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10. 첫 공포 영화로 ‘변신’을 선택한 이유는?
성동일: 시나리오가 좋았다. 공포 영화이고 오컬트 물이지만 가족이라는 소재가 중심이라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아버지 역할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하려고 했던 작품이 취소돼서 스케줄이 맞아 출연하게 됐다. 하하.10. 악마의 존재에 대한 공포보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올라오는 의심과 분노의 감정을 이용해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성동일: 나도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변신’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다. 가족의 모습으로 변신한 악마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지만 결국 다 자신의 이야기다. 밑도 끝도 없는 엉뚱한 이야기가 없다. 엄마는 ‘너, 어디서 반찬투정을 하냐’, 둘째는 ‘언니, 나 밉지?’ 이렇게 말이다. 모르는 사람이 망치를 들고 와도 무서운데, 아버지가 망치를 들면 얼마나 더 무섭겠나. 익숙함이 공포를 만드는 게 좋았다. 감독님도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하더라.
10. 평소 공포 장르를 좋아하나?
성동일: 특별히 좋고 싫어하는 장르가 없다. 공포 장르는 처음이지 않냐고 하는데 어떤 장르든 다 똑같다. 그냥 일이다. ‘변신’에서도 난 처음부터 끝까지 아빠이자 성동일이었다. 아, 물론 사극은 다르다. 여름에 갑옷 입는 건 싫더라. 수염을 접착제로 붙이니까 너무 간지럽다. 상투를 쓰면 머리도 아프다. 하하.
10. 악마로 변신했을 때 말이나 행동보다 눈빛이 무서웠다. 눈빛 연기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성동일: 눈빛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냥 무표정으로 있었다. 장르가 주는 분위기로 인해 무섭게 보였을 뿐이다. 만약 내가 무섭게 보이기 위해 일부로 과한 표정을 지었다면 오히려 더 어색했을 거다. 공포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음악이나 효과 등 장르의 분위기가 주는 재미가 더 큰 것 같다. 연기는 시나리오가 튼튼하면 자연스레 나온다.
성동일: 나는 이상하게 ‘연기하네’ 라는 소리가 듣기 싫다. 연극 같이 대사 전달을 위해 몸으로 크게 표현하고 목소리 톤을 과장되게 하는 연기가 연기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연기인 게 티가 나지 않는 연기가 잘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티 안 내고 거짓말 하는 게 가장 힘들다.
10. 현실 연기의 비결이 궁금하다.
성동일: 나도 젊었을 때는 보이는 연기를 했다. 눈에 잔뜩 힘을 줬고, 거추장스러운 행동들도 많았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튜닝을 많이 하면 배달 오토바이만도 못하듯, 가장 좋은 차 사용법은 처음 상태를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거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장치로 보여주던 잡스러운 액세서리들을 빼야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지금의 나도 그러한 과정 속에 있다. 연기의 완성은 없으니까.10. 자신을 왜 연기자가 아니라 ‘기술자’라고 표현하는가?
성동일: 나는 특별히 선호하는 역할도, 싫어하는 역할도 없다. 배역의 크기도 신경 쓰지 않는다. 스스로 연기 기술자로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요즘 부쩍 액션을 많이 한다’고도 하더라. 액션을 할 수 있는 역할이 들어오니까 하는 거다. 공포영화도 마찬가지다.
10.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성동일: ‘미스터 고’(2013)의 시사회를 중국에서 한 적이 있다. 그 때 가장 놀랐던 게 한국 관객들과 중국 관객들의 웃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나라마다의 정서가 틀리기 때문일 거다. 중국만 해도 그런데 할리우드는 더 하지 않겠나. 내가 할리우드의 비싼 자본을 들여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다. 아마 배경의 꽃보다도 못할 거다. 한국이 나 같은 배우가 살기엔 좋다. 하하.
성동일: 나는 감독한테 말대꾸를 한 적이 거의 없다. 감독들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까지 몇 년 간을 준비한다. 시나리오도 적어도 1000번은 볼 거다. 나는 시나리오 전체를 2번 이상 안 읽는다. 그렇기에 영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감독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혼자 어떻게 해보겠다고 튀어나오면 전체적인 톱니바퀴가 안 굴러간다. 연기 톤을 맞출 때도 감독에게 퍼센트(%)로 알려달라고 한다. ‘감정을 30퍼센트 더 올려주세요’ 이렇게 말이다. 나는 기술자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웃음)
10. 김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성동일: 눈물이 많다. 영화 속에서 나랑 중수(배성우 분)랑 멱살을 잡으며 감정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혼자 모니터를 보면서 우느라 컷을 못하고 있더라. 해병대 출신인데 마음은 되게 여리다. 정이 많아서 주변에 적도 없다. 가정적이고 부부애도 좋다. 일에 있어서는 미친 사람이다. 남의 영화 현장에 놀러 와서 술 먹고 갈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술을 전혀 안 마신다. 촬영 기간 내내 옷도 2벌인가 3벌 정도만 입고, 파마도 신경 쓰지 않기에 제일 좋은 머리라서 했다더라. 감아도 모르고 안 감아도 모르니까. 내가 아는 감독 중에 가장 미친 사람이다.
10. 김 감독과는 영화 ‘반드시 잡는다’(2017)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는데.
성동일: 나를 깔끔하게 써먹으려고 한다. 김 감독이 ‘반드시 잡는다’ 촬영 중 나에게 ‘모니터를 보다 보면 다양한 얼굴이 많은데 꼭 써먹고 싶은 얼굴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번도 표현 안 된 눈이 있다고. 그 눈을 써먹기 위해 ‘변신’에 불렀다고 했다. 그리고 ‘변신’을 촬영하면서도 새로운 눈을 봤다고 했다. 내 눈이 좋아서 계속 쓰고 싶단다.(웃음)
10. 다음 작품에도 함께 할 의향이 있나?
성동일: 이미 이야기했다. 뭐 하나 하자고. 뭐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감독이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든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 나를 위하는 역할을 줄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영화 ‘변신’에서 세 아이가 있는 집의 가장 강구 역을 연기한 배우 성동일./ 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국민 아빠’로 거듭난 배우 성동일. 그가 이번에도 세 아이가 있는 집안의 평범한 가장 강구로 분해 위기에 처한 가족들을 구하려 애쓴다.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담은 공포 스릴러 영화 ‘변신’(21일 개봉)에서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공포영화에 도전한 그는 특유의 코믹한 연기를 버리고 농밀한 부성애를 선보였다. 악마로 변신하는 모습에서는 섬뜩하리만큼 강렬한 눈빛으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모습의 성동일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10. 첫 공포 영화로 ‘변신’을 선택한 이유는?
성동일: 시나리오가 좋았다. 공포 영화이고 오컬트 물이지만 가족이라는 소재가 중심이라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아버지 역할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하려고 했던 작품이 취소돼서 스케줄이 맞아 출연하게 됐다. 하하.10. 악마의 존재에 대한 공포보다 가족과의 관계에서 올라오는 의심과 분노의 감정을 이용해 공포감을 조성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성동일: 나도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변신’은 지극히 현실적인 공포다. 가족의 모습으로 변신한 악마로 인해 갈등을 겪게 되지만 결국 다 자신의 이야기다. 밑도 끝도 없는 엉뚱한 이야기가 없다. 엄마는 ‘너, 어디서 반찬투정을 하냐’, 둘째는 ‘언니, 나 밉지?’ 이렇게 말이다. 모르는 사람이 망치를 들고 와도 무서운데, 아버지가 망치를 들면 얼마나 더 무섭겠나. 익숙함이 공포를 만드는 게 좋았다. 감독님도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하더라.
10. 평소 공포 장르를 좋아하나?
성동일: 특별히 좋고 싫어하는 장르가 없다. 공포 장르는 처음이지 않냐고 하는데 어떤 장르든 다 똑같다. 그냥 일이다. ‘변신’에서도 난 처음부터 끝까지 아빠이자 성동일이었다. 아, 물론 사극은 다르다. 여름에 갑옷 입는 건 싫더라. 수염을 접착제로 붙이니까 너무 간지럽다. 상투를 쓰면 머리도 아프다. 하하.
10. 악마로 변신했을 때 말이나 행동보다 눈빛이 무서웠다. 눈빛 연기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성동일: 눈빛에 특별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냥 무표정으로 있었다. 장르가 주는 분위기로 인해 무섭게 보였을 뿐이다. 만약 내가 무섭게 보이기 위해 일부로 과한 표정을 지었다면 오히려 더 어색했을 거다. 공포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보다 음악이나 효과 등 장르의 분위기가 주는 재미가 더 큰 것 같다. 연기는 시나리오가 튼튼하면 자연스레 나온다.
영화 ‘변신’ 스틸컷./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10. 그래서일까 작품마다 연기를 안 한듯한 연기가 당신 만의 특징 같다.성동일: 나는 이상하게 ‘연기하네’ 라는 소리가 듣기 싫다. 연극 같이 대사 전달을 위해 몸으로 크게 표현하고 목소리 톤을 과장되게 하는 연기가 연기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연기인 게 티가 나지 않는 연기가 잘한 연기라고 생각한다. 티 안 내고 거짓말 하는 게 가장 힘들다.
10. 현실 연기의 비결이 궁금하다.
성동일: 나도 젊었을 때는 보이는 연기를 했다. 눈에 잔뜩 힘을 줬고, 거추장스러운 행동들도 많았다.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튜닝을 많이 하면 배달 오토바이만도 못하듯, 가장 좋은 차 사용법은 처음 상태를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거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장치로 보여주던 잡스러운 액세서리들을 빼야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지금의 나도 그러한 과정 속에 있다. 연기의 완성은 없으니까.10. 자신을 왜 연기자가 아니라 ‘기술자’라고 표현하는가?
성동일: 나는 특별히 선호하는 역할도, 싫어하는 역할도 없다. 배역의 크기도 신경 쓰지 않는다. 스스로 연기 기술자로서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요즘 부쩍 액션을 많이 한다’고도 하더라. 액션을 할 수 있는 역할이 들어오니까 하는 거다. 공포영화도 마찬가지다.
10.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성동일: ‘미스터 고’(2013)의 시사회를 중국에서 한 적이 있다. 그 때 가장 놀랐던 게 한국 관객들과 중국 관객들의 웃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나라마다의 정서가 틀리기 때문일 거다. 중국만 해도 그런데 할리우드는 더 하지 않겠나. 내가 할리우드의 비싼 자본을 들여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다. 아마 배경의 꽃보다도 못할 거다. 한국이 나 같은 배우가 살기엔 좋다. 하하.
성동일은 “장치로 보여주던 잡스러운 액세서리들을 빼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고 말했다./사진제공=(주)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10. 김홍선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성동일은 감독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배우’라고 정의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성동일: 나는 감독한테 말대꾸를 한 적이 거의 없다. 감독들은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까지 몇 년 간을 준비한다. 시나리오도 적어도 1000번은 볼 거다. 나는 시나리오 전체를 2번 이상 안 읽는다. 그렇기에 영화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감독이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혼자 어떻게 해보겠다고 튀어나오면 전체적인 톱니바퀴가 안 굴러간다. 연기 톤을 맞출 때도 감독에게 퍼센트(%)로 알려달라고 한다. ‘감정을 30퍼센트 더 올려주세요’ 이렇게 말이다. 나는 기술자니까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웃음)
10. 김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성동일: 눈물이 많다. 영화 속에서 나랑 중수(배성우 분)랑 멱살을 잡으며 감정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혼자 모니터를 보면서 우느라 컷을 못하고 있더라. 해병대 출신인데 마음은 되게 여리다. 정이 많아서 주변에 적도 없다. 가정적이고 부부애도 좋다. 일에 있어서는 미친 사람이다. 남의 영화 현장에 놀러 와서 술 먹고 갈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데, 촬영에 들어가면 끝날 때까지 술을 전혀 안 마신다. 촬영 기간 내내 옷도 2벌인가 3벌 정도만 입고, 파마도 신경 쓰지 않기에 제일 좋은 머리라서 했다더라. 감아도 모르고 안 감아도 모르니까. 내가 아는 감독 중에 가장 미친 사람이다.
10. 김 감독과는 영화 ‘반드시 잡는다’(2017)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는데.
성동일: 나를 깔끔하게 써먹으려고 한다. 김 감독이 ‘반드시 잡는다’ 촬영 중 나에게 ‘모니터를 보다 보면 다양한 얼굴이 많은데 꼭 써먹고 싶은 얼굴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 번도 표현 안 된 눈이 있다고. 그 눈을 써먹기 위해 ‘변신’에 불렀다고 했다. 그리고 ‘변신’을 촬영하면서도 새로운 눈을 봤다고 했다. 내 눈이 좋아서 계속 쓰고 싶단다.(웃음)
10. 다음 작품에도 함께 할 의향이 있나?
성동일: 이미 이야기했다. 뭐 하나 하자고. 뭐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감독이기 때문에 어떤 작품이든 나에게 해가 되지 않는, 나를 위하는 역할을 줄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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