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이엘리야. / 사진제공=킹콩by스타쉽

“함께한 시간이 무척 긴데, 바람처럼 지나간 것 같아요. 촬영이 아니라 의원실에 출근해서 거기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는 마음이 컸는데,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배우 이엘리야가 JTBC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극본 이대일, 연출 곽정환, 이하 ‘보좌관’)을 떠나보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난 9일 ‘보좌관’ 시즌2의 종영을 앞두고 서울 논현동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이엘리야는 “이제야 끝나는구나, 실감이 난다”고 했다.지난 6~7월 방송된 ‘보좌관’의 시즌1부터 시즌2까지 윤혜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이엘리야. 그동안 여러 드라마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다른 얼굴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극중 윤혜원은 장태준(이정재 분)의 비서였다가 보좌관으로 성장한 인물. 표정은 차갑지만 누구보다 열정이 넘친다. 특히 시즌2에서는 장태준 의원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앞장서는 모습으로 극의 재미를 더했다. 마지막회에서는 다시 기자로 돌아가 바른 세상을 위해 힘썼다.

시즌1과 시즌2의 다른 점을 묻자 이엘리야는 “마음가짐부터 달랐다. 의원을 직접 모시는 보좌관이라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시즌1보다 성장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고민했다. 열심히 일하는 윤혜원을 강조하려고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시즌1에서는 비서로서 정보 전달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2에서는 발로 뛰고 부딪히면서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썼다고 했다.“‘보좌관’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보좌관이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알게 됐어요. 뉴스를 볼 때 저렇게 이야기를 하기까지 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노력했을까, 이면도 생각하게 됐죠.(웃음)”

스스로도 시즌2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엘리야는 “여러 사람과 만나면서 생기는 갈등을 시즌2에서 표현할 수 있어서 촬영 전부터 기대했고 제작진,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떠올렸다.

“곽정환 감독님과 이전 작품과는 다른,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리얼리티를 위해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의논했어요. 그 과정에서 ‘노메이크업으로 가면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왔고 저 역시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받아들였죠. 의상도 차분한 색깔로 입고, 입술도 두 가지 정도의 색으로 20회를 버텼죠.(웃음) 나름의 변화를 주고 싶어서 ‘보좌관’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시청자들도 더 리얼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옷이 구겨지면 구겨진 대로, 머리끈도 손목에 차고 있다가 직접 질끈 묶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시청자들에게도 통한 것 같아서 감사해요.”여배우로서는 과감한 시도인 ‘노메이크업’ 덕분에 이엘리야는 튀지 않게, 국회에서 일하는 윤혜원으로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 그의 노력은 시청자들에게도 통했다. 이엘리야는 “좀 더 용기를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사람으로서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특히 “연기라는 배우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서 좋다”고 강조했다.

“(그동안)마스카라가 눈빛을 가렸구나, 싶었어요. 화장을 안 하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도 명확해졌죠. 이렇게 하나씩 스스로를 비워내는 법을 배운 감사한 작품이에요. 다음에도 용기를 낼 수 있게 만들어줬죠.”

이엘리야는 올해를 SBS ‘황후의 품격’으로 열었고, ‘보좌관’의 시즌1에 이어 시즌2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그러면서 영화 ‘너의 여자친구'(감독 이장희)에서도 주인공을 맡았다. 바쁘게 움직여 꽉 찬 2019년을 보냈다.
배우 이엘리야. / 제공=킹콩by스타쉽

“올해 서른이 되면서 20대 때보다 더 잘 보냈어요. 앞으로도 훈련하는 과정이겠지만 ‘보좌관’이란 작품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시즌제로 이어진 드라마여서 시간의 여유도 있었고, 제작진과 배우들이 모두 좋아서 봄날 같은 기분이었어요.”

그는 30대가 된다는 불안함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늘 실제 나이보다 많은 역할을 맡아서인지,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의 나이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대가 앞섰다.“지금까지 한 역할이 성숙한 인물이 많아서, 연기하는 인물에게 더 가까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은 인물에 다가가고 있어서 더 기대됩니다. 도전하고 싶은 희망이 보여요.(웃음)”

‘보좌관’은 여러 나이대의 배우들이 출연했고, 실력파 연기자들이 뭉친 작품인 만큼 이엘리야에게도 매 순간이 배움의 연속이었다.

“다양한 연령의 배우들과 일을 했는데 김갑수 선배님이 후배들과 잘 어우러져서 촬영장을 즐겁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셨어요. 정말 의원실의 사람으로서 존재한 기분이어서 끝나는 게 아쉽죠. 선배님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어요. 선배님들이 있어서 진심을 다해 윤혜원을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보좌관’에서 일의 원동력과 용기, 배움 등 다양한 것들을 얻은 이엘리야는 곧바로 내년 방송 예정인 JTBC 새 드라마 ‘모범형사’의 촬영을 시작한다. 형사들의 세계를 다루는 이 작품에서 이엘리야는 기자 역을 맡는다. 정제된 모습을 보여줬던 ‘보좌관’에서와 달리 ‘모범형사’에서는 정의롭고 겉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어느 순간부터 있는 그대로의 이엘리야를 보여주는 기회들이 생겼어요. ‘보좌관’ 덕분에 용기도 얻었고, ‘윤혜원’은 저에게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라는 선물과 같은 인물이에요. 시청자들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고 더 큰 감동을 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제 한걸음을 뗐어요. 앞으로도 배우로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고, 연기로 보답하고 싶어요. 바라는 건 그것뿐이에요.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삶의 건강함을 지키면서 연기로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배우의 과정을 잘 보내고 싶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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