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2일 방영된 KBS2 ‘우리가 만난 기적’ 방송화면 캡처.

신의 실수가 ‘신의 한 수’가 될 드라마가 탄생했다. 김명민과 김현주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국가대표급’이었고 극본과 연출에는 재치가 돋보였다. 백미경 작가와 이형민 감독이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이후 두 번째로 의기투합한 KBS2 ‘우리가 만난 기적'(이하 ‘우만기’)이다.

지난 2일 처음 방송된 ‘우만기’는 두 ‘송 패밀리’, 송현철A(김명민)와 송현철B(고창석) 가족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했다.송현철A는 겉보기에 남부러울 것 없는 ‘1등 인생’을 살았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제1금융권 은행의 강남지점장을 맡았다. 방송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경제를 소신대로 전망할 수 있는 사회적 위치를 가졌다.

그러나 송현철A의 내면은 곪아 있었다. 앞만 보고 달려온 그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자립하고 싶어 마트에서 일하는 아내 선혜진(김현주)에게는 “당신이 해야 할 역할, 평가, 인정은 내가 하는 거야. 날 쪽팔리게 하지 마. 싸돌아다니더니 건방이 늘었어”라고 싸늘하고 오만하게 말해 아내의 독립과 이혼 의지만 더 굳세게 만들었다.

직원들과도 소통에도 실패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직원들과 점심을 먹으며 “수평적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식사 도중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식사 끝”을 선언하며 강제로 마무리했다. 카메라는 식당 탁자의 정중앙에 왕처럼 군림하는 듯한 그의 모습을 멀리서 비추며 직장에서도 이어지는 그의 가부장적 태도를 비꼬았다. 그는 직원을 혼낼 때 군대 운운하며 전형적인 ‘꼰대’ 캐릭터를 보여줬다.송현철B는 송현철A와 이름도 생년월일도 같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10년을 열심히 일해 자신의 가게로 만들었고 아내 조연화(라미란)가 퇴근길에 업어달라면 넉살 좋게 업어줬다.

두 송현철을 비교해 보여주던 화면은 의문의 남성들이 서로 메신저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장면으로 전환됐다. 한 남성은 다른 남성에게 시간을 끌라고 지시했고, 어떻게 시간을 끌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교통사고라고 답했다.

이후 두 송현철에게 교통사고가 닥쳤고 송현철B가 죽게 됐다. 그러나 이는 신의 실수였다. 원래대로라면 송현철A가 죽어야 했던 것. 신계(神界)에서 온 메신저 아토(카이)는 통곡하는 송현철B의 가족들을 보며 가슴 아파했다. 두 송현철의 운명이 뒤바뀌자 아토의 옆에는 “코드 레드. 신속한 처리 요망”이라는 메시지가 떴다. ‘우만기’ 1회는 신의 실수에 따라 송현철A가 극적으로 살아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백 작가가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자신했던 것처럼 ‘우만기’는 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일상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극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여기에 위트를 더했다. 송현철A를 위한 생일 케이크를 준비한 날, 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선혜진이 집어 든 책 제목은 ‘나는 왜 사는 걸까?’였다. 카이는 그룹 엑소의 멤버였을 때 가졌다던 초능력인 ‘순간 이동’이 가능한 캐릭터로 설정됐다.

이 감독은 백 작가의 이러한 상상력과 관찰력에 따뜻한 시선을 더했다. 아토가 등장할 때는 마치 엑소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연출로 재미를 줬다.

배우들은 백 작가와 이 감독이 잘 차려놓은 한 상을 시청자들에게 훌륭하게 전달했다. 특히 남편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걸 알고 그를 위한 생일 케이크를 손가락으로 떠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김현주의 연기는 인상 깊었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던 풋풋한 때를 떠올리며 케이크를 떠먹는 복잡한 감정을 김현주는 조용하고 절절하게 표현해냈다.카이는 데뷔 때부터 ‘순간 이동’을 연기해온 내공을 발휘해 순간 이동하는 신의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표정 연기도 한층 성숙해졌다. ‘신계 공화국 영업팀의 신참’ 역을 앞으로 어떻게 연기할 지 주목된다.

‘우리가 만난 기적’은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