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낯을 가리는 편이니 대답이 짧아도 이해해주세요.’ 신혜성이 SBS 생방송을 마치고 인터뷰 장소로 오는 동안, 먼저 도착한 소속사 관계자는 미리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많은 것을 이야기했다. 최근 활동 중인 곡 ‘왜 전화했어…’가 수록된 새 앨범에 대해, 솔로 가수로서의 자의식에 대해, 화목한 아이돌 그룹의 조건 등에 대해. 그만큼 이 11년차 아이돌의 안에는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도 숨길 수 없을 만큼 경험과 생각이 가득 채워진 건 아닐까. 아이돌 그룹에서 춤 못 춰 구박받던 멤버에서 필수적인 메인 보컬로, 그리고 이제는 앨범 만듦새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쓰는 3집 가수가 된 그와의 대화가 예상보다 길어진 건 그 때문일 것이다.

“우리 팬들은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라 세심하게 챙겨준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여름 나온 3집의 사이드Ⅱ다. 사이드Ⅰ을 할 때 이미 이런 콘셉트가 나온 건가.
신혜성: 그렇다. 나는 앞으로 공연을 계속 해야 하는데 2시간을 발라드 레퍼토리로 채우기엔 힘드니까 신나는 곡이나 분위기를 띄우는 곡에 대한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3집을 내기 전 회의를 하면서 1, 2집이 거의 발라드니까 3집에서는 색다른 곡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다보니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어 한 앨범에 넣기가 힘들었다. 그러면 아예 반을 나눠서 하나는 발라드 아닌 앨범을 해보자 해서 나온 게 지난해 여름의 고, 나머지 곡을 모은 발라드 앨범이 이번 다. 사실 시간을 두고 나와서 그렇지 일종의 더블앨범이다. 요즘처럼 앨범 자체를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나.
신혜성: 요즘 나오는 게 다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앨범인데,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안타깝긴 하다. 예전엔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가 새 앨범을 내면 그날을 기다렸다가 타이틀곡에 상관없이 사고, 그 열 곡 넘는 걸 다 들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나도 그 세대이다 보니 그런 게 익숙해졌는데 요즘엔 앨범을 내도 많이 안 나가는 상황이라 싱글을 내는 것 같다. 앨범이 안 나가면 타이틀곡 외에 거기 쏟아 부었던 곡들이 다 묻히니까 그럴 바엔 타이틀곡만 하자는 생각인 거지. 그래서 듣는 분들도 앨범을 차분히 듣는 것보단 싱글 한 곡 듣는데 익숙해지는 것 같고. 그런 게 조금 안타깝다. 그래서 앨범 하나를 만들면 마지막 트랙까지 많은 분들이 들어주는 데 보람을 느끼며 전 곡에 신경을 쓴다. 사실 앨범을 만들려면 제작비도 만만치 않은데 웬만하면 CD 재킷이나 모든 면에서 수익은 조금 포기하더라도 좀 더 고급스럽게 만들고 싶었다.

앨범이라는 완성물을 고집하는 건가.
신혜성: 그런 건 아니다. 나도 디지털 싱글을 낼 수 있다. 다만 아직 3집 밖에 안 낸 가수로서 좀 더 정규앨범에 대한 욕심을 내는 거겠지.

이번 앨범을 보면 타이틀곡인 ‘왜 전화했어…’도 좋지만 앨범 전체를 들을 필요가 있는 앨범 같다. 중간의 짧은 연주소품인 ‘Keep leaves part2’가 없었다면 ‘사랑병’과 ‘Love letter’ 사이의 감정적 거리가 더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신혜성: 곡 순서를 정해 앨범을 구성하는 것에도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다. 몇 명이 되던 내 앨범을 다 들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쭉 들었을 때 지루하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Keep leaves part1’이나 ‘Keep leaves part2’ 같은 인트로나 인터루드도 분위기를 맞춰서 결정했다. ‘몇 명이 되던’이 아니라 선주문만 4만 장인 걸로 안다.(웃음) 아까 말한 것처럼 앨범이 매장에 깔리면 팬은 그걸 기다렸다 사는 방식의 소통 방식을 고수하는데, 팬들 역시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신혜성: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우리 팬들은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라 십대들 보다는 좀 더 체계적으로 세심하게 챙겨주는 기분이 든다. 앨범 낼 땐 우선 내가 추구하고 지켜가는 것을 위해 만들지만, 한편으론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다. 내가 사실 노래하는 것 외에 활동을 많이 안하고, 앨범 내고 다음 앨범 내는 사이에는 얼굴을 자주 못 보여드리니까 그런 거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앨범으로 보상하고 싶다.

“노래 외에 다른 분야엔 아직은 욕심이 안 생긴다”

다분히 가수라는 입장에서만의 소통방식이다.
신혜성: 사실 나와 달리 여러 가지 겸업하는 분들이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다만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고 잘 하는 걸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다른 분야는 죽어도 안한다는 건 아니지만 많이 부족하니까 준비도 해야 할 것 같고, 무엇보다 아직은 욕심이 안 생기니까. 하면 잘 할 것 같아서 사람들이 그런 걸 바라는 것 아닐까?
신혜성: 내가? 사실 내가 전진보단 유머감각이 훨씬…(웃음) 언젠가는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이승철 선배나 신승훈 형처럼 쭉 노래만 할 수도 있고. 아직까진 노래만 할 가능성이 많은 것 같다.

그런 선배들의 태도를 동경하는 건가?
신혜성: 정말 존경하고, 내 목표다. 물론 그 선배님들도 한창 때는 어디 가면 난리가 났고, 나도 그런 걸 경험했기 때문에 그런 식의 인기에 대한 갈망은 없다. 그보다는 내가 앨범을 냈을 때 ‘신혜성 앨범은 일단 사면 당연히 좋을 거야’ 라는 믿음을 주는 게 목표다.

데뷔 11년차 가수인데 그 오랜 시간 동안 범위를 확장하는 사람이 있고 하나의 지점을 깊게 파는 사람이 있는데 후자인 것 같다.
신혜성: 그냥 노래만 파고 있는 게 맞다. 다만 그런 게 있다. 그 11년을 온전히 내 시간이라 말하긴 어렵다. 신화 초반의 몇 년은 빼야 할 것 같다. 정말 뭣도 모르고 했으니까. 경력이 생기고 조금씩 음악에 대해 알아가며 방송이든 음악이든 조금씩 우리의 의견을 제시하고 우리 색깔을 뽑아내기 시작한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어찌 보면 내가 11년차지만 한 우물을 판다기 보단 아직도 조금씩 배워 나가고 깨우쳐 나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신화 시절엔 언제 즈음 하고 싶은 음악에 대한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건가.
신혜성: 정확하게 얘기하긴 어렵지만,.. 4집이나 5집 정도? 1집 땐 정말 몰랐지. ‘이 곡이 너네 타이틀곡이고, 이걸 어떻게 할 거다’고 들었을 때 마음에 들건 안 들건 어필해서 바꿀 수 있는 위치가 안됐으니까. 6집 ‘너의 결혼식’ 같은 경우는 다른 곡이 타이틀곡이었는데 그 노래보단 다른 스타일을 하고 싶다고 최초로 다 같이 어필을 했다. 물론 (유)영진이 형이 만든 게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가 다른 음악 스타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거였고 오히려 영진이 형은 더 좋아하시더라. 어쨌든 그 때로선 대단한 용기였다.

스타일리스트_박지영, 이가영 / 헤어_유성
자켓_제너럴 아이디어 by 범석 / 스타일리스트 제작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정리. 최지은 (five@10asia.co.kr)
정리.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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