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MBC ‘같이 펀딩’ 첫회 방송 화면 캡처.

배우 유준상의 ‘태극기함 제작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평생 기억될 태극기 함을 만들겠다는 유준상의 눈빛은 단단했다. 태극기에 숨겨진 가치와 의미가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8일 MBC 새 예능프로그램 ‘같이 펀딩’이 베일을 벗었다. ‘같이 펀딩’은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시청자들과 함께 실현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유준상의 태극기함 제작, 노홍철의 소모임, 유인나의 오디오북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진행되며 펀딩은 방송 후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이뤄진다.이날 방송에선 MC 유희열, 장도연과 프로젝트 진행자 유준상, 유인나, 노홍철이 ‘같이 펀딩’ 아지트에 모였다. 이들은 반가워하면서도 이내 서로를 공격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유준상은 “이제 ‘무한도전’ 힘빨은 없다”며 ‘같이 펀딩’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를 저격해 모두를 당황케 했다. 이어 유준상은 “‘놀면 뭐하니?’를 봤는데 여러 사람에게 의지하더라”면서 “그래도 아직은 (김태호 PD에게) 얻어먹을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출연진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장도연은 “영화 ‘귀향’을 봤는데 그 작품이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됐다더라. 소비자가 같이 참여한다는 게 특이했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시청자들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거라고 알고 있다. 작은 힘들이 모여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유준상이었다. 유준상은 “나는 전생에 독립투사였을 것”이라며 “결혼할 때 태극기를 걸고 결혼하고 싶었다”며 삼일절에 결혼하게 된 사연을 고백했다. 이어 유준상은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해 봤다”며 “예전에는 태극기들이 집집마다 보관되어 있었는데 요즘에는 태극기를 게양하는 집이 거의없다. 태극기가 모두의 마음에 펄럭이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태극기함 제작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그의 첫 번째 조력자는 아내 홍은희였다. 6월 6일 현충일, 유준상과 홍은희는 “태극기를 얼마나 게양했는지 보려 한다”며 직접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이들은 태극기를 게양한 집을 방문해 인터뷰를 했고, 생각보다 많이 걸려 있지 않은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MBC ‘같이 펀딩’ 방송 화면 캡처.

며칠 뒤, 유준상은 서울 은평구 진관사에서 역사 강사 설민석을 만났다. 설민석은 태극기함을 만들기 전에 태극기의 가치부터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는 실재하지 않는다. 만질 수도, 대화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국가는 수많은 선조들과 이 땅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의 약속과 신뢰이며 만져지지 않는 국가의 상징물이 태극기”라며 “태극기란 이 땅을 살아온 선조들의 얼과 구성원들의 염원이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또한 설민석은 태극기의 변천사를 들려주며 “태극기는 자주독립 의지와 화합과 통일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태극기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설민석은 불교계에서 은밀히 독립 운동을 펼쳤던 초월스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초월스님이 기차에 ‘대한독립만세’ 메시지를 남기기 위한 거사를 기획했고, 광복 1년을 남기고 순국했다고 전했다. 이어 초월스님에 대한 기록이 전부 사라져 역사 속에 기억되지 못했다고 하자 유준상을 비롯한 출연진은 눈시울을 붉혔다.

특히 설민석은 10년 전, 진관사 칠성각을 리모델링하던 중 우연히 보따리 하나가 발견됐고, 그 안에 독립운동에 관한 17개의 문건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 보따리를 싼 천은 태극기였고, 이는 초월스님이 일장기 위에 덧대어 그린 것으로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냈다.칠성각으로 이동한 유준상과 설민석은 법해 스님을 만나 초월스님의 업적과 보따리가 어떻게 발굴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일장기 위에 그려진 태극기를 직접 본 유준상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준상은 “일장기 느낌이 난다. 거기에 태극기를 그렸을 스님의 마음이 떠올랐고, 보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VCR을 보던 유인나도 “올해 처음 운 것 같다”며 “태극기를 보여주기 전부터 마음이 떨렸다”고 털어놨다.

칠성각을 나온 설민석은 유준상에게 자신의 4살짜리 아들이 그린 태극기를 보여주며 “의미 있는 태극기함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유준상은 “평생 기억될 태극기함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MBC ‘같이 펀딩’ 방송 화면 캡처.
‘같이 펀딩’ 첫회는 유준상이 태극기함을 만들려는 이유와 태극기에 담겨진 의미들을 짚었다. 특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태극기의 숨겨진 가치와 수많은 선조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일장기 위에 그린 태극기와 그 태극기로 감싼 독립운동 문서들에서는 초월스님의 간절한 마음이 오롯이 느껴져 더욱 뭉클하게 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너무 감명 깊었다”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가치 있는 프로그램” “태극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유준상 태극기함 펀딩’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1만 개의 1차 예약 수량이 모두 판매됐다. 추가 펀딩 요청이 쇄도하자 ‘같이 펀딩’ 측은 “2차 펀딩을 앞당겨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일정은 디자이너 및 생산업체와 다시 논의하여 빠른 시일 내에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같이 펀딩’은 국민들에게 잊고 살았던 태극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단순히 웃고 떠드는 예능이 아니라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김태호 PD가 MBC ‘무한도전’ 독도 특집, 무한상사 등에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자 했던 기획들이 ‘같이 펀딩’에서 날개를 달았다.

유준상의 태극기함 제작 프로젝트는 시작일 뿐이다. 이후에는 노홍철의 소모임과 유인나의 오디오북 펀딩이 진행된다. 내년이면 30주년을 맞는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DJ 배철수와의 협업도 진행 중이다. 물론 펀딩 아이템에 따라 참여율의 편차는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공감도가 높은 아이디어를 계속 가져온다면 시청자들의 참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미와 사회적 가치를 모두 잡는 착한 예능 ‘같이 펀딩’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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