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태유나 기자]
영화 ‘걸캅스’에서 강력반 꼴통 형사 조지혜 역을 연기한 배우 이성경./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신비로운 갈색 눈동자가 매력적인 모델 이성경은 2014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연기자로 정식 데뷔했다. 이후 MBC ‘여왕의 꽃’으로 단번에 주연을 거머쥔 그는 tvN ‘치즈인더트랩’, SBS ‘닥터스’, MBC ‘역도요정 김복주’ 등을 통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어 ‘레슬러’로 스크린에 첫 발을 내디뎠고 두 번째 영화 ‘걸캅스’로 스크린 주연까지 꿰찼다. 그만큼 부담감과 책임감이 막중해졌다는 이성경. 이제는 연기로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란다.

10. 첫 스크린 주연 작으로 왜 ‘걸캅스’를 골랐어요?
이성경: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저와 유머코드가 맞았어요. 영화 자체의 유쾌함도 좋았고요. 무엇보다 라미란 선배님이 상대배우라는 걸 알고 바로 출연을 결심했죠. 선배님만의 에너지가 참 좋다고 생각해서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10. 실제로 만난 라미란은 어떤 선배였어요?
이성경: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챙겨주시고 친구처럼 대해주셨어요. 오히려 제가 표현을 많이 못했죠. 좋은 후배가 되고 싶은데 어떤 걸 좋아하고 싫어할지 몰라서 많이 긴장했거든요. 파트너 배우로서도 제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럴 때면 라미란 선배님이 먼저 다가오셔서 조언도 해주시고, 긴장도 풀어주셨어요.

10. 발랄하고 통통 튀는 이미지라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인 줄 몰랐어요.
이성경: 너무 안 그렇게 생겼죠? 호호. 밝을 때는 밝고, 차분할 땐 차분한 성격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유쾌한 장면이 많다 보니 촬영 현장에 올 때 의식적으로 밝게 행동한 부분도 있어요. 몸이 안 좋을수록 일부러 더 많이 웃었거든요. 그러다가도 ‘나의 밝음이 누군가에게는 거슬리지 않을까’ 하면서 눈치도 많이 보고요. 잘하고 싶은 마음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10.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봤을 때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이성경: 지금은 단점밖에 안 보여요. 주연에 대한 책임감으로 고민이 많아지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리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배우는 감성을 가져야 하는 직업인데???.(웃음)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요즘에는 좋아하는 뮤지컬도 보고, 카페도 가면서 제 나름의 감성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한편으로는 이런 시기가 배우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걸캅스’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영화 소재가 성범죄, 클럽, 마약 등 최근 연예계에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과 유사해 화재가 됐어요.
이성경: 개봉 시기가 우연히 맞물렸을 뿐 예전부터 만연해 있던 범죄에요. 영화 기획은 3년 전부터 했고, 촬영도 작년에 다 끝냈으니까요. 저도 영화를 찍기 전에는 ‘이런 문제들이 있구나’ ‘이런 기사가 났네’ 정도로만 생각했다가 촬영을 하면서 문제의식을 갖게 됐어요. 관객들도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10. 개봉 전부터 영화가 남성 혐오적인 시선이라는 논란도 있었죠. 촬영 당시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나요?
이성경: 그런 논란이 생길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무겁게 다뤄질 수 있는 소재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좋았거든요. 남성 혐오적인 시선이나 남녀 갈등을 야기하는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시원하고 통쾌한 오락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10. 드라마와 영화 모두 주연을 맡아봤잖아요. 각각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요?
이성경: 드라마는 회가 거듭될수록 시청자들의 즉각적인 반응과 응원,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영화는 모든 걸 다 준비한 다음 공개하기 때문에 좀 더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 커요. 예전에는 드라마가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찍어보니 영화만의 매력이 또 있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영화, 드라마 구분 없이 좋은 작품,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10. 좋은 작품의 기준이 뭘까요?
이성경: 전달하고자 하는 게 명확한 작품이요. 그것이 공감이든 웃음이든 교훈이든 뚜렷한 색깔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10. 작품 활동이 없을 때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요?
이성경: 예전에는 쉬는 날에도 하루 종일 움직였어요.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할 것 같았거든요. 일어나자마자 운동하고, 영어 공부 하고, 문화생활도 하고요. 지금은 그런 생각을 조금 내려놨어요. 하루 이틀 정도는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서 쉴 필요도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웃음)10. 평상시에도 운동은 꾸준히 하나 봐요.
이성경: 매일 1시간 이상은 해요. 제가 보기와 다르게 먹는 양이 어마어마하거든요. 호호. 일을 할 때는 최대한 건강한 음식들로 챙겨먹지만 가끔씩 폭주 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먹은 만큼 더 많이 운동하죠.

10.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이 있는 건가요?
이성경: 다이어트보다 건강에 대한 강박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건강해야 연기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10. 건강을 특별히 신경 쓰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이성경: 2016년에 드라마 세 편을 연속으로 찍은 적이 있어요. 1년 내내 쉴 틈 없이 촬영하고, 다음 작품을 준비했죠. 그러다 보니 생활 리듬이 깨지고 잠자는 시간도 불규칙해져서 없던 알레르기가 생겼어요. 얼굴도 자주 붓고, 쓰러질 거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조금만 쉬면 회복됐는데 이제는 그럴 나이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호호.
배우 이성경은 “연기로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고3때까지 피아노 전공으로 음대를 준비하다 갑자기 모델로 데뷔를 했어요. 이유가 뭔가요?
이성경: 처음 모델을 권유한 분은 부모님이셨어요. 저도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죠. 경력도 전혀 없었으니까요. 부모님은 제가 워낙 밝고, 끼도 많아보여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려 했던 것 같아요. 피아노 앞에만 앉아있기에는 제가 흥이 많아 보였다나요.(웃음) 나가만 보라기에 저도 ‘설마 되겠어?’ 하는 생각으로 재밌게 놀다 왔어요. 오히려 그런 모습을 귀엽게 봐주신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모델을 하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었는데 교육을 받다보니 너무 즐겁더라고요. ‘이렇게 재밌는 일이 직업이라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10. 피아노를 그만둔 데 대한 아쉬움은 없었어요?
이성경: 처음에는 아쉬운 마음도 컸죠. 손가락이 예전만큼 움직이지 않으면 마치 내 기능 중 하나가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모델 일을 하면서 배우라는 꿈이 생겼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에 지금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0. 배우로서의 목표는 뭔가요?
이성경: 지금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여드렸는데, 앞으로는 좀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로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10. 그만큼 다음 작품 선택도 신중해질 것 같은데요.
이성경: 내용이 재미있다고 무작정 선택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이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어떤 걸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니까요.

10. 올해 계획은요?
이성경: 지금까지 제 삶을 돌이켜보면 생각했던 대로 이뤄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웃음)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보다 지금을 즐기고, 최선을 다해 살고 싶어요.

태유나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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