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TV에서 복싱 중계를 봤는데 호야라는 선수가 자기보다 체격이 훨씬 작은 파퀴아오라는 사람이랑 싸우더라. 그렇게 체격 차이가 나는 사람끼리 싸워도 돼?
아, 그 경기. 사실 그건 굉장히 예외인 경우야. 호야는 보통 웰터급에서 슈퍼 웰터급으로 활동하는 선수고, 파퀴아오는 페더급이랑 라이트급에서 활동하던 선수인데 이번에 웰터급으로 체중을 맞춰 싸운 거거든.
지구인의 언어로 다시 얘기해줄래?
그러니까 웰터급이니 라이트급이니 하는 건 복싱에서의 체급이야. 신장이나 팔 길이, 얼굴 생김새, 인간성 상관없이 그냥 체중만으로 정하는 거지. 호야 같은 경우는 슈퍼 웰터급, 그러니까 69.85㎏ 이하의 체중으로 뛰는 선수고, 파퀴아오는 페더급, 57.15㎏ 이하 체중으로 뛰던 선수야. 그러면 거의 10㎏ 차가 나지? 그런데 둘 다 자기 체급에서는 최고를 다투는 선수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궁금한 거지. 한 쪽은 감량을 하고 한 쪽은 체중을 불려서 비슷한 체중으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런 식으로. 그래서 이번에 66.68㎏인 웰터급으로 체중을 맞추기로 하고 싸운 거야.
에이, 그러면 호야라는 사람은 한 3㎏만 빼면 되고, 파퀴아오는 10㎏ 가까이 체중을 불려야 되는 거잖아. 호야가 유리한 거 아니야?
기본적으로 그 말은 맞아. 분명히 호야가 자기가 뛰던 체급에 훨씬 가깝게 싸웠지. 사실 체중을 올려 슈퍼 웰터급이나 미들급에서 활동하기 전에 웰터급에서도 활동했고. 하지만 이게 단순히 평소보다 체중을 3㎏ 빼는 문제는 아니야. 왜냐하면 복싱선수들은 자기의 평소 체중보다 훨씬 많이 감량한 체중에서 싸우거든. 거의 10㎏씩 감량하는 경우도 허다해. 그렇게 따지면 호야는 평소 체중이 80㎏에 가까운 거고 이번 경기에서는 자기의 평소 체중보다 13㎏을 뺀 거지. 그래도 10㎏ 뺀 사람이 3㎏을 더 못 뺄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 공부를 되게 안 하던 애가 공부 잘 하는 친구 도움도 받고 자기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확실히 오르겠지? 그래서 수능 모의고사에서 210점을 받다가 300점까지 올렸다고 치자. 그런데 한 번에 90점을 올렸어도 그 다음에 310점을 받으려면, 그러니까 딱 10점만 더 올리려면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거야. 어쩌면 못 올릴지도 모르고. 그거랑 비슷해. 복싱을 비롯한 대부분의 투기 선수들은 경기를 치루는 것 자체가 어렵기 직전까지 감량해서 경기에 나가거든. 거기서 1~2㎏를 더 빼는 건 너무 힘들지.
대체 왜 그렇게 기진맥진할 정도로 체중을 줄여서 경기에 나가는 건데?
그걸 알려면 운동선수의 감량이 일반 다이어트랑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돼. 다이어트는 평소체중 자체를 줄이는 거잖아. 그러니까 평소 60㎏인 사람이 3㎏ 다이어트를 하는 건 이제 앞으로 평소에도 57㎏으로 살겠다는 식인 거지. 그런데 감량은 달라. 개체, 그러니까 경기 전 체중을 잴 때까지만 체중을 빼는 거지. 보통 복싱 같은 경우는 경기 하루 전에 체중을 재거든. 그 때 체급에 맞는 체중으로 통과를 하고나면 하루 사이에 최대한 평소 체중에 가깝게 몸을 만드는 거야. 예를 들어 한 쪽에서는 평소 체중이 60㎏인 사람이 그 체중 그대로 60㎏급 경기에 나오고, 한 쪽에서는 70㎏이던 사람이 60㎏으로 체중 검사를 통과한 다음날 한 65㎏으로 60㎏급 경기에 나오면 체중 차이랑 힘 차이가 심하게 날 거 아냐. 그러니까 체중을 감량해서 체급을 맞춘 사람이 감량 없이 그 체급에 나온 사람보다 유리해지는 거야.
그게 가능해? 살은 뺀다고 쳐도 하루 만에 그렇게 체중이 늘어나는 게? 아니 뭐 도넛이랑 피자랑 잔뜩 먹고 찌운다고 치자. 그렇게 하면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몸도 무거워질 거 같은데?
그런 식으로 체중을 불렸다간 다음날 못 싸우지. 그래서 복싱 선수들이 애용하는 방법이 사우나야. 보통 다이어트 할 때는 사우나가 별 도움이 안 되잖아. 땀 쭉 빼고 맥주 한 잔 맛있게 마시면 도로아미타불이니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땀 쭉 빼서 평소보다 훨씬 가벼운 몸무게로 체중을 재고 물을 마시면 평소 체중에 가까운 몸이 될 수 있겠지. 복싱에서 체중을 잴 때 선수 몸을 보면 정말 근육의 갈라진 결이 선명하거든. 그건 체지방뿐 아니라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서 그래. 가뭄에 마른 논이 갈라지는 것처럼. 그러고 나서 물을 마시면 마른 땅에 물 스며들듯 스며드는 거지. 그럼 체중을 최대한 많이 줄여서 출전할수록 유리하겠네?
산술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말로 간단히 해서 그렇지, 그 감량 과정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 운동선수처럼 4~5㎏는 건 고사하고 1㎏만 사우나로 빼려고 해도 정신줄이 대롱대롱 거릴걸? 거기다가 사우나로 급속히 빼기 전에도 근육량과 힘은 유지하면서 체중이 줄어들도록 밥이랑 물도 안 먹고 운동은 엄청 하는 과정을 미리 거쳐야 돼. 심지어 틈나는 대로 침을 뱉어서 몸에 조금이라도 남은 수분을 제거하기까지 할 정도야. 지금은 금지됐지만 예전에는 이뇨제를 복용하기까지 했고. 이토록 고통스러우니 체중을 줄여서 이득을 보기는커녕 컨디션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어. 에서 아부키 죠가 하얗게 불태우고 일어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체중 감량이야.
진짜 대단들 하다. 그런데 그렇게 짧은 기간 안에 고통 없이 체중을 줄이고서 요요도 없는 그런 다이어트 방법은 없을까? 10㎏는 됐고 2~3㎏만 빼도 좋은데. 운동은 힘들어서 싫어.
아~ 그래? 그럼 공평하게 나이 스물여덟에 밥 먹은 게 키로 가는 방법만 가르쳐주면 나도 가르쳐줄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아, 그 경기. 사실 그건 굉장히 예외인 경우야. 호야는 보통 웰터급에서 슈퍼 웰터급으로 활동하는 선수고, 파퀴아오는 페더급이랑 라이트급에서 활동하던 선수인데 이번에 웰터급으로 체중을 맞춰 싸운 거거든.
지구인의 언어로 다시 얘기해줄래?
그러니까 웰터급이니 라이트급이니 하는 건 복싱에서의 체급이야. 신장이나 팔 길이, 얼굴 생김새, 인간성 상관없이 그냥 체중만으로 정하는 거지. 호야 같은 경우는 슈퍼 웰터급, 그러니까 69.85㎏ 이하의 체중으로 뛰는 선수고, 파퀴아오는 페더급, 57.15㎏ 이하 체중으로 뛰던 선수야. 그러면 거의 10㎏ 차가 나지? 그런데 둘 다 자기 체급에서는 최고를 다투는 선수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궁금한 거지. 한 쪽은 감량을 하고 한 쪽은 체중을 불려서 비슷한 체중으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런 식으로. 그래서 이번에 66.68㎏인 웰터급으로 체중을 맞추기로 하고 싸운 거야.
에이, 그러면 호야라는 사람은 한 3㎏만 빼면 되고, 파퀴아오는 10㎏ 가까이 체중을 불려야 되는 거잖아. 호야가 유리한 거 아니야?
기본적으로 그 말은 맞아. 분명히 호야가 자기가 뛰던 체급에 훨씬 가깝게 싸웠지. 사실 체중을 올려 슈퍼 웰터급이나 미들급에서 활동하기 전에 웰터급에서도 활동했고. 하지만 이게 단순히 평소보다 체중을 3㎏ 빼는 문제는 아니야. 왜냐하면 복싱선수들은 자기의 평소 체중보다 훨씬 많이 감량한 체중에서 싸우거든. 거의 10㎏씩 감량하는 경우도 허다해. 그렇게 따지면 호야는 평소 체중이 80㎏에 가까운 거고 이번 경기에서는 자기의 평소 체중보다 13㎏을 뺀 거지. 그래도 10㎏ 뺀 사람이 3㎏을 더 못 뺄까.
그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아. 공부를 되게 안 하던 애가 공부 잘 하는 친구 도움도 받고 자기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성적이 확실히 오르겠지? 그래서 수능 모의고사에서 210점을 받다가 300점까지 올렸다고 치자. 그런데 한 번에 90점을 올렸어도 그 다음에 310점을 받으려면, 그러니까 딱 10점만 더 올리려면 훨씬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거야. 어쩌면 못 올릴지도 모르고. 그거랑 비슷해. 복싱을 비롯한 대부분의 투기 선수들은 경기를 치루는 것 자체가 어렵기 직전까지 감량해서 경기에 나가거든. 거기서 1~2㎏를 더 빼는 건 너무 힘들지.
대체 왜 그렇게 기진맥진할 정도로 체중을 줄여서 경기에 나가는 건데?
그걸 알려면 운동선수의 감량이 일반 다이어트랑은 다르다는 걸 알아야 돼. 다이어트는 평소체중 자체를 줄이는 거잖아. 그러니까 평소 60㎏인 사람이 3㎏ 다이어트를 하는 건 이제 앞으로 평소에도 57㎏으로 살겠다는 식인 거지. 그런데 감량은 달라. 개체, 그러니까 경기 전 체중을 잴 때까지만 체중을 빼는 거지. 보통 복싱 같은 경우는 경기 하루 전에 체중을 재거든. 그 때 체급에 맞는 체중으로 통과를 하고나면 하루 사이에 최대한 평소 체중에 가깝게 몸을 만드는 거야. 예를 들어 한 쪽에서는 평소 체중이 60㎏인 사람이 그 체중 그대로 60㎏급 경기에 나오고, 한 쪽에서는 70㎏이던 사람이 60㎏으로 체중 검사를 통과한 다음날 한 65㎏으로 60㎏급 경기에 나오면 체중 차이랑 힘 차이가 심하게 날 거 아냐. 그러니까 체중을 감량해서 체급을 맞춘 사람이 감량 없이 그 체급에 나온 사람보다 유리해지는 거야.
그게 가능해? 살은 뺀다고 쳐도 하루 만에 그렇게 체중이 늘어나는 게? 아니 뭐 도넛이랑 피자랑 잔뜩 먹고 찌운다고 치자. 그렇게 하면 위장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몸도 무거워질 거 같은데?
그런 식으로 체중을 불렸다간 다음날 못 싸우지. 그래서 복싱 선수들이 애용하는 방법이 사우나야. 보통 다이어트 할 때는 사우나가 별 도움이 안 되잖아. 땀 쭉 빼고 맥주 한 잔 맛있게 마시면 도로아미타불이니까.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땀 쭉 빼서 평소보다 훨씬 가벼운 몸무게로 체중을 재고 물을 마시면 평소 체중에 가까운 몸이 될 수 있겠지. 복싱에서 체중을 잴 때 선수 몸을 보면 정말 근육의 갈라진 결이 선명하거든. 그건 체지방뿐 아니라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서 그래. 가뭄에 마른 논이 갈라지는 것처럼. 그러고 나서 물을 마시면 마른 땅에 물 스며들듯 스며드는 거지. 그럼 체중을 최대한 많이 줄여서 출전할수록 유리하겠네?
산술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말로 간단히 해서 그렇지, 그 감량 과정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힘들어. 운동선수처럼 4~5㎏는 건 고사하고 1㎏만 사우나로 빼려고 해도 정신줄이 대롱대롱 거릴걸? 거기다가 사우나로 급속히 빼기 전에도 근육량과 힘은 유지하면서 체중이 줄어들도록 밥이랑 물도 안 먹고 운동은 엄청 하는 과정을 미리 거쳐야 돼. 심지어 틈나는 대로 침을 뱉어서 몸에 조금이라도 남은 수분을 제거하기까지 할 정도야. 지금은 금지됐지만 예전에는 이뇨제를 복용하기까지 했고. 이토록 고통스러우니 체중을 줄여서 이득을 보기는커녕 컨디션 자체가 망가질 수도 있어. 에서 아부키 죠가 하얗게 불태우고 일어나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체중 감량이야.
진짜 대단들 하다. 그런데 그렇게 짧은 기간 안에 고통 없이 체중을 줄이고서 요요도 없는 그런 다이어트 방법은 없을까? 10㎏는 됐고 2~3㎏만 빼도 좋은데. 운동은 힘들어서 싫어.
아~ 그래? 그럼 공평하게 나이 스물여덟에 밥 먹은 게 키로 가는 방법만 가르쳐주면 나도 가르쳐줄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