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기자]
10. 영화 ‘소수의견’에 이어 다시 변호사로 돌아왔다.유해진: 돌아온 것 같지는 않다. (웃음) 그냥 낯설다. 직업만 변호사지 변호를 하는 역할은 아니어서 거부감은 없었다. 서울대는 안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냐하면 내가 못 받아들이는 것이 있다. 오글거려서…. 변호사라는 것도 좀 그런데 거기에 일류대를 나왔다면…. 관객들이 믿어줄까, 웃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있었다.
10.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보았는지?
유해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언론시사 때 처음 봤는데,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품들도 소중하지만 이번 작품은 참 하기를 잘했다 싶었다. 보고 나서 마음이 되게 편했다. 참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좀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나의 느낌은 그렇다.10.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유해진: 사실 외국 문화에서는 가능할 수 있는데, 우리 정서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게임이다. 우리 관객들이 수긍하고, 끝까지 관심을 갖게 하느냐가 제일 큰 과제였다. 일이 순차적으로 터지는 것도 덜 어색해야 했고. 작가님과 감독님이 그런 장치들을 영리하게 선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쫓아가는 것도 쫄깃하지만, 너무 밋밋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웃음의 포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과제가 있었다.
10. ‘완벽한 친구’에서 ‘완벽한 타인’으로 돌변하는 블랙코미디인데.유해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미디가 블랙코미디다. 말장난이나 분장으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주는 웃음이 좋다. 박장대소가 아니더라도, 흐릿한 미소만 짓더라도 그런 웃음이 낫다. 또 이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들이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 꽤 있다.
10.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라면?
유해진: 인간의 못돼먹은 본성이 월식과 같다는 것처럼,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다시 보이고야 마는 그런 것,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다들 모르는 척하면서 저렇게 살지 싶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영화다.
유해진: 생활에 밴, 늘 그렇게 살았던 사람 같은 느낌이랄까. 너무 편했다. 자기 색깔을 저한테 은근히 묻히면서…. 진짜 너무 고마웠다.10. 영화 ‘전우치’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인가?
유해진: ‘간첩’도 같이 했다. ‘전우치’ 때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아유, 참 나이스 하시구나, 그리고 연기를 참 똑부러지게 하는구나,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구나,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 실제로도 참 좋다. 되게 깍쟁이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안 그렇다.
10. 이번 영화에서는 콤비 플레이가 많았던 윤경호는 어떠했는지?
유해진: 나는 경호가 참 좋다. 진짜 좋은 배우이고. 내가 어떤 제안을 했을 때, 못 받아주면 사실 힘들다. 그런데 너무 잘 받아주고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가 상당히 컸다. 경호는 정말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고, 사람도 참 좋다. 그래서 둘이 재미있게 만들어 간 것 같다. 경호가 ‘말모이’(감독 엄유나)에도 우정출연을 해줬다. 안경집 주인으로 잠깐. 그래서 너무 아쉬웠다. ‘완벽한 타인’을 계기로 해서,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배우다.
10. 전라도 광주에서 세트 촬영을 들어가면서, 한 달 내내 배우들이 같이 지냈다고 들었다.
유해진: 예전에 ‘삼시세끼’ 게스트로 가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이)서진씨는 까칠하고 바른 말만 하고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같이 생활하면서 마음이 좋은 사람이란 것을 참 많이 느꼈다. 사실 이런 작업은 앞으로도 극히 드물 것 같다. 처음에는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했는데, 그 시간들이 참 좋았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10. 그 시간들이 극에 잘 녹아든 것 같다. 영화 ‘완벽한 타인’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그대로 무대에 올라서도 될 배우 중의 한 사람이다.
유해진: 무대를 떠난 지 오래 돼서 두렵다. 무대는 항상 그리워만 하는 대상인 것 같다.
유해진: 되게 화려하고, 멋있는 건물도 좋지만 도시에 다 큰 건물만 있으면 예쁘지 않다. 그런 맥락이다. 이 작품처럼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는 작품도 필요하다. 이 영화는 자기 색깔을 갖고 있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린 대본이 참 좋았다.
10. SBS 드라마 ‘토지’ 이후로는 드라마 출연작은 없다. 영화만 고집하는 것인지?
유해진: 약간 두렵기도 하다. 드라마를 안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너무 이쪽 일을 해서 인이 박였다고 해야 하나…. 영화 리듬에 너무 익숙해졌다. 영화랑 드라마는 환경이 상당히 달라서 두려움이 있다. 적응의 문제가 제일 크다.
10. ‘안시성’으로 남주혁을 만났을 때, ‘삼시세끼 고창편’을 이야기하면서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 두 사람의 투 샷이 담겨도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해진: 주혁이는 참 좋은 친구다. 그 또래 같지가 않다. 말수도 적고, 생각도 많고, 신중함이 있어서 좋다. ‘삼시세끼’ 때도 많이 느꼈다. 생각이 신중함이 있구나, 툭 뱉는 것이 썰렁하고…. 그래서 마음이 갔나? (웃음) 주혁이가 연기에 대해서 물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주혁이가 고민이 많았다. 너무 큰 발자국을 떼려고 하지 말고, 한 스텝 한 스텝 밟으라고 했다. ‘안시성’이 잘 됐다니 좋았다.
10. ‘안시성을’ 보면서도 유해진이 생각났다. 이상하게 사극 영화를 보면 어디엔가 유해진이 있을 것 같은 특유의 존재감이 있다.
유해진: (웃음)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들이 내가 ‘실미도’를 한 줄 안다. 나는 안 나왔다. 그런데 ‘실미도’를 꼭 한 줄 안다.
10. 유해진이라는 배우 앞에 갖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유해진: 이름 앞에 ‘배우’만 딱 붙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배우 유해진이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이 무슨 배우야?” 라는 말을 안 들을 때까지 연기를 하려고 한다. 길에서 만난 일반 분들이 “영화배우 유해진 씨네” 할 때 기분이 제일 좋다. 나는 그 말이 참 좋다. (웃음)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 한껏 뻣뻣한 변호사 태수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의 무대는 속초 출신의 40년 지기들이 부부 동반으로 만나는 테이블이다.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유해진 등 7인의 배우들은 맛깔스러운 연기로 테이블을, 아니 스크린을 채운다. 쉴 새 없이 넘실거리는 유머의 메인 코스에는 유해진이 있다. 그의 감칠맛 나는 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오는 31일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유해진을 만났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연기한 태수라는 인물은 한껏 뻣뻣한, 바른 생활 변호사다.10. 영화 ‘소수의견’에 이어 다시 변호사로 돌아왔다.유해진: 돌아온 것 같지는 않다. (웃음) 그냥 낯설다. 직업만 변호사지 변호를 하는 역할은 아니어서 거부감은 없었다. 서울대는 안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왜냐하면 내가 못 받아들이는 것이 있다. 오글거려서…. 변호사라는 것도 좀 그런데 거기에 일류대를 나왔다면…. 관객들이 믿어줄까, 웃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있었다.
10. 완성된 영화는 어떻게 보았는지?
유해진: 너무 재미있게 봤다. 언론시사 때 처음 봤는데,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작품들도 소중하지만 이번 작품은 참 하기를 잘했다 싶었다. 보고 나서 마음이 되게 편했다. 참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좀 세련되고, 고급스럽고…. 나의 느낌은 그렇다.10.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유해진: 사실 외국 문화에서는 가능할 수 있는데, 우리 정서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게임이다. 우리 관객들이 수긍하고, 끝까지 관심을 갖게 하느냐가 제일 큰 과제였다. 일이 순차적으로 터지는 것도 덜 어색해야 했고. 작가님과 감독님이 그런 장치들을 영리하게 선택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를 쫓아가는 것도 쫄깃하지만, 너무 밋밋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웃음의 포인트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과제가 있었다.
10. ‘완벽한 친구’에서 ‘완벽한 타인’으로 돌변하는 블랙코미디인데.유해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미디가 블랙코미디다. 말장난이나 분장으로 웃기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주는 웃음이 좋다. 박장대소가 아니더라도, 흐릿한 미소만 짓더라도 그런 웃음이 낫다. 또 이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들이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들이 꽤 있다.
10.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메시지라면?
유해진: 인간의 못돼먹은 본성이 월식과 같다는 것처럼, 잠깐은 속일 수 있어도 다시 보이고야 마는 그런 것,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꼈다. 다들 모르는 척하면서 저렇게 살지 싶었다. 이 영화는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영화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스틸컷
10. 한껏 뻣뻣한, 극히 보수적인 남편 때문에 문학에 첨벙 빠져버린 아내 수현 역의 염정아와 부부 호흡은 어떠했는지?유해진: 생활에 밴, 늘 그렇게 살았던 사람 같은 느낌이랄까. 너무 편했다. 자기 색깔을 저한테 은근히 묻히면서…. 진짜 너무 고마웠다.10. 영화 ‘전우치’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인가?
유해진: ‘간첩’도 같이 했다. ‘전우치’ 때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아유, 참 나이스 하시구나, 그리고 연기를 참 똑부러지게 하는구나,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구나,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다. 실제로도 참 좋다. 되게 깍쟁이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안 그렇다.
10. 이번 영화에서는 콤비 플레이가 많았던 윤경호는 어떠했는지?
유해진: 나는 경호가 참 좋다. 진짜 좋은 배우이고. 내가 어떤 제안을 했을 때, 못 받아주면 사실 힘들다. 그런데 너무 잘 받아주고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가 상당히 컸다. 경호는 정말 좋은 에너지를 갖고 있고, 사람도 참 좋다. 그래서 둘이 재미있게 만들어 간 것 같다. 경호가 ‘말모이’(감독 엄유나)에도 우정출연을 해줬다. 안경집 주인으로 잠깐. 그래서 너무 아쉬웠다. ‘완벽한 타인’을 계기로 해서, 더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셨으면 하는 배우다.
10. 전라도 광주에서 세트 촬영을 들어가면서, 한 달 내내 배우들이 같이 지냈다고 들었다.
유해진: 예전에 ‘삼시세끼’ 게스트로 가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이)서진씨는 까칠하고 바른 말만 하고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같이 생활하면서 마음이 좋은 사람이란 것을 참 많이 느꼈다. 사실 이런 작업은 앞으로도 극히 드물 것 같다. 처음에는 한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했는데, 그 시간들이 참 좋았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10. 그 시간들이 극에 잘 녹아든 것 같다. 영화 ‘완벽한 타인’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그리고 그대로 무대에 올라서도 될 배우 중의 한 사람이다.
유해진: 무대를 떠난 지 오래 돼서 두렵다. 무대는 항상 그리워만 하는 대상인 것 같다.
유해진은 블랙코미디의 ‘상황이 주는 웃음’을 선호한다고 했다.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10. 블랙코미디란 점 말고도, ‘완벽한 타인’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유해진: 되게 화려하고, 멋있는 건물도 좋지만 도시에 다 큰 건물만 있으면 예쁘지 않다. 그런 맥락이다. 이 작품처럼 아기자기하고, 정감 있는 작품도 필요하다. 이 영화는 자기 색깔을 갖고 있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린 대본이 참 좋았다.
10. SBS 드라마 ‘토지’ 이후로는 드라마 출연작은 없다. 영화만 고집하는 것인지?
유해진: 약간 두렵기도 하다. 드라마를 안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너무 이쪽 일을 해서 인이 박였다고 해야 하나…. 영화 리듬에 너무 익숙해졌다. 영화랑 드라마는 환경이 상당히 달라서 두려움이 있다. 적응의 문제가 제일 크다.
10. ‘안시성’으로 남주혁을 만났을 때, ‘삼시세끼 고창편’을 이야기하면서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 두 사람의 투 샷이 담겨도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유해진: 주혁이는 참 좋은 친구다. 그 또래 같지가 않다. 말수도 적고, 생각도 많고, 신중함이 있어서 좋다. ‘삼시세끼’ 때도 많이 느꼈다. 생각이 신중함이 있구나, 툭 뱉는 것이 썰렁하고…. 그래서 마음이 갔나? (웃음) 주혁이가 연기에 대해서 물었던 것이 생각난다. 그때 주혁이가 고민이 많았다. 너무 큰 발자국을 떼려고 하지 말고, 한 스텝 한 스텝 밟으라고 했다. ‘안시성’이 잘 됐다니 좋았다.
10. ‘안시성을’ 보면서도 유해진이 생각났다. 이상하게 사극 영화를 보면 어디엔가 유해진이 있을 것 같은 특유의 존재감이 있다.
유해진: (웃음) 비슷한 맥락으로 사람들이 내가 ‘실미도’를 한 줄 안다. 나는 안 나왔다. 그런데 ‘실미도’를 꼭 한 줄 안다.
10. 유해진이라는 배우 앞에 갖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유해진: 이름 앞에 ‘배우’만 딱 붙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배우 유해진이라고 했을 때 “그 사람이 무슨 배우야?” 라는 말을 안 들을 때까지 연기를 하려고 한다. 길에서 만난 일반 분들이 “영화배우 유해진 씨네” 할 때 기분이 제일 좋다. 나는 그 말이 참 좋다. (웃음)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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