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밴드 안녕바다의 우명제(왼쪽부터), 나무, 우선제. / 사진제공=이엘뮤직스튜디오

내놓는 음반마다 다른 색깔을 내는 밴드 안녕바다가 2년 만에 발표한 정규 5집 ‘701 에이-사이드(A-side)’로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준비하는 계절에 어울리는 곡을 묶었다.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을 위한 노래는 ‘701 비-사이드(B-side)’라는 제목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에도 보컬 나무를 중심으로 모든 멤버들이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타이틀곡은 소풍 가기 전처럼 설레는 분위기의 ‘러브 콜(LOVE CALL)’이다. 지나치게 들뜨지 않고 차분한데, 안녕바다만의 기분 좋은 상쾌함이 묻어있다. 2009년 데뷔해 올해로 10년 차인 안녕바다는 “늘 같은 음악이 아니라 다채로운 경험을 녹인 살아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10. 이번 정규 음반은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군요.
나무 : 타이틀곡으로 정한 ‘러브 콜’부터 대놓고 밝은 이야기의 노래예요. 곡 작업을 다 해놓고 지금 날씨에 어울리는 곡을 선택해 모았어요. 이 음반은 지난해 발표한 싱글 음반 ‘오늘도 비가 올까요’의 연장선이에요. 봄, 여름에 어울리는 곡을 모아 A 사이드로 묶었고요. 가을쯤엔 그 때 어울리는 음악을 모아 B 사이드를 내려고 합니다. A와 B를 모아 정규 음반을 발표하고요.10. 곡 작업은 어떻게 했나요?
우명제 : 작업해놓은 곡은 많았어요. 멤버들과 노래를 쌓아놓고 모니터를 하다가 다섯 곡을 선택했죠. 녹음 작업은 가장 마음이 편안한 상태인 날에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날짜에 얽매이지 않고, 편한 공간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했죠. 그게 기존 음반과는 다른 점이에요.
나무 : 그럼에도 생각보다 빨리 완성했다고 생각해요. 2016년 4집 발매 직후부터 이번 5집 작업을 시작했어요. 시기로 따지면 2년 만인데, 정식 녹음을 한 건 1년도 안 돼요. 날짜를 정하지 않고 마음 편안할 때 자유롭게 녹음한 걸 감안하면 빨리 나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10. 마음 편안할 때 음악 작업을 한 이유가 있습니까?
우명제 : 음악을 만들 때 가졌던 사명감 같은 걸 내려놨어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얽매이지 않았나?’ 싶어서 이번 음반은 듣는 이들도 편하게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첫 번째였어요. 그래서 우리도 그렇게 녹음을 했죠.
우선제 : 음악 작업을 할 때 예민한 건 어느 가수나 마찬가지겠지만, 이번엔 가장 많이 웃으면서 재미있게 했어요.

10. 오랫동안 몸담았던 소속사에서 독립했기 때문에 가능했겠죠?
우명제 : 회사를 나와서 우리끼리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어요. 음반을 만드는 것부터 재킷 사진과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직접 해보자고요. 그렇게 하나의 음반을 완성한 다음 우리 팀의 방향을 정해보자고 했어요.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웃음)
우선제 :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해보면서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았어요.
나무 : 당초 계획인 음반 두 장에서 싱글 두 곡으로 계획을 바꿨죠. 살짝 지쳐있을 때쯤 지금의 소속사 이엘뮤직스튜디오를 만나서 손을 잡았습니다. 신경 안 써도 될 부분을 맡아서 해주니까 마음이 편해요.(웃음)10. 변화가 필요했군요?
우명제 : 엄청난 고민을 하거나 고뇌에 차서 한 선택은 아니에요. 지금 원하는 걸 선택한 결과, 이곳에 왔죠. 음반을 만들 때 제작자의 입장과 아티스트로서의 경계를 지키는 게 참 어려운 일 같아요. 정리가 된 시점에 새로운 소속사를 만났죠.
나무 : 한 곳에 적을 오래 뒀죠. 뮤지션에게 긍정이든 부정이든 변화는 필요한 것 같아요.

밴드 안녕바다의 나무(왼쪽부터), 우명제, 우선제. / 사진제공=이엘뮤직스튜디오

10. 음반의 색깔이 확 달라진 계기가 있나요?
우명제 : 4집까지는 하고 싶은 욕구를 음악으로 풀어냈어요. 엔젠가 눈을 떠보니 주위 사람들과 멀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그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나무 :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대중과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았어요. 데뷔 음반에 비해 점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표류하는 느낌이 들었죠. 그러면서 요즘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소통 방식을 살폈어요. 대중과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돌렸죠.
우선제 :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안녕바다는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음악을 하겠다고 했어요. 4집은 마치 거친 파도를 만나 섬에 갇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요?(웃음)
나무 : 설레요. 이번 음반에 이어 B 사이드까지 나오면 5집이 완성되는데, 모든 음반이 그렇지만 이번 음반은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로 해서 더 소중해요.10. 어딘가 뭉클하고 애잔한, 기존 안녕바다의 음악을 좋아한 팬들은 의아하지 않을까요?
우명제 : 한 곳에 오래 있다가 나와서 변화를 주고, 우리끼리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갇혀 있으면 잃는 게 많기 때문이에요. 자신을 돌아볼 만한 것들이 없죠. 이번엔 객관적으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음악을 만들었어요.
나무 :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몸과 마음 가는 대로 내려놓고 즐겁게 작업했어요. 일부러 어려운 길로 가지 않고 편곡도 쉽게 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가 만족할 때까지 음악 코드도 어렵게 했을 텐데, 이번엔 즐기면서 나오는 대로 한 음악이에요. 그래서 빨리 나온 것도 있고요.

10. 처음 뭉쳐서 음악 했을 때가 떠올랐겠어요.
나무 : 맞아요, 그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오늘도 비가 올까요’를 작업할 때만 해도 ‘빨리 5집을 만들어야 해! 반환점을 도는 거야’라는 마음으로 했어요. 이러다간 정말 심해로 들어가겠구나 싶었죠. 안녕바다가 심해어가 될 순 없잖아요.(웃음) 그래서 우리 한 번 즐겨보자, 했더니 쉽게 곡이 나왔어요.
우명제 : 어느새 음악을 하면서 머리를 쓰려고 하는 우리를 발견했어요. 음악은 마음을 움직이는 거니까 계산한다고 해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죠. 그렇게 마음으로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나무 : 특히 우리가 하는 음악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풀어내요. 진지한 사람도 어떤 날은 가볍게 보내고 싶은 날이 있잖아요. 반대로 가벼운 사람도 어떤 날은 깊은 고민에 빠지고요. A 사이드에는 가벼운 하루를 담았어요. 반면 가을에 내놓을 B 사이드에는 조금은 힘들고 지친 하루를 담을 거예요. 명확하게 분위기가 갈려요. 그래서 더 재미있을 거고, A와 B로 나눈 만큼 카세트테이프로 형태로도 발매할 생각입니다.

10. CD도 멀어지고 있는 시대에 테이프라니, 특별한 기획이네요.
나무 : 언젠가부터 CD를 발표하는 것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음악을 파일로 들으면서 어느새 배경음악(BGM)으로 소비되고 있잖아요. 그럼에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음반의 가치를 알기 때문에 CD를 계속 발표하겠지만, 이번엔 한 단계 더 깊이 있는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테이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거기서 A와 B를 나누는 영감을 얻었고요.10. 모든 곡에 직접 겪은 이야기를 녹였나요?
나무 : 이번 음반엔 우리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가볍게 풀어썼어요. 1번 트랙 ‘무지개다리’는 선제와 명제가 15년 동안 키운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예요. 오랫동안 키웠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곡을 만들었죠. 슬픔을 슬프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기쁘게 만들었을 때 슬픔이 더 극대화된다고 생각해요. ‘행복한 슬픔’을 담은 음악이 안녕바다만의 화법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곡도 그래요.
우선제 :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은 밝음 속에 서정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게 우리의 특색이라고요. 동물을 기르는 이들은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와 같은 경험이 있다면 더윽 그렇고요.

밴드 안녕바다 우명제(왼쪽부터), 나무, 우선제 / 사진제공=이엘뮤직스튜디오

10. 음반 제목 ‘701’에도 의미가 있습니까?
우명제 : 최근 이사를 했어요. 오랫동안 701호에 살았는데 거기서 영감을 받았어요.
나무 : ‘무지개다리’ 2절 가사에도 701호가 등장하는데, 음반의 문을 열어주는 곡으로 좋을 것 같았어요. 선제, 명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살던 집이니까 얼마나 아쉽겠어요? 그 아쉬움과 새집으로 이사 가는 설렘이 있잖아요? 딱 우리의 상황과 잘 어울렸고, 음반과도 맞았죠.
우선제 : 처음 방송한 MBC ‘라라라’도 그 집에서 모여서 다 같이 봤어요.(웃음) 우리에게 추억이 많은 공간이죠.10. 타이틀곡 ‘러브 콜’은 어떻게 만들어졌습니까?
나무 : 대놓고 사랑 이야기를 쓰려고 만들었어요. 오글거리기도 했는데(웃음) 사실 이 노래는 코드를 유심히 들으면 슬픈 느낌이에요. 밝은 가사지만 아련한 느낌이 나요. 전체적으로 들었을 땐 행복한데, 아련해요. 처음 쓸 때 의도한 건 상상 연애의 느낌으로 하고 싶었어요. 꿈에서 사랑을 하는 이야기로 구상하고 가사를 완성했습니다. 2009년 데뷔곡인 ‘별빛이 내린다’를 만들 때, 작업실에 놀러 온 선제에게 가장 먼저 들려줬어요. “지금 만든 곡인데, 한 번 들어볼래?” 하면서요. 선제가 좋다고 했죠. 그때 같이 만든 노래예요. 워낙 소중한 곡이어서 지금까지 음반에 넣지 않고 갖고 있다가 이번에 공개했어요.(웃음)

10. ‘담담’이라는 곡도 매우 밝더군요.
나무 : 그 곡은 가장 최근에 만든 곡이에요. 우연히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어둡고 어깨가 축 처져있는 거예요. 물론 저는 매일 회사에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아니니까 크게 공감은 못하죠. 그 모습을 보고 쉽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곡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자고 해놓고도 어렵게 접근한 것 같아요. 특정 누군가에게 집중하는 위로는 했는데, 퇴근길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든 노래예요.
우선제 :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담담하게 위로해주는 곡이에요. 우리에게도 아주 소중한 노래가 됐죠.

10. 새 소속사와 새 음반, 올해 기대가 크겠어요.
우명제 : 늘 해왔던 것들, 의미 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안 해본 것들을 도전해보려고 해요. 엄청나게 새로운 건 아니지만 접근 방식을 다르게 해보자고 마음을 모았죠.
나무 : 가을에 B 사이드 음반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이번 음반 활동을 하면서 녹음을 같이 해야 해요. 정신없이 바쁠 것 같습니다. 기대돼요.(웃음)

10. 앞으로 어떤 밴드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나무 : 2009년에 데뷔해 올해로 10년 차가 됐습니다. 음악을 할 때도 가볍거나 허접하면 안된다는 책임감이 있어요. 10년을 해왔는데 ‘헛것 했네’라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니까요. 앞으로도 좋은 음악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우리의 지난 음반이 다 다른 느낌이어서 정말 좋아요. 이번 음반도 색깔이 달라서 행복하고요. 안녕바다는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를 거예요. 지금까지 잘 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똑같은 패턴의 음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처럼 다채롭고 다양한 경험이 노래에 우러났으면 좋겠어요.
우명제 : 놓치는 것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꾸준히 음악을 하겠습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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