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기묘한 가족’에서 소심한 주유소집 장남 준걸 역으로 열연한 배우 정재영.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좀비물을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이 작품이 더 신선할 거예요. 좀비를 모르는 순수한 농촌 사람들, 좀비에 물리면 회춘한다는 설정 등이 기존 좀비물에 변주를 준 포인트죠. 유머러스하게 풍자했다고 볼 수 있어요.”

배우 정재영은 오는 13일 개봉하는 영화 ‘기묘한 가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기묘한 가족’은 충청도 한 마을의 주유소집 삼남매 아버지가 좀비에게 물린 후 회춘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정재영은 주유소집의 어리바리한 첫째 아들 준걸 역을 맡았다. 그는 “좀비물을 엄청 좋아한다”면서 “좀비는 바이러스 부작용으로 변이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과학적 측면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기묘한 가족’은 색다른 방식의 코미디죠. 외국에서도 좀비를 소재로 한 코미디는 별로 없어요. 코미디란 기존의 것을 비트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생소했던 좀비라는 소재에 대해 이제는 비틀 수 있게 됐다고 봐요. 정착되기도 전에 비트는 것부터 하면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영화가 허구라고 해도 리얼리티가 가미되기 때문에 관객들도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영화 ‘기묘한 가족’의 한 장면.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재영은 이번 영화를 통해 충청도 사투리 연기에 처음 도전했다. 그의 능수능란한 사투리 연기는 엉성하면서도 구수한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정재영은 “사투리 연기할 생각에 걱정이 많았다”고 밝혔다.“장르와 캐릭터에 맞게 사투리의 강도를 조절하는 게 어려웠어요. 다른 식구들보다 제가 사투리의 강도도 더 세요. 실제로 충청도 분들 중에 그 정도로 쓰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영화에서 허용되는 리얼리티 안에서 수위를 정했어요. 잘한 건지 아닌지에 대해 다수결로 판결 받을 때가 오니 긴장되네요.”

정재영이 상업영화로 관객들과 만나는 건 4년 만이다. 1996년 데뷔 후 연극과 영화를 주로 했지만 드라마는 2015년 ‘어셈블리’가 처음이었다. 이후 ‘듀얼’(2017) ‘검법남녀’(2018)로 시청자와 만났다. 정재영은 오랜만의 상업영화에 대해 “동료배우들과도 가족처럼 지내며 재밌게 찍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드라마는 촬영 스케줄이 빡빡해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어셈블리’ 때 용기 내서 해본 거죠. 연극이나 영화만 하다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게 겁났는데, 이것도 마음가짐의 문제인 것 같아요. 드라마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스케줄이 빠듯한데도 촬영하고 바로 편집하고, 어떤 면에서는 영화 이상이더라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반성했어요.”
정재영은 “아파서 술을 끊었는데, 살이 안 찌니 주위에서 오히려 아픈 게 아니냐고 걱정한다”며 웃었다.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정재영은 “건강을 위해서 술도 끊었다. 햇수로 2년 됐다”고 밝혔다.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를 찍은 후 한 달 동안 고열에 시달렸는데, 의사도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는 것. ‘신기전’ ‘듀얼’을 촬영할 때도 같은 증상을 겪었다.

“고열을 앓고 건강에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술을 많이 마신 것도 고열의 원인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실 술을 끊으면 힘들 줄 알았는데 오히려 괜찮더라고요. 사람들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제일 좋아해요. 회식 자리에는 적당히 있다가 센스 있게 먼저 빠져줍니다. 하하. 건강하게 오랫동안 연기해야죠.”

배우로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이렇게 답하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죠. 일도, 인생도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좋은 쪽으로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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