이 만들어낸 ‘주인공 없고, 주제없고, 배려없는’ 토크가 한국 토크쇼의 새로운 틀로 자리 잡는 과정이다. 의 ‘명랑한 회고전’은 ‘라디오 스타’의 토크에 이경규 같은 패널과 최양락부터 유희열에 이르는 게스트를 끌어들여 보다 적나라하게 한 사람의 인생을 드러낸다. 는 ‘라디오 스타’식 잡담으로 풀어내는 음악 이야기다.

주식회사 ‘라디오 스타’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1인자’ 없이, 네 사람의 ‘2인자’와 이들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여운혁CP의 협업이 만들어낸 그들의 영업방식은 끊임없이 계열사를 늘리고, 새로운 직원들을 고용하며, 경쟁 업체에도 그들의 방식을 전파한다. 이 회사에는 분명한 주인도,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계열사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모인 결과는 ‘1인자’들이 이끄는 회사 못지않을 뿐만 아니라, 강호동과 유재석은 가질 수 없는 그들만의 시장이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1인자’의 위치 때문에 할 수 없는 ‘깐죽거리고 찧고 까불고 비난하는’ 토크의 어떤 영역을 ‘라디오 스타’가 개발했다. 그들은 유재석 만큼 높은 출연료를 받기는 힘들지만, CF에서마저 광고주에게 “이거 사기 아냐?”라며 비난할 수 있다.

물론, ‘라디오 스타’의 ‘영업방침’은 종종 한국 오락 프로그램의 어떤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김구라는 씨야의 남규리에게 공연 중 노출사건을 물어보다 그를 울렸다. 또한 ‘라디오 스타’의 핵심 없는 토크는 에 출연하는 숫기 없는 뮤지션들이 적응하기 어렵다. ‘라디오 스타’의 MC들은 최근 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대중과 똑같은 눈높이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는 ‘라디오 스타’의 토크는 그만큼 자유롭지만, 때론 그 ‘뒷담화’의 당사자를 상처 입힐 수 있다. ‘라디오 스타’가 한 때의 유행에 그칠지, 처럼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낸 존재가 될지는 이 선을 얼마나 잘 조절하며 그들의 영역을 얼마나 확장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라디오 스타’의 영업사원들은 1인자 못지않은 2인자들의 연합으로, 메인보다 더 재밌는 주변부의 잡담만으로 대기업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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