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질문도 안하고 계속 받아 적으시는 기자분들이 제일 무서워요. 하하.” 날카로운 인터뷰로 유명한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도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던 것 같다. MBC (이하 )을 진행하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MBC 라디오 브론즈 마우스 수상을 기념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신중한 언어를 구사하며 답했다. 브론즈 마우스는 MBC에서 라디오 진행경력 10년 이상에 한 프로그램을 5년 동안 계속 진행한 진행자에게 주어지는 상. 특히 손석희 교수의 브론즈 마우스 수상은 손석희 교수가 을 통해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중 한 명으로 자리를 굳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연자의 숨소리까지 그대로 방송한다”는 의 정신을 반영해 손석희 교수와의 일문 일답을 최대한 가감없이 공개한다.

브론즈 마우스를 수상한 소감은.
손석희 : 라디오는 22년 전에 처음 입문했었다. 그 때 찍은 사진이 아직도 있는데… 8년에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한 걸 2년 가불해줘서 브론즈 마우스를 받았다. 이 쉬운 프로그램은 아니다. 첨예한 이슈들을 소화한다는 것이 늘 쉽지 않다. 때론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도 든다. 혼자 해낸 것이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의 PD들은 1년 정도 하면 교체된다. 하면 다 골병 들어 나가기 때문에. (웃음) 그만큼 제작진들 고생이 많다. 이런 프로그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MBC 라디오의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의 원칙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간다는 것이다” 새벽에 생방송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없나.
손석희 : 섭외는 늘 골치거리다. 때로는 방송하기 직전 인터뷰를 취소하는 분도 있다. 다른 시사 프로그램과 경쟁하다 보니 어떤 정치인은 동시에 전화 인터뷰를 연결해서 두 방송사에 답변을 하다 답변이 엇갈린 경우도 있었고. (웃음)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청취자의 요구를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한다. 이슈마다 청취자들은 ‘더 나가라’라고도, ‘그만 해라’라고도 한다. 요구사항을 다 수용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조화하는 것이 고민이다.

을 진행하며 가장 소화하기 어려웠던 이슈는.
손석희 : 황우석 박사 사건이었다. 그 때 MBC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진위 여부를 가릴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었다. 그때 황우석 박사가 인터뷰를 거절해서 의 한학수 PD와 최승호 PD만 인터뷰 했는데, 인터뷰 뒤에 팀에서 서운해 했던 것 같다. 사안에 대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을 공격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반대로 황우석 박사는 그렇게 인터뷰 할 수 없었고. 그래서 한동안 그 이슈를 다루지 못하다 직접 코멘트 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 원칙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게 시사 프로그램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진행자로서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어떤 자리에서든 발언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신경써야 한다. 부담스럽진 않나.
손석희 : 느끼지 않는다. 혼자 떠들면 되니까. (웃음) 전에 미국에 있을 때 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적이 있다. 그 때 한 시민 단체의 간부를 만났었는데, 전직 라디오 방송 기자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왜 기자를 그만뒀는지 물어보니 라디오 기자는 자신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안이라도 공정성을 위해 양쪽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그게 스트레스였다고 하더라. 그래서 ‘You’re wrong’이라고 소리 칠 수 있는 시민단체에 들어갔다는 거다. 언론인의 팔자가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20여 년 동안 운명으로 받아들인 사람들 아닌가. 개인적인 감상보다 직업윤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모습은 어떤가. 냉정하고 날카로울 것 같다는 인상이 있는데.
손석희 : 의 이미지가 겹쳐 있어서인지 사석에서도 내가 무슨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지금 하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웃음) 하지만 나는 내가 감성적인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의 ‘미니인터뷰’도 감성적이라고 생각하고. ‘미니인터뷰’와 ‘60초 풍경’을 진행할 때가 실제 내 모습에 가깝다. ‘미니인터뷰’에서 99세가 된 할머니가 하모니카를 불어주셨던 적이 있는데, 그 분의 100세 생신에는 다시 연결을 해서 내가 하모니카를 불어드리고 싶다.

(의 한재희PD에게) 진행자로서 손석희의 장단점은.
한재희 PD : 균형감각이 좋고, 이슈의 핵심을 짚어낸다. 생방송인데 시간 계산도 정확하다. 특히 은 고위급 인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들과 인터뷰할 때 전혀 눌리지 않는다. 단점은 ‘미니인터뷰’에서 가끔 딱딱한 느낌을 줄 때가 있다. 그럴 때가 좀 아쉽다. (웃음)
손석희 : 딱딱한 인터뷰를 하다 감성적인 인터뷰를 할 때 감정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사람을 타는 편이다.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어려울 때가 있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는 사회적으로 소외됐던 사람이 맡아야” 좋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조건이 있다면.
손석희 : 개인적인 생각인데,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는 사회적으로 소외됐던 사람이 맡는 게 좋은 것 같다. 물론 엘리트 과정을 거쳐 오신 분들도 그 나름의 고민이 있고, 그 분들의 어려움을 폄하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다만 시사 프로그램은 다양한 계층의 아픔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는 소외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좀 더 좋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김미화 씨는 어떻게 평가하나.
손석희 : 을 아주 좋아한다. 청취자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 같은 사람을 인터뷰해도 에서 인터뷰할 때와는 딴판인 경우도 있더라 (웃음) 시사 프로그램이 저렇게 부드러울 수 있나하는 생각도 들고. 좋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의 기준에 합치하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나테이너’라고도 불리는 아나운서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손석희 : 아나운서와 엔터테이너 중 어느 쪽이 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다른 역할을 맡을 수도 있지만, 결국 자신의 개성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 그리고, 아나운서는 틀을 유지하고, 엔터테이너는 틀을 깨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틀을 유지하는 게 일이라면 그 틀을 가져가면서 활동해야 하지 않을까. MBC 아나운서로 방송을 진행할 때와 퇴사 후 진행하는 것의 차이가 있나.
손석희 : MBC에게 고마운 것 중 하나가 그만 뒀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해준다는 거다. 계속 MBC에서 일하는 것 같다.

을 떠나면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진행은 계속 할 건가.
손석희 : 그건 와전된 거다. 음악 평론가 임진모 씨와 인터뷰하면서 예전에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으니까 음악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싶다고 한 건데 어느 신문에서 “손석희, 시사 프로그램 떠날 듯”이라고 기사를 내더라. (웃음) 방송사에서 날 음악 프로그램으로 보낼 거 같지는 않다. 본업을 떠날 수는 없지 않겠나.

가장 인터뷰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는.
손석희 : 전에도 말했지만 경제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상황인데, 대기업 CEO 들은 인터뷰하기 어렵다. 그리고 보통 일반 분들과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데, 눈이 내리는 상황에서 인터뷰를 한 역무원과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그래서 그 역에서 방송을 진행하자는 기획도 있었는데, 그 곳에 차가 들어가지 못해 무산된 적이 있다.“수요일 밤에는 ‘무릎 팍 도사’는 꼭 보고 잔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동안인데 (웃음)
손석희 : 선천적으로 술을 못 마신다. 담배도 5년 전까지는 많이 피웠는데, 한 번 위병이 나고서는 끊었고. 운동은 잘 안 한다. 걷기는 열심히 하고, 스케이트와 등산을 하기는 하지만, 안할 때도 많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피부가 하얀 편이라 동안이라고 생각되는 거지, 사실 자세히 보면 늙었다. (웃음)

‘무릎 팍 도사’에 출연할 생각은 없나.
손석희 : 마지막에 춤을 춰야 해서 못 나간다. (웃음) 몸치라서.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부분들도 있고, 가릴 건 가려야 하지 않을까. 내가 안 나가도 ‘무릎 팍 도사’는 충분히 재미있다. 수요일 밤에는 ‘무릎 팍 도사’는 꼭 보고 잔다. (웃음)

앞으로 에서 다루고 싶은 이슈가 있다면.
손석희 : 아까 청취자들과의 만남에서 청취자들이 20대의 취업문제만 다룰 것이 아니라 40-50대의 실직 문제도 다뤄달라는 요청을 했다. 요즘 갑작스럽게 직장을 관둬야 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지 않은가. 그들의 문제를 다루고 싶다.

요즘은 인터넷의 게시판이나 블로그가 사회 이슈를 빠르게 전달하는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손석희 : 라디오는 가장 오래된 매체다. 때론 뉴 미디어가 태어날 때마다 라디오 같은 올드 미디어가 사라진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라디오는 다른 매체와 달리 라디오만 있다면 언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다. 특히 은 이슈의 당사자를 인터뷰하는 생방송 프로그램 아닌가. 어떤 상황에서든 편집이 안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만이 가지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숨소리까지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까.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라디오와 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본다. 라디오의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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