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사랑과 연애에 있어 현실적인 여자 오선영 역으로 열연한 배우 공효진. /사진제공=NEW

‘공블리’라는 애칭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공효진은 자신이 공블리임을 또 한 번 입증해낸다. 그가 연기한 오선영은 쿨하고 화끈하다. “사랑에 환상 같은 건 없다”고 말하는 그는 바람 펴서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입사 환영회에 찾아와 진상 짓을 하면 대차게 끊어내 버린다. 그렇지만 연인에게 파혼 당하고 술독에 빠져 사는 동료 재훈(김래원 분)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2시간이나 잠자코 들어주는 상냥한 면모도 있다. 솔직하고 당당한 멋진 여자지만 알고 보면 마음에 꽤 스크래치도 나 있다. 굳이 티내지 않을 뿐이다. 무거운 속사정을 갖고 있는 이 유쾌한 캐릭터를 이토록 사랑스럽고 예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배우가 과연 누가 있을까. 도무지 공효진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

10. 드라마에 비하면 영화로는 로맨틱 코미디(로코) 장르를 자주한 편은 아니다. 이 작품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공효진: 영화로 로코는 ‘러브픽션’ 이후 두 번째다. 나는 칼 같이 딱 떨어지는 엔딩을 좋아하는데 한국의 로코는 엔딩이 좀 뭉뚱그려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이야기는 깔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결말이) 적절했다고 할 것 같다.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10.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
공효진: 밤새도록 문자 하고 통화해도 피곤하지 않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해가며 즐거워하는 시기를 영화에서 보여준다. 지나고 나면 너무 아쉬운 사랑의 순간을 보여주는 얘기라서 사랑이 뭔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깔깔거리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내 얘기가 아니더라도 꼭 내 친구 얘기일 것만 같아서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10. 화끈하고 털털한 선영의 모습이 매력적이다. 관객들은 당신과 싱크로율이 높다고 생각할 것이다.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공효진: 선영은 친구 중에 꼭 한 명 있을 법한 인물이다. 선영이 겪은 일이 꽤 극적이지만, 그 이후에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 나가는지, 치유를 못하더라도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할 것이다. 선영이 ‘사이다’ 같은 말과 리액션을 보여줄 때는 흥미로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평소 쉽게 못했던 말들을 대신 해주니 판타지적이기도 하다. 사랑에 상처가 있는 재훈과 선영은 헤쳐 나가는 과정이 다른 남녀다. 재훈이 자신에게 생채기를 내는 스타일이라면 선영은 스스로 괜찮다고 위안하는 스타일이다.

10. 수위가 세고 야한 비속어들이 대사에 꽤 있다. 좀 민망하지 않았나?
공효진: 대본으로 보면서 직설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선영이 구사한 단어들이 유치한 장난을 치던 초등학생 때 이후로는 잘 쓰지 않는 단어더라. 관객들도 너무 오랜만에 듣는 민망한 단어라 흠칫 놀라지 않을까 싶다. 선영은 재훈을 당황하게 하려고 일부러 그 폭탄 같은 단어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재훈이 취해서 자꾸 선영을 자극하곤 다음날이면 기억이 안 난다고 하지 않나. 재훈에게 술이 무기였다면 선영에겐 그 단어들이 재훈을 놀리는 수단인 것 같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웃음) 재훈이 들으면 얼굴이 빨개질 단어가 아닌가.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한 장면. /사진제공=NEW

10. 상처가 있지만 새로운 사랑에 적극적인 재훈과, 돌직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하는 선영. 실제 당신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공효진: 재훈은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서 치유 받길 원하고, 선영은 사람에겐 이제 치유 받기 어렵다는 각기 다른 연애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얘기가 더 알차고 재밌다. 사랑은 타이밍이라는데 치유 받고 싶은 재훈과 사랑에 질린 선영이 만나 밀당이 길지 않았나 싶다. 나는 사랑의 아픔을 사람으로 치유 받는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생각한다. 상처를 치유하고 누군가 다시 만날 준비가 될 때까지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10. ‘자니?’ ‘뭐해?’라는 메시지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반응했었나?
공효진: 받아보기도 했고 보내본 적도 있다. (카톡 메시지에서) ‘1’이 없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보낸 메시지를 지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 적도 있는 것 같고, 나를 차단한 건지 알 수 있는 방법을 검색해본 적도 있는 것 같다.(웃음) 썸 타는 사이에서 그런 메시지를 보내는 건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술을 마시고 취해선 주저 없이 행동하는 편은 아니다. 술을 잘 못해서 필름이 끊길 만큼 마셔본 적도 없다. 그래서 술 마시고 실수하는 일도 별로 없다. 하지만 직설적인 타입이다. ‘자니?’라고 괜히 보냈다 싶더라도 자존심을 내세우는 것보다 (안 보내서) 그 순간을 놓치는 게 진짜 후회스러울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재훈은 후회하더라도 자기 감정에 충실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재훈처럼 속이 훤히 보이는 순수한 남자는 요즘 세상엔 드물다. 나도 ‘자니?’ ‘뭐해?’ 다 보내봤다. 음…. 그런데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디야?’는 어떤가.(웃음)10. 김래원과 2003년 드라마 ‘눈사람’ 이후 다시 만난 소감은?
공효진: 호흡을 맞춰본 적 없는 배우와 만난 것보다 조금 더 어려웠다. 내가 코흘리개일 적에 만났던 배우라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코앞에서 연기하는 배우에게 가장 먼저, 일대일로 내 모습이 어필되는 것이지 않나. 성장한 모습으로 꼭 한 번 다시 연기해보고 싶던 배우라 잘해보이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리고 역할도 알콩달콩이 아니라 서로 티격태격하기 때문에 더 텐션이 있었다. 같이 해봤던 배우라서 더 쉬웠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연기의 타입이나 지향점이 비슷했기 때문에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좋다는 배우 공효진. /사진제공=NEW

10. 영화에 비하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연기하고 있는 동백은 좀 소심하고 안쓰러운데, 서로 다른 캐릭터를 동시에 선보이게 돼서 걱정하진 않았나?
공효진: 단점이 될 수도,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겼는데 둘 다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동백이 언제 맹수가 되나 싶어 많이 답답하신 분들은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극장에 가시면 해소될 것 같다.(웃음) 꿩 먹고 알 먹고다. 관객들도 재밌어 할 것 같다.10. 데뷔 20년차인데 중간 중간 힘든 시기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공효진: 과도기가 있었다. 그 전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2017년이 그랬다. 당연한 듯 루틴이 돼 버린 일과 감정들. 영화 ‘미씽’을 찍으면서도 (스스로에게) 자극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과물이 잘 나오니 더 매너리즘에 빠졌다. (촬영해둔 작품을) 개봉만 하고 1년 동안 연기를 쉬기도 했다. 스스로를 자극하고 싶어서 연극 ‘리타 길들이기’ 같이 내 영역이 아닌 분야에 도전해 본 적도 있다. 한 작품 한 작품 사활을 걸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내가 주인공으로 서서 너무 당연한 것처럼 하는 게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체를 겪으며 잘하겠다는 과도한 욕심보다 힘을 빼고 순수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았다.

10. 지금은 괜찮아졌나?
공효진: 에너지를 충전하곤 ‘도어락’처럼 내가 이전에 하지 않았던 장르의 작품들을 했다. 이번엔 영화, 드라마 연속해서 나의 주특기 장르로 돌아왔는데 상반되는 색을 가져서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다.(웃음) 둘 다 시작점인데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게 될 수도 있고, 내 인생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만큼의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지금이 가장 떨리면서도 즐거운 시기인 것 같다. 운명의 여신이 나에게 향해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안고 있다. 드라마 첫 방송을 하는 날 꿈에 브래드 피트가 나왔는데 톱스타가 나오는 꿈은 길몽이라더라. 하하.

10. 앞으로 지향하는 바는?
공효진: 공블리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수식어를 얻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만 너무 압박 받진 말고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다. 음…. 일단 부자 역할을 해보고 싶고, 아주 못된 여자 역할도 해보고 싶다.(웃음) 안 해본 캐릭터,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다. 당연히 잘해낼 거라 생각했던 캐릭터라도 은근히 다른 면모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의 필모그래피가 궁금하고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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