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좀 연예인처럼 굴어야겠다고 느낀 적은 없나.

이민기: 당연히 연예인이니까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핸드폰 카메라나 동영상 하나에 무너질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 생각은 그렇게 하는데 신경은 잘 쓰지 않는다. 만약 내가 술 먹고 내 친구랑 주먹다짐하고 욕했는데 누가 동영상 찍어 올리면 네티즌들은 ‘착한 척 하더니, 어리바리한 척 하더니’ 어쩌고저쩌고 할 수 있다. 수많은 연예인들이 그런 일 터지면 나와서 울고 해명하고 사죄드린다고 하는데 나는 ‘예, 죄송합니다. 제가 친구랑 싸웠는데 그걸 누가 찍었네요. 아, 안 그래도 친구 아버지한테 전화 와서 혼나고 사과드렸습니다. 그래도 친구랑 화해했고요, 이제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순수한 이미지요? 그건 작품 속에서 그런 거고 제가 친구 앞에서까지 어리바리할 필요는 없잖아요’라고 할 거 같다.

“친구들과 노는 걸 너무 좋아해서 연애를 못한다”
하하하. 너무 솔직한 거 아닌가. 그런 성격에 비해 아직 뉴스에서 터진 건 없는 것 같다.

이민기: 그러게. 실수 굉장히 많이 했는데 아직 그런 게 없네.

실수? 무슨 실수를 한 건가.이민기: 사건 사고가 되게 많았다. 진짜 남이랑 다툰 적도 되게 많고, 흥분할 때도 있고. 구체적인 건 못 밝히겠다. 기사 보고 사람들이 ‘아, 걔가 이민기였구나’ 하면 안 되니까. 아니면 나 혼자 기분 좋아서 친구들이 모는 차 뚜껑에 매달려서 도로를 달린 적도 있고. 그래서 차 보닛에 ‘기스’ 다 났다. 그래도 그런 건 찍히면 나쁜 건 아니지 않나? 아, 팬들이 싫어하겠구나. 떨어지면 다치는 거니까.

친구들과 노는 걸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이민기: 그래서 연애를 못한다. 이건 진짜다. 고등학교 땐 포장마차 주인이 꿈이었다고 들었는데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편인가.

이민기: 정말 좋아했는데 몇 년 전부턴 조금 귀찮아지기도 했다. 일을 하면서 알게 되는 좋은 사람이 너무 많아지는 거다. 그 좋은 사람들을 보고 싶을 때 다 보려면 내 일을 아무 것도 못 한다. 그래서 우선은 어떤 일을 할 때 만나는 사람들에 집중하게 되는 거고. 그럴 때 괜히 내가 얕은 사람 같기도 하지만 그냥 그런 게 억지로 인맥관리 하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거 같다. 그러다 오랜만에 보면 반갑고, ‘우리 그 때 좋았는데 다시 그럴 때가 오겠지’ 하는 거고.

“연기를 놨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고 보면 스스로 연예인 티는 안 내도 연예계에서 제법 오래, 그것도 다양한 작업을 하며 보냈다. 모델로 시작해서 연기를 하고, 이젠 프리템포와의 작업으로 뮤지션도 되고.

이민기: 뮤지션은 좀 다른 게 연기는 되게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지만 음악은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한창 연기 활동할 땐데 킨, 콜드플레이, 막시밀리언 해커, 악틱 몽키즈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에 완전 흠뻑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당장은 드라마랑 영화해야 하니까 뒤로 미뤄뒀었다. 그런데 준비하며 노래 연습하다가 기회가 돼서 프리템포 작업에 보컬 피처링까지 맡게 된 거고. 음악을 좋아하고 노래를 잘 부른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그런 기회가 오는 건 아니다.

이민기: 물론 연기든, 음악이든 기회가 만들어질 때마다 굉장히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난 그 정도는 누구나 당연히 하는 노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내가 된 이유는 뭔가. 그냥 운이 좋은 걸까. 우선 오디션을 보게 해준 사람이 있을 거고, 감독님이나 작가 선생님이 우리 매니저를 보고 ‘쟨 좋은 매니저니까 쟤가 데려온 애는 잘 할 거야’라고 믿어줘서 가능한 건 아닐까. 내가 운이 좋아서라고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일 뒤에는 다른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자의식이 강한 것도 아니고 이젠 뮤지션으로서의 작업도 할 수 있는데 스스로의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나.

이민기: 연기자다. 그 쪽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애정도 가장 많은 일인가.

이민기: 애정이라… 그렇지 않을까? 살면서 했던 일 중 가장 오래 한 일이니까.

연기 커리어가 쌓일수록 그걸 놓기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

이민기: 그보단 연기를 놨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더 정확하다. 몸을 움직이면 먹고는 살겠지만 그 문제는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음악 좀 열심히 해야겠다. 보험이 될 수도 있겠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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