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사진=SBS ‘VIP’ 방송 캡처

SBS 월화드라마 ‘VIP’에서 장나라와 이상윤은 결국 이혼했고 박성준은 뒤늦게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장나라의 세밀한 감정 연기와 끊임없이 궁금증 만들어내는 전개가 시청자를 끌어모았던 작품이었다.

지난 24일 ‘VIP’가 종영했다. 성운백화점에서는 박성준(이상윤 분)과 하유리(표예진 분)의 다정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퍼졌다. 또한 하재웅 부사장(박성근 분)이 박성준과 내연녀의 명의로 차명 주식을 보유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연이어 스캔들이 터지자 성운백화점 회장은 부사장을 해임했다. 하재웅은 하유리에게 “박성준과 헤어지라”며 “박 이사를 선택해도 되지만 그 땐 하유리가 아니라 온유리로 떠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박성준은 차진호(정준원 분)에게 “경계에 섰을 때 ‘이 정도면 괜찮겠지’하고 선택한 게 어느 순간 경계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손 쓸 수 없을 만큼 멀어져있었다. 여기서 멈출 수 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다”라고 그 동안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하유리는 박성준에게 이별을 선언했고 박성준은 회사를 그만뒀다.

나정선(장나라 분)은 박성준에게 이혼 서류를 내밀었다. 나정선은 “어머님께 당신 아버지 얘길 들었다”며 “내가 보고 싶은 당신 모습만 본 것 같다. 내가 당신을, 우리가 서로를 정말 이해하고 산 건가 싶다”고 털어놓았다. 박성준은 “솔직하게 내 가족 얘길 했다면, 부사장님이 그런 제안들을 했을 때 같이 의논했다면 지금쯤 모든 게 달라져 있지 않을까. 돌이킬 수 없지만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나정선은 “당신이 참 미웠는데 어머니가 그 얘기 하실 때 어처구니없게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미움만 남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우리 이제 그만하자. 그게 맞는 거 같다”고 했다.

박성준은 집에서 챙겨 나온 짐에서 예전에 쓰던 필름 카메라를 발견했다. 인화한 사진에는 과거 자신이 찍어둔 나정선의 모습이 가득 담겨 있었고 박성준은 눈물을 쏟았다. 이현아(이청아 분)는 차진호의 집으로 들어갔고 송미나(곽선영 분)는 셋째를 순산했다. 하유리는 외국으로 떠났다.나정선은 모친상을 당한 VIP 고객 문상을 갔다가 박성준과 마주쳤다. 나정선은 “당신과 헤어지고 그런 생각을 했다. 애초에 당신을 만나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까. 근데 그건 아니더라.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그 시간들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털어놨다. 박성준도 “네가 좋았던 기억만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SBS ‘VIP’ 방송 캡처

‘VIP’는 백화점 상위 고객들을 관리하는 VIP전담팀 직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최상류층의 삶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하고 박성준의 불륜녀가 누구인지를 추리하게 만들며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불륜녀와 이에 대해 말해준 익명의 발신자가 존재함을 극 초반 던져주고 그 정체에 대해 점진적으로 다가가면서 긴장감을 이어갔다. 군더더기 없고 감각적인 연출과 세련된 대사는 시청자를 모으는 밑바탕이 됐다.장나라, 이상윤, 이청아, 곽선영, 표예진, 신재하 등 주연 배우들은 궁금증과 답답함이 극에 달했는데도 시청자들이 끈질기게 얘기를 따라올 수 있게 한 주역이다. 발랄하고 명랑한 이미지였던 장나라는 이번 작품에서 서늘하고 냉철한 모습으로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청아 역시 도회적이고 걸크러쉬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로 따뜻하고 소박한 인물 연기에서와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이상윤과 표예진이 극심한 분노를 끌어오르게 했다면, 신재하와 정준원은 다정다감하고 밝은 모습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켜줬다.

‘VIP’는 이현아와 송미나를 통해 직장인 여성이 겪는 고충을 보여주기도 했다. 상사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현아는 휴직을 할 수밖에 없었고, 휴직 후 돌아온 직장에서는 동기보다 승진에서 밀려야 했다. 용기 있게 미투를 하고도 일부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까지 받아야 했다. 송미나는 출산·육아를 하면서 6년째 사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 승진을 빌미로 부당 행위를 강요하는 상사,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직장 환경, 임신 중절 시도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해야 했던 송미나의 모습은 워킹맘들의 눈물을 쏟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톡 쏘는 사이다 같은 복수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나정선이 도중에 독기를 거둔 것이 다소 밋밋하고 시시했다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결론이 더욱 현실성 있다고 인정한 시청자들도 많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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