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16일 방영된 tvN 새 월화드라마 ‘블랙독’ 방송화면.

배우 서현진과 라미란이 기간제 교사들의 세상 속으로 시청자들을 깊숙이 끌어당겼다. 일반인들에겐 생소할 수 있는 세계이지만 서현진과 라미란이 만든 공감의 깊이는 남달랐다. ‘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이었다.

서현진과 라미란은 지난 16일 처음 방송된 tvN 새 월화드라마 ‘블랙독’에서 각각 기간제 교사 고하늘과 대치고등학교의 진학부장 박성순으로 등장했다. 고하늘은 학창 시절 버스 전복 사고를 당했다. 사고가 났을 때 고하늘은 터널 안에 갇힌 버스에서 혼자만 빠져나오지 못했던 상태였다. 이를 안 선생님이 목숨을 걸고 고하늘을 구하러 갔다. 고하늘을 살리는 대신 자신을 희생한 선생님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 고하늘은 무엇이 선생님으로 하여금 목숨을 내놓게 만들었을지 알고 싶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고하늘은 장래 희망을 선생님으로 삼았다.29살이 된 고하늘은 대치고 기간제 교사 자리에 100명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붙었다. 합격한 기간제 교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누군가 낙하산으로 기간제 교사에 합격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알고 보니 그 낙하산은 고하늘이었다. 고하늘 본인도 몰랐던 낙하산이었지만 학교의 기존 교사들에 의해 밝혀지게 됐다. 고하늘은 순식간에 기간제 교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됐다. 고하늘이 낙하산임이 알려지자 다른 젊은 선생님들조차 그를 냉랭하게 대했다.

그러나 고하늘은 기간제 교사 면접 때부터 돋보였던 후보였다. 다른 후보들이 이론에 입각한 시강을 선보인 데 비해 고하늘은 시강 대상인 고등학생 3학년들의 입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강의를 선보였다. 박성순은 그러한 고하늘의 능력을 알아보고 최고점을 줬다. 평소 입시에 철저하게 준비돼 있는 고하늘의 실력은 인정해줄 만했던 것이다. ‘블랙독’ 1회는 교무실에 들어가길 망설이는 고하늘에게 박성순이 “뭐해요? 얼른 들어와요”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서현진은 자신의 강점을 여지없이 발휘했다. 서현진은 보는 이들을 천천히 자신의 감정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에 탁월하다. 서현진은 시작부터 풀이 죽은 사회초년생 고하늘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첫 회임에도 여러 인상적인 장면들을 남겼다. 지하철을 타려다가 소지품을 떨어뜨려 놓치고 속상해하는 얼굴, 학교에서 꿋꿋이 혼자 밥을 먹고 일어서다 결국 식판과 함께 넘어지고 일어날 때의 얼굴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라미란도 무쇠의 뿔처럼 돌격하는 박성순 그 자체였다. 할 말은 하고 소신을 굽히지 않는 박성순은 고하늘과 대비를 이루며 극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서현진과 라미란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이날 방송된 ‘블랙독’은 첫 회가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던 대치고의 일상 속에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블랙독’은 섬세함이 돋보이는 드라마였다. 라미란이 학교 안에서 여러 후배 교사들과 점심을 먹을 때든, 학교 밖에서 후배 교사 한 명과 술을 한 잔 할 때든 “다 먹었냐? 가자”며 먼저 일어서는 장면이 그랬다. 라미란은 답을 듣지 않고 옷을 챙겨 자리를 뜬다. 많은 교사들이 실제로 이렇게 식사를 빨리 마친다. 시간은 연차가 쌓일수록 더 짧아진다. ‘블랙독’의 배우들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부터 여러 기간제 교사들을 직접 만나거나 하루 일과를 체험해보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교사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는 ‘블랙독’을 보는 재미를 더한 것은 물론 극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었다.

‘블랙독’은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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