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10. ‘암수살인’이라는 단어부터 생소하다. 그 뜻을 알고 있었나?
주지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제목만 보고 막장 치정 살인극인줄 알았다. 대본을 읽은 매니저가 재밌다고 추천해서 나도 읽어보게 됐다.10. 예상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 놀랐을 것 같은데.
주지훈: 아주 강렬했다.
10.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범죄극이라도 액션 장면이 없었다. 액션이 있었다면 더 쉽게 시선을 사로잡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았겠나?
주지훈: 흔한 액션이나 추격전 없이 심리적 긴장감으로 스릴러를 이끌어간다는 게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이다. 얼핏 보면 강태오(주지훈이 연기한 극 중 살인마)가 그냥 미쳐 날뛰는 것 같지만 사실 대사의 어절마다 고개의 각도까지도 하나하나 다 계산돼 있다.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극 중 태오와 형민(김윤석 분)이 접견실에서 밀당하는 장면이 7번이나 나온다. 똑같은 접견실에서 이뤄지는 밀당이지만 장면마다 다른 느낌을 줘야 하니 죽겠더라.
10. 모티브가 된 사건을 얼마나 참고했나?
주지훈: 아예 참고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감독님이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됐던 ‘그것이 알고 싶다’도 못 봤다. 영화 준비 단계에서 감독님과 매일같이 만나 방대한 조사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설명을 잘 해주셔서 굳이 실제 인물을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었다.10. ‘감정 통제 불가’의 살인범 캐릭터다.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주지훈: 이유도 없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완전한 악인 캐릭터는 처음이다. 오프로드처럼 내면이 울퉁불퉁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연기로 뛰어놀 수 있는 다층적인 인물을 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석 선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의지할 곳이 생겼다 싶었다. 흔들리고 불안할 때 윤석 선배가 옆에서 꽉 잡아줬다.
10. 외적으로도 확 달라졌다. 삭발도 하고 살도 좀 찌운 것처럼 보이던데.
주지훈: 원래는 감옥에 간 다음 짧은 머리로 나타난다는 설정이었다. 첫 촬영 후 모니터링을 해보니 태오의 느낌이 살지 않아 바로 삭발을 감행했다. 감독님도 내심 삭발을 원하던 터였다. 살인범의 위압감을 주기 위해 몸무게도 5kg 늘렸다. 거친 외모를 표현하기 위해 노 메이크업으로 촬영했다.
10. 삭발을 하고 메이크업 없이 촬영해야 한다고 결정됐을 때 걱정되지 않았나?
주지훈: 내가 스스로 결정한 거다.(웃음) 잘생기고 멋있는 건 ‘신과함께’에서 해서 괜찮다. 삭발을 해서 ‘신과함께-죄와 벌’ 홍보 활동 땐 가발을 쓰고 다녔다. 멋있게 보이려던 게 아니라 강태오라는 캐릭터를 미리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발 기술자들께 감사하다.(웃음)
주지훈: 영화를 찍는 내내 하루 8~9시간씩 부산 사투리를 공부했다. 외국어나 다름없었다. 중국어 성조처럼 말투의 높낮이까지 대본에 표시했다. 제작자로 참여한 곽경택 감독님이 대사를 녹음해서 주셨는데, 그걸 보물처럼 들고 다니며 중얼대면서 밤낮으로 연습했다. 곽 감독님 뿐만 아니라 윤석 선배, 연출하신 김태균 감독님을 포함해 전 스태프가 부산 출신이라 더 긴장됐다. 사투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위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10.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으니 다음엔 사투리 연기 하기가 수월하지 않겠나?
주지훈: 아니다. 자신 없다.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매진했던 건 ‘암수살인’의 대사다. 또 사투리로 연기해야 한다면 결국 같은 작업을 다시 하게 될 거다.10. 어려웠던 만큼 해냈을 때 뿌듯했을 것 같다.
주지훈: 여러 가지 의미로 재미있었다. 영화 ‘친구’를 보고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을 좋아하게 됐다. 사투리 쓰는 영화도 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리허설 때까지도 자신 없었다가 촬영이 들어가고 주변 반응이 좋으면 자신감이 붙었다. 사투리를 포함해 태오의 모습을 표현할 때 반응들 말이다. 마치 계곡물이 차가운 걸 알고도 발을 들이지만 한 번 물에 들어가면 즐겁게 놀지 않나. 첫 작품 할 때의 설렘이나 긴장감도 이번 영화를 하면서 다시 느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윤석 선배를 갖고 놀지 않나. 이런 기회가 또 없을 거다.(웃음)
10. 배우 김윤석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주지훈: 어떤 평가 자체가 무의미한 선배들은 이유가 있다. 단단하면서도 분명했다. 엄청난 내공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넘치지만 실제로는 무섭지 않고 편하다.
주지훈: 근력 운동을 많이 한다. 걷는 것도 좋아한다. 하도 걸어 다녀서 산 지 8년 된 차가 새 차나 다름없다. 중고차 딜러들이 다들 자기한테 팔라고 난리다.(웃음)
10. 굵직한 작품들을 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느끼나?
주지훈: 자신이 의도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이나 직업이 한 분야로 특화되는 배우가 있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지만 나는 다양하게 하고 싶다. 다른 장르의 다른 역할들이 들어와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10. ‘암수살인’은 묵직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다. 영화 속 형사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본분을 다한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주지훈: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사람들 덕에 세상이 바뀔 수 있고 돌아갈 수 있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좋았다. 범죄 스릴러의 긴장감이 잘 전달되면서도 영화의 메시지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몰랐던 사건과 피해자들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0. 그러면 자신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주지훈: 친숙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내가 찍은 작품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반갑다’라고만 느껴도 좋다.
10.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공작’ ‘암수살인’까지 모두 흥행했다. 게다가 12월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내년 1월에는 MBC ‘아이템’도 선보인다.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은데.
주지훈: 그렇다. 1년에 이렇게 많은 작품을 언제 또 선보일 수 있겠나. 원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영화 ‘암수살인’에서 비열한 살인마 강태오 역을 맡은 배우 주지훈. /사진제공=쇼박스
노 메이크업의 거친 피부, 삭발한 머리, 억센 부산 사투리에 뻔뻔하고 비열하고 교활한 표정까지… 우리가 알던 그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다. 주지훈이 영화 ‘암수살인’을 통해 ‘절대 악인’으로 돌아왔다. 허세와 유머를 겸비한 현생의 해원맥과 고려를 지키려 했던 전생의 무사 삵(영화 ‘신과함께-인과 연’),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원칙주의자 북한 군인(영화 ‘공작’)에 이어 또 한 번의 캐릭터 변신이다. 올 들어 세 편의 영화에서 탁월한 연기를 선보이며 흥행 배우로 거듭난 주지훈을 만났다.10. ‘암수살인’이라는 단어부터 생소하다. 그 뜻을 알고 있었나?
주지훈: 영화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제목만 보고 막장 치정 살인극인줄 알았다. 대본을 읽은 매니저가 재밌다고 추천해서 나도 읽어보게 됐다.10. 예상했던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 놀랐을 것 같은데.
주지훈: 아주 강렬했다.
10. 실화를 바탕으로 하다 보니 범죄극이라도 액션 장면이 없었다. 액션이 있었다면 더 쉽게 시선을 사로잡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았겠나?
주지훈: 흔한 액션이나 추격전 없이 심리적 긴장감으로 스릴러를 이끌어간다는 게 오히려 이 영화의 강점이다. 얼핏 보면 강태오(주지훈이 연기한 극 중 살인마)가 그냥 미쳐 날뛰는 것 같지만 사실 대사의 어절마다 고개의 각도까지도 하나하나 다 계산돼 있다.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극 중 태오와 형민(김윤석 분)이 접견실에서 밀당하는 장면이 7번이나 나온다. 똑같은 접견실에서 이뤄지는 밀당이지만 장면마다 다른 느낌을 줘야 하니 죽겠더라.
10. 모티브가 된 사건을 얼마나 참고했나?
주지훈: 아예 참고하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감독님이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됐던 ‘그것이 알고 싶다’도 못 봤다. 영화 준비 단계에서 감독님과 매일같이 만나 방대한 조사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설명을 잘 해주셔서 굳이 실제 인물을 그대로 재현할 필요는 없었다.10. ‘감정 통제 불가’의 살인범 캐릭터다.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주지훈: 이유도 없이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완전한 악인 캐릭터는 처음이다. 오프로드처럼 내면이 울퉁불퉁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연기로 뛰어놀 수 있는 다층적인 인물을 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윤석 선배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에 의지할 곳이 생겼다 싶었다. 흔들리고 불안할 때 윤석 선배가 옆에서 꽉 잡아줬다.
10. 외적으로도 확 달라졌다. 삭발도 하고 살도 좀 찌운 것처럼 보이던데.
주지훈: 원래는 감옥에 간 다음 짧은 머리로 나타난다는 설정이었다. 첫 촬영 후 모니터링을 해보니 태오의 느낌이 살지 않아 바로 삭발을 감행했다. 감독님도 내심 삭발을 원하던 터였다. 살인범의 위압감을 주기 위해 몸무게도 5kg 늘렸다. 거친 외모를 표현하기 위해 노 메이크업으로 촬영했다.
10. 삭발을 하고 메이크업 없이 촬영해야 한다고 결정됐을 때 걱정되지 않았나?
주지훈: 내가 스스로 결정한 거다.(웃음) 잘생기고 멋있는 건 ‘신과함께’에서 해서 괜찮다. 삭발을 해서 ‘신과함께-죄와 벌’ 홍보 활동 땐 가발을 쓰고 다녔다. 멋있게 보이려던 게 아니라 강태오라는 캐릭터를 미리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발 기술자들께 감사하다.(웃음)
영화 ‘암수살인’ 스틸/사진제공=쇼박스
10. 서울 출신인데 연관 검색어에 ‘주지훈 고향’ ‘주지훈 부산’이라고 뜨더라. 그 만큼 부산 사투리도 완벽에 가깝게 구사했다는 것 아니겠나?주지훈: 영화를 찍는 내내 하루 8~9시간씩 부산 사투리를 공부했다. 외국어나 다름없었다. 중국어 성조처럼 말투의 높낮이까지 대본에 표시했다. 제작자로 참여한 곽경택 감독님이 대사를 녹음해서 주셨는데, 그걸 보물처럼 들고 다니며 중얼대면서 밤낮으로 연습했다. 곽 감독님 뿐만 아니라 윤석 선배, 연출하신 김태균 감독님을 포함해 전 스태프가 부산 출신이라 더 긴장됐다. 사투리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위경련이 일어나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있다.
10.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으니 다음엔 사투리 연기 하기가 수월하지 않겠나?
주지훈: 아니다. 자신 없다.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매진했던 건 ‘암수살인’의 대사다. 또 사투리로 연기해야 한다면 결국 같은 작업을 다시 하게 될 거다.10. 어려웠던 만큼 해냈을 때 뿌듯했을 것 같다.
주지훈: 여러 가지 의미로 재미있었다. 영화 ‘친구’를 보고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을 좋아하게 됐다. 사투리 쓰는 영화도 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리허설 때까지도 자신 없었다가 촬영이 들어가고 주변 반응이 좋으면 자신감이 붙었다. 사투리를 포함해 태오의 모습을 표현할 때 반응들 말이다. 마치 계곡물이 차가운 걸 알고도 발을 들이지만 한 번 물에 들어가면 즐겁게 놀지 않나. 첫 작품 할 때의 설렘이나 긴장감도 이번 영화를 하면서 다시 느꼈다. 게다가 영화 속에서 윤석 선배를 갖고 놀지 않나. 이런 기회가 또 없을 거다.(웃음)
10. 배우 김윤석과 함께 연기한 소감은 어떤가?
주지훈: 어떤 평가 자체가 무의미한 선배들은 이유가 있다. 단단하면서도 분명했다. 엄청난 내공을 갖고 있다. 영화에서는 카리스마 넘치지만 실제로는 무섭지 않고 편하다.
주지훈은 올해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 암수살인’까지 3편의 영화를 모두 흥행시켰다. /사진제공=쇼박스
10. 최근에 유독 ‘열일’하고 있다.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나?주지훈: 근력 운동을 많이 한다. 걷는 것도 좋아한다. 하도 걸어 다녀서 산 지 8년 된 차가 새 차나 다름없다. 중고차 딜러들이 다들 자기한테 팔라고 난리다.(웃음)
10. 굵직한 작품들을 하면서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다고 느끼나?
주지훈: 자신이 의도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이나 직업이 한 분야로 특화되는 배우가 있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지만 나는 다양하게 하고 싶다. 다른 장르의 다른 역할들이 들어와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10. ‘암수살인’은 묵직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다. 영화 속 형사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본분을 다한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주지훈: 자신의 본분을 지키는 사람들 덕에 세상이 바뀔 수 있고 돌아갈 수 있다는 감독님의 말씀이 좋았다. 범죄 스릴러의 긴장감이 잘 전달되면서도 영화의 메시지가 묻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몰랐던 사건과 피해자들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0. 그러면 자신은 대중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주지훈: 친숙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내가 찍은 작품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반갑다’라고만 느껴도 좋다.
10. ‘신과함께-인과 연’에 이어 ‘공작’ ‘암수살인’까지 모두 흥행했다. 게다가 12월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 내년 1월에는 MBC ‘아이템’도 선보인다. 잊지 못할 해가 될 것 같은데.
주지훈: 그렇다. 1년에 이렇게 많은 작품을 언제 또 선보일 수 있겠나. 원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