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배우 홍서영./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홍서영은 앞으로가 더 궁금한 배우다. 화려한 외모 안에 강인함과 섬세함, 천진함까지 품고 있다.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2016) ‘나폴레옹'(2017) 등에 이어 tvN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2017, 이하 ‘그거너사’)에 톱스타 역으로 발탁되는 등 짧은 기간에 굵직한 작품에 출연했던 홍서영. 지난해에는 OCN ‘작은 신의 아이들'(이하 ‘작신아’)에서 강지환의 동생으로 짧지만 강렬하게 등장했고 단막극과 웹드라마에도 잇달아 출연했다. 올해에는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로 2년 만에 무대에 선다. 데뷔 당시 400대1의 경쟁률을 뚫으며 쏟아진 기대와 칭찬 세례에도 들뜨지않고 연기 폭을 넓히며 성장하고 있는 홍서영을 만났다.

10. 차기작 ‘신흥무관학교’에서 독립군 투사 역을 맡았는데 설 인터뷰를 위해 한복을 입어서 어색하지는 않나?홍서영: 총을 들고 연습하다가 한복을 입고 하트를 그리니까 새로운 느낌이다. 하하. 원래 낯도 가리고 털털한 성격이다. 이전에도 한복을 잠깐 입었는데, 다들 예쁘다고 해주셔서 뿌듯하긴 했지만 실은 안에 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그 정도의 어색함은 있지만 재미있게 촬영했다.

10. 웹드라마 이후 활동이 뜸해서 아쉬웠다. ‘신흥무관학교’에서 맡은 인물은?

홍서영: 독립군 나팔 역을 맡았다. ‘좀 예민해도 괜찮아’가 끝난 뒤 사전제작 드라마 ‘절대그이’를 찍고 몇 주 쉬다가 ‘신흥무관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초연을 직접 봤던 작품이다. 좋은 작품이라고 진작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함께 하게 돼서 기쁘다. 안무 선생님도 그렇고, 나팔 역이 잘 어울릴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남장 여자인데, 극중 설정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씩씩한 독립군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10. 독립운동가라고 했을 때 배우 홍서영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홍서영: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일제에 맞서 싸운)많은 독립운동가가 있다. 역사책에는 등장하지 않는 독립운동가들도 정말 많을 거다. 그 중 한 명으로 내가 나온다니… 설렘도 크지만, 무엇보다 책임감이 크다. 그래서 대사도 진짜 많이 보고 있다. 말이 많은 역할은 아닌데 고민이 많다. 초연 때와는 다르게 이번엔 안무가 더 화려하게 바뀌고 무술도 많이 들어간다. 머릿 속에서는 스턴트맨처럼 잘 하고 있는데 그만큼 몸이 안 움직여서 열심히 하고 있다. ‘이게 춤이 맞아?’ 할 정도로 웨이트급의 동작이 많이 들어간다. 총을 들고 보여주는 거라서 멍도 많이 들고 피 땀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무엇보다 재미가 있다.

홍서영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독립군을 연기하면서 책임감이 커졌다”고 설명했다./이승현 기자 lsh87@
10. 아직 3년 차인데 강렬한 역할을 많이 맡았다. ‘그거너사’에서는 톱스타 채유나, ‘좀예민’에서는 할 말 다하는 걸크러시, ‘작신아’에서도 짧지만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홍서영: 그랬다. 물론 내 역할이라서 특별하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주로 연기한 것 같다. ‘작신아’에서는 내가 살해를 당하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서 두 주인공인 강지환, 김옥빈 선배님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절대그이’에서도 사연 많은 캐릭터를 보여드릴 것 같다. 대저택의 재벌 상속녀 역이다.

10. ‘그거너사’의 채유나는 기존의 톱스타 역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보통 톱스타라고 하면 까칠하고 목소리가 높아지지 않나?홍서영: 그렇다. 데시벨을 좀 낮췄다.(웃음) 내가 생각해도 ‘톱스타’라고 하면 까칠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그걸 조금 바꿔 보고 싶었다. ‘이거 말고 뭐가 더 없을까?’ 해서 감독님과 많이 상의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사실 감독님께 ‘너 왜 그렇게 하니?’라는 말을 좀 들었는데 나중에는 ‘네가 생각하는 게 맞는 거다’라고 해주셨다. 나와 대립하는 상대 역이 고등학생인데 유나는 성인이었다. 이미 센 연기를 하는데 거기서 톤을 더 올리면 안될 것 같았다. 어른스럽게 대해주는 것만으로도 암묵적인 압박이 있을 것 같기도 했고.(웃음) 유나는 그렇게 조금씩 열어둔 캐릭터였다.

10. 원래 열어두고 연기를 하는 편인가?

홍서영: 모르겠다. ‘좀예민’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감독님이 ‘나도 공부하고 있는 주제이니 함께 공부하면서 해보자’고 말씀하시면서 배우면서 찍어간 작품이었다. 나는 할 말 다 하는 대학생 채아 역할을 맡았는데, 채아가 화장을 안 하는 캐릭터다. ‘나, 화장 안 해도 괜찮아’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감독님께 ‘나, 화장 안 해도 좋아’로 바꿔도 되느냐고 물었다. ‘~해도 괜찮아’라는 표현은 조금 자기위로 같이 느껴져서 채아답지 않았다. 감독님도 ‘그게 더 좋은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10. 강한 캐릭터에 많이 나왔다. 그에 비해 고전 텍스트에 기반한 뮤지컬은 표현하기가 답답하지는 않나? 데뷔작에서 ‘시빌 베인’ 역은 사랑 때문에 죽는 역할이었다.

홍서영: ‘고전의 미’가 있다. 시빌 베인이 갑자기 죽는 장면을 찍을 때 좀 당황했는데, 연출 선생님이 ‘일단 죽어. 그리고 네가 다시 태어나는 거야’라고 설명해주셨다. 2막에서 상반된 캐릭터로 동생이 나서서 언니의 복수를 해준다. 지금이야 사랑 때문에 죽는 인물은 없겠지만, 그때만의 매력이 있다. 요즘은 거기서 변화돼 다양한 인물들도 많이 나오고. 그런 면에서 계속 재해석되는 뮤지컬의 매력이 정말 크다.

10. 뮤지컬에서 보여주는 에너지가 있고, 단막극 ‘나쁜가족들’ 등에서 보여준 섬세한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무대 위와 카메라 앞, 자신은 어디에 더 매력을 느끼나?

홍서영: 원래 미디어 쪽 연기는 전혀 생각을 안 해봤다. 연기라고 하면 뮤지컬밖에 생각을 못했으니까. 드라마 오디션에 붙고 행복했지만 ‘이게 내가 했던 연기 색깔은 아닐 텐데?’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동기들이 ‘거짓말만 하지마’라고 조언해주면서 도와줬다. 대본 지문에 ‘운다’라고 씌어 있는데 진심으로 슬퍼하면 되지 눈물이 나오지 않는데 거짓말로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최대한 거짓말만 하지 말자’고 시작했는데 ‘그거너사’의 김진민 감독님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옆에서 조곤조곤 얘기를 해주시는데 갑자기 슬퍼지고 모든 게 유나의 시점으로 확 돌아갔다. 김 감독님은 정말 마법 같은 분이시다. 그때 처음으로 매체 연기도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됐다.

10.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는데, 연기를 하게 된 계기는?

홍서영: 어렸을 때 꿈은 아이돌이었다. 이 얘기 하면 다들 ‘풋’하고 웃더라.(웃음) 앞서 말했지만 소심한 성격이었다. 한림예고 실용음악과를 다녔는데, 친구의 손에 잡혀서 갔던 대학 입시학원에서 뮤지컬 영상을 접하고 연기를 알게 됐다.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걸 안 순간 바이킹을 타는 것처럼 배가 간질간질해졌다. 정말 열심히 입시준비를 하게 됐다.

홍서영은 뮤지컬과 연기를 알게 된 때 “바이킹을 탄 것처럼 배가 간질간질해졌다”고 했다./이승현 기자 lsh87@

10. 아이돌 계획은 이제 없는 건가? (웃음)

홍서영: 음, 없는 것 같다. (웃음) 참, 뮤지컬 때문에 머리를 자르고 학교에 가니까 교수님이 “머리 자른 거 너무 잘 어울리니까 ‘프로듀스101 2’ 나가라. 워너원이 될 생각 없니?”고 하시더라. 우스갯소리로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조금 설레긴 했지만… 일단 뮤지컬과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 아이돌로 시작된 내 마음의 방향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 게 아닐까.

10. 학교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실제 홍서영은 어떤 친구인가? 평소 성격이 궁금하다.

홍서영: 이게 정말 최고의…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정말 누구지?’까지 간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되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보았다. 한없이 내성적인 홍서영도 있고, 갑자기 우악스러워지는 홍서영도 있고. 결국 이 모든 게 나인 것 같다. ‘좀예민’의 채아가 부당한 것에 대해 대신 말해주는 친구이지 않나. 그걸 하고나서 많은 분들이 ‘실제 성격이 채아와 비슷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채아는 친구를 위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채아가 나는 아니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채아처럼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누군가에게는 그대가 채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해줬다. 내 주위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으니까.

10. ‘그대’라는 말을 썼는데, 일상에서 자주 들을 수 없는 표현이라 인상적이다. (웃음)

홍서영: ‘그대’라는 말이 참 따뜻한 말인 것 같아서 좋아한다. 부모님이 서로에게 자주 사용하는 호칭이기도 하다. ‘그대가 그러셨잖아요’ ‘그대가 헤어드라이기 가지고 와줄 수 있어요?’ 이러신다. 하하. 이런 말을 하면 부모님의 사이를 칭찬하지만, 실제로는 열정적으로 싸우는 분들이기도 하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고 평소에도 ‘그대’라는 말을 보거나 들으면 좀 안심이 된다. 그 사람과 나의 이름이 없어진 채 이어지는 묘한 따뜻함이 있어서 좋아하는 단어다.

10. 책은 어떤 걸 주로 읽나?

홍서영: 류시화의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 박준 시인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이런 시집들을 읽으면서 그런 말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책을 읽고 난 후 세상 누구든 귀한 사람이고 어느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 2016년 ‘400:1의 기적의 소녀’라는 수식어를 받다가 ‘그거너사’에 바로 나왔다. 갑자기 주목받으면서 연기를 시작해 부담이 많았을 텐데.

홍서영: 그때는 무서울 정도로 감사했다.(웃음) 들뜨기 보다는 배우느라 바빴던 시간이었다. 부담도 컸지만 그때 부쩍 내가 성장했단 걸 느꼈다. 항상 버스를 타거나 걷는 뚜벅이에, 소속사도 없는 내가 갑자기 발탁된 된 거였으니까. 인간 홍서영으로서도, 배우 홍서영으로서 아직 어릴 때였는데 많은 선배들의 도움을 받았다. 내가 캐스팅될 줄도 몰랐고, 무대가 그렇게 클 줄도 몰랐던 때였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에 도전하게 됐고,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10.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나.

홍서영: 음, 별의 별 게 다 해보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오빠랑 총싸움을 하면서 놀았다. 총 드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번에 ‘신흥무관학교’에서 하게 돼서 참 좋다. 나팔 역이 끝나면… 법정 변호사도 해보고 싶고. 그냥 별의 별 거 다 해보고 싶다.

10. 축구를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축구부 주장은 어떤가?

홍서영: 좋은 것 같다. 좋다. 농구부 주장도 해보고 싶다. 나를 써주신다면.

10. 새해 계획이 궁금하다.

홍서영: 지난해에 ‘열일’ 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 해에는 꽉꽉 채워서 열심히 일하겠다. 참, 무엇보다 새해에는 다들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몸도 마음도. 세상 사람들 다 행복한 길 걸으면 소원이 없겠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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