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작가]
그윽하면서도 치기가 느껴지고, 야릇하면서도 해맑고…. 그의 눈빛에서는 양립할 수 없는 단어들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 눈빛만으로 이미 판타지였다. 신비한 동물들도 자못 매력적이지만, 그 눈빛에 오롯이 빠져들었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2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라는 제목에도 뉴트의 이름은 없다. 그래도 나에게는 ‘해리 포터’처럼 ‘뉴트 스캐맨더’가 제목 속에 실려 있다.1927년 뉴욕, 미국 마법부에 붙잡힌 그린델왈드(조니 뎁)는 유럽의 마법부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저술을 끝낸 ‘신비한 동물사전’을 티나(캐서린 워터스턴)에게 주기 위해 미국에 가려고 하지만 여행 금지령으로 옴짝달싹 못한다. 그는 영국 마법부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첫사랑 레타 레스트랭(조 크라비츠)과 마주친다. 이제 그녀는 친형 테세우스 스캐맨더(칼럼 터너)의 약혼녀이다.
영국 마법부는 순혈 마법사의 세력을 모아서 온 세계를 지배하려는 그린델왈드의 야욕을 이야기하면서, 뉴트에게 여행 금지령을 철회할 조건을 제시한다. 뉴트는 그린델왈드가 탐하는 크레덴스(에즈라 밀러)를 죽이라는 뜻임을 읽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오러 부서의 부장인 테세우스는 동생 뉴트에게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해야 한다고 권한다. 그리고 알버스 덤블도어(주드 로)는 제자인 뉴트를 찾아와서 자신은 그린델왈드와 직접 싸울 수 없다며 은밀하게 도움을 청한다. 크레덴스가 있는 파리로 가라고.
뉴트는 미국에서 온 퀴니(앨리슨 수돌)와 제이콥(댄 포글러)을 통해 그리운 티나의 소식을 알게 된다. 티나는 타블로이드 신문의 오보로 자신과 레타가 약혼한 줄로 알고 있고,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오러가 되어서 파리로 갔다는. 뉴트는 제이콥과 함께 순간이동인 ‘포트키’로 파리에 간다. 그리고 프랑스의 마법 세계인 카셰 광장으로 들어가서 티나와 크레덴스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신비한 동물사전’의 1편처럼 2편 역시 그린델왈드로 출발한다. 그러나 이번 편의 구심점은 ‘크레덴스’다. 마법사로 태어났지만 능력을 억압받은 사람에게 기생하는 옵스큐러스를 품고 있는 크레덴스는 가족과 사랑에 굶주려 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그의 여정에 피의 저주를 받아서 언젠가는 완전한 짐승으로 변하는 말레딕터스 내기니가 동행한다. 내기니 역을 맡은 한국 배우 수현은 서늘한 슬픔이 깃든 존재를 처연하게 담아냈다. 그들의 여정에는 ‘타이코 도도너스의 예언’이 그림자처럼 진득하게 따라붙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각들이 숨은 그림처럼 새겨져 있다. 특히 마법학교 ‘호그와트’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에는 마치 내가 졸업한 모교인 것처럼 뭉클한 추억에 젖어들었다. J. K. 롤링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인 덤블도어뿐 아니라 크고 작은 요소를 불러들였고, ‘해리 포터’ 시리즈 4편과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5편의 연출을 책임진 데이빗 예이츠는 이를 유연하게 배치했다.
또한 뉴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보우트러클 ‘피켓’과 블링블링한 것에 집착하는 털복숭이 니플러, 거대한 맹수의 외양 속에 깜찍한 고양이의 눈매를 숨긴 반전 매력의 조우우, 물 밖에서는 말처럼 물속에서는 ‘켈프(해초) 들판’처럼 생긴 켈피, 앙상한 날개를 달고 마차를 끄는 세스트랄, 털이 없는 고양이의 모습을 한 마타고처럼 신비한 동물들도 판타지의 요철이 되어서 화면에 담긴다.‘신비한 동물사전2’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캐릭터 백과사전’이다. 캐릭터로 빼곡해지면서 서사는 주춤하고, 마치 3편으로 향하는 다릿돌로만 비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머글(영국)-노마지(미국)-논 매지끄(프랑스)’인 제이콥의 은근한 매력을 전편처럼 살리지도 못했다. 4DX로 재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보고, 이튿날 이 영화의 시사회를 간 탓인지 익숙한 마법의 주문에도 내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렸다. 그러나 ‘해리 포터’나 ‘신비한 동물사전’이 낯설거나 희미해진 관객에게 이 영화는 심심할 듯싶다. 문득, 레타의 대사가 떠오른다. 틀어박혀서 일하는 게 제일 싫고, 사랑하는 여인의 눈에서 물속에서 불타는 불꽃을 읽어낼 만큼 가슴 벅찬 인생을 사는 뉴트에게 했던.
“너랑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워.”
2년 후에 다시 만날 ‘신비한 동물사전’ 3편은 모두의 가슴이 뛰는, 즐거운 서사로 돌아왔으면 한다. 아무쪼록.11월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작가 stratus@tenasia.co.kr
[박미영 영화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한 작가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진위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텐아시아에서 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스틸컷
참으로 신비로웠다. 총 5편으로 구성된 J. K. 롤링의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1편인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주인공 뉴트 스캐맨더를 연기한 배우 에디 레드메인의 눈빛이.그윽하면서도 치기가 느껴지고, 야릇하면서도 해맑고…. 그의 눈빛에서는 양립할 수 없는 단어들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그 눈빛만으로 이미 판타지였다. 신비한 동물들도 자못 매력적이지만, 그 눈빛에 오롯이 빠져들었다.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의 2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라는 제목에도 뉴트의 이름은 없다. 그래도 나에게는 ‘해리 포터’처럼 ‘뉴트 스캐맨더’가 제목 속에 실려 있다.1927년 뉴욕, 미국 마법부에 붙잡힌 그린델왈드(조니 뎁)는 유럽의 마법부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탈출을 감행한다.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메인)는 저술을 끝낸 ‘신비한 동물사전’을 티나(캐서린 워터스턴)에게 주기 위해 미국에 가려고 하지만 여행 금지령으로 옴짝달싹 못한다. 그는 영국 마법부에 갔다가 그곳에서 일하는 첫사랑 레타 레스트랭(조 크라비츠)과 마주친다. 이제 그녀는 친형 테세우스 스캐맨더(칼럼 터너)의 약혼녀이다.
영국 마법부는 순혈 마법사의 세력을 모아서 온 세계를 지배하려는 그린델왈드의 야욕을 이야기하면서, 뉴트에게 여행 금지령을 철회할 조건을 제시한다. 뉴트는 그린델왈드가 탐하는 크레덴스(에즈라 밀러)를 죽이라는 뜻임을 읽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오러 부서의 부장인 테세우스는 동생 뉴트에게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해야 한다고 권한다. 그리고 알버스 덤블도어(주드 로)는 제자인 뉴트를 찾아와서 자신은 그린델왈드와 직접 싸울 수 없다며 은밀하게 도움을 청한다. 크레덴스가 있는 파리로 가라고.
뉴트는 미국에서 온 퀴니(앨리슨 수돌)와 제이콥(댄 포글러)을 통해 그리운 티나의 소식을 알게 된다. 티나는 타블로이드 신문의 오보로 자신과 레타가 약혼한 줄로 알고 있고,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오러가 되어서 파리로 갔다는. 뉴트는 제이콥과 함께 순간이동인 ‘포트키’로 파리에 간다. 그리고 프랑스의 마법 세계인 카셰 광장으로 들어가서 티나와 크레덴스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신비한 동물사전’의 1편처럼 2편 역시 그린델왈드로 출발한다. 그러나 이번 편의 구심점은 ‘크레덴스’다. 마법사로 태어났지만 능력을 억압받은 사람에게 기생하는 옵스큐러스를 품고 있는 크레덴스는 가족과 사랑에 굶주려 있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그의 여정에 피의 저주를 받아서 언젠가는 완전한 짐승으로 변하는 말레딕터스 내기니가 동행한다. 내기니 역을 맡은 한국 배우 수현은 서늘한 슬픔이 깃든 존재를 처연하게 담아냈다. 그들의 여정에는 ‘타이코 도도너스의 예언’이 그림자처럼 진득하게 따라붙는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조각들이 숨은 그림처럼 새겨져 있다. 특히 마법학교 ‘호그와트’가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에는 마치 내가 졸업한 모교인 것처럼 뭉클한 추억에 젖어들었다. J. K. 롤링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인 덤블도어뿐 아니라 크고 작은 요소를 불러들였고, ‘해리 포터’ 시리즈 4편과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 5편의 연출을 책임진 데이빗 예이츠는 이를 유연하게 배치했다.
또한 뉴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보우트러클 ‘피켓’과 블링블링한 것에 집착하는 털복숭이 니플러, 거대한 맹수의 외양 속에 깜찍한 고양이의 눈매를 숨긴 반전 매력의 조우우, 물 밖에서는 말처럼 물속에서는 ‘켈프(해초) 들판’처럼 생긴 켈피, 앙상한 날개를 달고 마차를 끄는 세스트랄, 털이 없는 고양이의 모습을 한 마타고처럼 신비한 동물들도 판타지의 요철이 되어서 화면에 담긴다.‘신비한 동물사전2’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캐릭터 백과사전’이다. 캐릭터로 빼곡해지면서 서사는 주춤하고, 마치 3편으로 향하는 다릿돌로만 비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머글(영국)-노마지(미국)-논 매지끄(프랑스)’인 제이콥의 은근한 매력을 전편처럼 살리지도 못했다. 4DX로 재개봉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보고, 이튿날 이 영화의 시사회를 간 탓인지 익숙한 마법의 주문에도 내 심장은 여전히 쿵쾅거렸다. 그러나 ‘해리 포터’나 ‘신비한 동물사전’이 낯설거나 희미해진 관객에게 이 영화는 심심할 듯싶다. 문득, 레타의 대사가 떠오른다. 틀어박혀서 일하는 게 제일 싫고, 사랑하는 여인의 눈에서 물속에서 불타는 불꽃을 읽어낼 만큼 가슴 벅찬 인생을 사는 뉴트에게 했던.
“너랑 시간을 보내는 것이 즐거워.”
2년 후에 다시 만날 ‘신비한 동물사전’ 3편은 모두의 가슴이 뛰는, 즐거운 서사로 돌아왔으면 한다. 아무쪼록.11월 14일 개봉. 12세 관람가.
박미영 작가 stratus@tenasia.co.kr
[박미영 영화 ‘하루’ ‘빙우’ ‘허브’, 국악뮤지컬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 동화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집필한 작가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강사와 영진위의 시나리오 마켓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텐아시아에서 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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