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6월 3일 KBS뉴스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뉴스 화면 캡처.

주요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 대한 불신이 계속 되는 가운데 음악 플랫폼 시장의 새 판을 짜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를 둘러싼 큰 흐름 중 하나는 개인의 취향 등을 분석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큐레이션’이다.

◆ 못 믿을 차트 대신 쾌적한 큐레이션으로차트에 대한 불신은 다양한 모습으로 여러 차례 나타났다. 뿌리도 깊다. 대중과 언더 장르의 팬덤에게 모두 호평을 듣는 가수들이 서서히 차트 밖에서부터 역주행하는 것과 달리, 대중한테도 마니아에게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1위 혹은 최상위권에 ‘짠’ 하고 등장한 게 의혹의 발단이다. 이들의 석연찮은 차트 석권에 대해 사재기 또는 SNS 마케팅의 결과라는 의심이 제기됐다.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인지도나 팬덤을 쌓지 않고 바로 차트 진입을 노리는 건, 일단 진입해야 안착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SNS 마케팅 업체들이 가요 기획사들을 솔깃한 제안으로 유혹하는 것도 그래서다. 복수의 가요 관계자들은 새 음반을 내기 전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업체들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차트 상위권에 올려주는 대신 수천만원(아이돌 그룹의 경우 보통 5000만원 이하)을 내고 1년 간의 음원 수익 중 일정 비율을 공유하는 조건을 제시하더라는 것. 특히 SNS 마케팅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은 발라드 장르를 선호한다고도 한다. 올해 여름 음원 차트가 ‘이별 노래’로 도배되다시피 한 상황을 우연의 일치라고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카카오M이 음원 유통을 맡은 가수들 중 의외의 음원 강자가 많이 나왔고, 카카오M을 인수한 카카오가 멜론을 운영한다는 점도 불신을 키웠다. 최근 2년 간 SNS 마케팅이 성행한 시기와 카카오M이 음원을 유통한 가수의 신곡 발매 시기도 여럿 겹친다. 멜론은 2009~2013년 유령음반사 LS뮤직을 세워 수십억대 저작권료를 가로챈 혐의로 지난 5월 27일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의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3개월이 넘도록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불신은 더 가중되고 있다.이런 까닭에 차트 이용자들이 새로운 음악 플랫폼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틈새를 신규 음악 플랫폼인 네이버(네이버뮤직, 바이브)와 플로가 파고 들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큐레이션이 이들의 공통 분모다.

네이버 나우 콘텐츠들./ 사진제공=네이버

◆ ‘듣는 네이버’가 온다 네이버는 지난 8월 26일부터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네이버 나우(NOW)를 개시했다. 네이버 나우는 네이버 모바일 앱 첫 화면의 날씨 바로 옆에 위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세 종류다. 연예인들이 DJ를 맡은 콘텐츠와 ‘두둠칫 믹스’ ‘잔잔 믹스’다. 잔잔 믹스는 인디 뮤지션의 음악 위주로, 두둠칫 믹스는 보다 신나는 템포의 곡들을 24시간 동안 틀어준다.

톱100에 오른 곡들을 유저가 일방적으로 듣는 기존 음악 서비스와는 달리 개인의 취향대로 음악과 콘텐츠들을 하루 종일 바꿔가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네이버 나우의 강점이다.

콘텐츠로 제공되는 가수들은 박재범을 비롯한 래퍼부터 아이돌 god 데니안X손호영·투모로우바이투게더·하성운·더보이즈 등 다양하다. 콘텐츠도 ‘Broken GPS’ ‘RAPHOUSE ON AIR’ ‘기요한 이야기’ ‘점심어택’ ‘심야아이돌’ ‘6시 5분 전’ 등 다채롭다. 그만큼 사용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이 중 박재범이 DJ를 맡은 ‘Broken GPS’는 지코의 신곡 일부 공개 등으로 힙합 팬들 사이에서 다시 듣기 기능이 추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6시 5분 전’은 오후 6시에 신곡을 공개하는 가수를 초대해 호응을 얻고 있다. 선미가 ‘날라리’를 공개하기 직전에 출연해 작업 뒷 얘기를 공개해 주목받기도 했다.네이버 나우는 포털 사이트 업계 1위라는 강점을 바이브의 성공에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네이버 나우에서 음악을 듣다가 바로 바이브 앱으로 연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이 플랫폼에 머무르는 시간도 더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지금까지 정보 검색을 위해 ‘보는 네이버’로서의 기능을 했던 데서 나아가 ‘듣는 네이버’로 스펙트럼을 확장할 전망이다. 포털 사이트로서 그간 축적해온 AI 기술력과 데이터도 무기다.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앞으로 기존 음악 플랫폼처럼 댓글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불편한 점들도 눈에 띄지만 점차 보완해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티스트앤플로’./ 사진제공=플로
◆ 벌써 3위…플로의 맹추격

SK텔레콤이 출시한 플로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에 기반한 맞춤형 음악 추천 기능을 내세운다. 지난해 12월 출시 후 6개월 만에 월간 실사용자 수(MAU)가 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닐슨코리안클릭 기준). 지난 6월 실사용자는 멜론과 지니가 각각 398만명, 220만명을 기록했으며 플로가 177만명이었다. 플로가 출시된 작년 12월 이래 멜론이 1위는 지켰으나 지난 7월 기준 실사용자가 4%p 가량 감소했다.

플로는 차트를 하나의 취향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메인 화면에 ‘감성 지수를 높여줄 어쿠스틱 팝’ ‘설레는 퇴근길의 트렌디한 팝’ ‘운전할 때 듣는 신나는 일렉팝’ 등 다양한 취향을 먼저 선택지로 제시하고, 그 아래 최신 음악을 배치한다. 차트는 ‘둘러보기’를 눌러야 확인할 수 있다. 취향 중심으로 변하는 음원 소비 패턴을 발빠르게 반영한 구성이다.

SK텔레콤과의 제휴로 가격 경쟁력을 강화한 마케팅 전략도 플로의 호재로 작용했다.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 컴퍼니는 SM·JYP·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음원 유통을 담당해 3대 소속사의 아티스트도 적극 활용한다. 7월엔 아티스트의 지적재산권과 음악 플랫폼을 접목해 만든 음악 콘텐츠 멤버십 서비스 ‘아티스트앤플로’를 출시했다. 첫 주자는 엑소였다. 아티스트앤 플로 멤버십에 가입하면 ’엑소 멤버들이 직접 선곡한 추천 음악’ 플레이리스트 등 특별 한정 콘텐츠를 제공 받는다.

네이버와 플로 뿐만 아니라 지니뮤직, 벅스 등도 음악 서비스 이용자들의 변화하는 니즈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틱톡과 플랫폼을 연동한 멜론도 마찬가지다. 카카오 계열사가 보유한 기술·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멜론의 큰 무기이며, 이를 큐레이션 서비스에 적극 활용 중이다. 이동통신사와 포털 사이트라는 경쟁 구도가 점차 선명해지는 음악 플랫폼 시장에서 콘텐츠 다양화에 나선 각 플랫폼들이 그릴 향후 판도에 관심이 쏠린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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