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조정석은 SBS 드라마 ‘녹두꽃’에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동학군이 된 백이강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지금도 대화하면서 연기하는 나를 발견하네요. 하하.”

SBS 드라마 ‘녹두꽃’ 종영 후 만난 조정석은 에피소드를 털어놓으며 재연하는 자신을 알아차리곤 웃었다.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이 드라마는 조정석에게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시청률은 아쉬웠을지 몰라도 조정석은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녹두꽃’을 하고 있는 자체가 뜻깊다고 생각했다. 한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자신만의 특출난 능청스러움을 자랑해왔던 조정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기회가 열린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도 제가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할지 저도 모르잖아요. 변주와 도전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10. 드라마를 잘 마친 소감은?
조정석: 아주 시원하다. 작품이 끝나면 아쉽기도 한데 이 작품은 섭섭한 게 하나도 없다. 꽤 긴 사극이 보통이 아닐 거라 생각하며 단단히 마음을 먹고 들어갔는데 현장이 수월했다. 좋은 사람들과 같이 하니 참 좋았다.

10. 동학농민운동을 다뤘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로 남았을 것 같다.
조정석: 활자로만 접했던 일을 드라마를 통해 그 시대를 직접 살아보니 더 흥미로웠고 의미 있었다. 제작진도 고증에 신경을 썼고 저 또한 공부하면서 촬영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도 국사를 좋아했다. 전봉준 장군님이 흥선대원군과 어떤 유대관계가 있어서 도움을 받았을까 알아봤더니 (전봉준 장군이) 흥선대원군의 식객 중 한 명이더라.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도 알게 됐다.

10.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우려가 있었다. 이야기가 정해져있다는 데 한계점을 느끼진 않았나?
조정석: 사극은 대부분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로 만들지 않나. 오히려 전봉준 장군이 주인공이 아니라 백이강, 백이현, 송자인 등 그 시대를 살았을 법한 가상인물의 시각에서 드라마가 흘러간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백이강이라는 인물을 만들 때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표현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10.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어땠나?
조정석: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는 처음이라 어느 정도 부담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입에 붙어서 사투리라는 경계가 없어졌다. 난 완전히 서울사람인데 전라도 분들이 종종 칭찬을 해주시니 뿌듯했다. 전라도 방언만의 뉘앙스까지 파악할 정도였다.(웃음) ‘생각하는 것만큼 억양이 심하지 않다’는 접근이 좋았던 것 같다.

드라마 ‘녹두꽃’ 스틸. /사진제공=SBS

10. ‘거시기’에서 백이강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의 변화를 시청자들이 수긍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했다. 어떻게 당위성을 끄집어냈나?
조정석: 연기로 누군가의 공감을 끌어내려면 내가 먼저 캐릭터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역할에만 몰입하고 있어서인지 백이강의 변화 과정이 그대로 와 닿았다. 내가 느낀 그대로를 열심히 디테일하게 파고들었다.10. 달라진 캐릭터의 전후를 표현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조정석: ‘보여줘야 한다’보다 ‘보여지는 것’이라고 접근한다. (백이강으로서)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이고 울컥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디테일한 부분의 표현까지는 배우로서 나의 선택이지만 그 과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표현하려 했다. 포인트를 두기보다 자연스럽고 무던하게 변하길 원했다.

10. 황토현 전투, 황룡강 전투, 우금치 전투 등 전투 장면을 찍을 때는 어떤 마음이었나? 울컥하기도 했을 것 같다.
조정석: 엄청 그랬다. 같이 고생했던 동료의 죽음을 본다는 게 그랬다. 게다가 거시기에서 백이강으로 거듭나면서 책임감이 강해지는데, 나도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생겼다. 드라마 중후반 백이강이 가져가는 폭발적인 감정이 있다. 어머니에게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얘기하면서 우는 장면이라든지 전투에서 몇 번 진 후 해산을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민중의 의견을 들으려고 연설하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확 와 닿았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울컥울컥한다. 그 만큼 이 역할과 이야기가 주는 힘이 배우로서 내게도 많이 전달됐다.

10. 기억에 남는 전투신이 있나?
조정석: 전투 장면은 다 기억에 남는데…아, 황룡강 전투. 촬영 때 내 오른쪽에 심어놓은 포탄이 있었는데 터지면서 파편이 날아와 크게 한 번 다칠 뻔했다. 오른쪽 귀와 얼굴을 강하게 때렸다. 연기에 집중하면 다쳐도 아픈 줄 모를 때가 있는데 그 땐 정말 아팠다.(웃음)
‘열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연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라는 배우 조정석. /사진제공=잼엔터테인먼트

10. 녹두장군 역의 최무성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조정석: 종종 있는 짧고 간결한 대사들이 백이강으로서 나의 가슴을 후벼 팔 만큼 묵직했다. 개인적으로는 코미디 합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좀 근질근질하셨을 거다.(웃음)

10. 한예리와의 호흡은?
조정석: ‘녹두꽃’을 하기 전부터 배우 한예리를 좋아했다. 연기해보니 감정의 폭이 큰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을 더 끄집어내라든가 혹은 참으라든가 하는 얘기가 필요 없을 정도로 내재된 감정을 폭발적으로 쏟아낼 때도 있고 꾹꾹 참을 때도 있다. 섬세한 배우다.10. 드라마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많이 했는데 ‘녹두꽃’을 통해 드라마에서의 역량도 확장된 것 같다.
조정석: 변주를 많이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나로서는 변주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많을수록 좋은 건데 ‘녹두꽃’은 그런 기회를 더 열어준 작품이다.

10.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도 출연한다. 의사 역할은 처음이지 않나?
조정석: 처음이다. 신원호 감독님, 이우정 작가님과 만나서 해보고 싶었는데 같이 해서 좋은 시너지를 내고 싶다. 곧 개봉할 영화 ‘엑시트’를 잘 마무리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해볼 생각이다.

10. 아내인 가수 거미는 출연작들을 잘 봐주나?
조정석: 매 작품 재밌게 봐주는 한 사람이다. 이번에는 지연 씨(거미 본명)도 전국투어 때문에 바빠서 다른 때보다 제 드라마 얘기를 많이 못 했다. 사실 되게 잘한다. 집에서 있으면 무슨 얘기 하겠냐. 그런 얘기하지.(웃음)

10. 얼마 전 거미가 예능에 나와 결혼을 추천한다고 했다. 본인도 강력 추천하나?
조정석: 둘 다 ‘추천합니다!’라고 하면 결혼 홍보대사 같지 않나. 그냥 추천한다.(웃음)

10.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자신의 어떤 얼굴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나?
조정석: 예상치 못한 내 얼굴을 발견할 때 좋다. 예를 들어 그윽한 눈빛 연기를 했을 때 ‘내가 저렇게 그윽했나’, 분노에 가득 찬 얼굴을 했을 때 ‘귀까지 빨개졌구나’하는 것처럼 말이다. 카메라에 담긴 내 얼굴은 나중에 보게 되지 않나. 그 때 희열을 느낀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