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싱어송라이터 죠지. / 사진제공=크래프트앤준

죠지는 최근 R&B계에서 주목하는 싱어송라이터다. 트렌디한 음색과 보컬, 재치있는 가사와 특유의 그루브가 담긴 음악이 매력이다. 지난 3일 발표한 싱글 을 비롯해 등에서 그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다. 죠지의 존재감은 ‘대세 뮤지션’들 사이에서도 알아준다. 프라이머리·기리보이·주영·서사무엘 등이 일찍이 원석을 알아보고 죠지와 협업했다.

10. 지난달 발표한 신곡 은 수영장을 일상으로부터의 도피처로 표현한 곡인데요.
죠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물속’이요. 물에 풍덩 빠지면 세상과 분리된 기분이 들잖아요. 제목이 수영장인 이유는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이에요. 저에게는 수영장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거든요.10. 무엇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가요?
죠지: 나이를 먹으면서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어요. 그럴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행복하게 살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가 커지더라고요. 10대를 큰 고민 없이 보냈거든요.

10. 10대는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도 있잖아요.
죠지: 고등학교 1학년 때 잠깐 우울했던 적이 있어요. 중학교 친구들 중에 저만 다른 고등학교에 배정받아서요. 제가 우울해하니까 아빠가 음악을 해보라고 권유하셨어요. 그때부터 실용음악 학원에 다녔어요. 그 전까지는 음악을 혼자 했어요. 프로그램 설치해서 혼자 곡을 만들고 인터넷 카페에 올려 피드백을 받았어요. 그런데 학원에서 선생님들에게 ‘잘한다’는 칭찬을 들으니 흥미가 더 생기더라고요.

10. 온라인에서의 활동명은 무엇이었나요?
죠지: 아마 동민이었던 것 같아요. 제 본명이에요. 지금 활동명인 죠지는 저의 영어 이름이고요. 예전에 ‘죠지라이프’라는 이름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했거든요. 그게 익숙해져서 계속 쓰고 있어요.10. ‘죠지라이프’는 팔로워 수가 9000명이 넘는 인기 페이지이던데요.
죠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할 때 시작한 페이지에요. 딱히 제 음악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건 아니고 은밀한 취미 생활이었어요. 음악을 비롯해 이것저것 열심히 올렸는데 페이지가 점점 퍼지기 시작하면서 주위 친구들도 알게 되고, 뮤지션들의 연락도 받게 됐어요.

10. 누구에게 연락을 받았나요?
죠지: 가수 주영 형이요. 형이 SNS 메시지를 보내온 걸 계기로 친해졌어요. 그러다가 한 번은 제게 작사를 부탁했어요. 그 노래가 잘 돼서 저작권료를 많이 받았어요. 엄마한테 “저작권료가 이만큼 들어왔어”라고 말했더니 서울에 가서 진지하게 해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 노래가 효린, 주영의 (2014)에요.

10. 상경 후 본격적인 음악 활동에 나선 과정이 궁금합니다.
죠지: 서울에 막 올라와서 대학교 동기랑 함께 살았는데 딱히 뭐 한 건 없어요. 게임하고 놀고 그러다 집에 오면 곡을 만들고. 그때 작업해놓은 곡들을 요즘 하나씩 다듬어 쓰고 있어요. 생계 수단은 부모님의 용돈이었죠. 제가 대학교를 1학년 1학기까지 다녔거든요. 엄마에게 “나는 대학을 졸업할 생각이 없으니 등록금이라고 생각하고 서울 생활을 지원해 달라”고 했어요. 아직도 용돈을 받아요. 돈 많이 벌어서 갚아야죠.(웃음)10. 이후 프라이머리의 기리보이의 서사무엘의 등에 피처링으로 참여했죠?
죠지: (서)사무엘 형은 같은 소속사예요. 형이 피처링을 해 달라고 해서 (녹음실에) 갔는데 하루 만에 녹음이 끝났어요. 프라이머리 형은 사무엘 형의 추천으로 함께 작업하게 됐고요. 기리보이 형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요. 을 만들 때 ‘네가 노래를 얹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부르게 됐는데 타이틀 곡이 됐더라고요. 좋았어요. 전부 스무스하게 작업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10. 그간의 솔로곡 (2016) (2017) 은 ‘물’이라는 키워드가 겹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죠지: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에요. 물을 특별하게 좋아하는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웃음) 바다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만큼 산도 좋아하고요. 그냥 자연을 좋아해요.

10. 음악을 만들 때 무엇을 가장 신경 쓰나요?
죠지: 멜로디 라인과 가사요. 특히 가사는 너무 꼬인 표현들을 싫어해요. 봤을 때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가사보다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게 좋아요. 동시에 공감도 되어야 하고 입에도 착 붙어야 하죠. 그러려면 일차원적인 표현과 유치한 표현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해요.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단어들을 골라요.10. 2016년에 가수 임슬옹 씨와 바를 운영했다고요?
죠지: 맞아요. 이태원에서 같이 루프톱 바를 운영했는데 지금은 안 해요. 슬옹이 형도 SNS 메시지로 먼저 연락이 온 경우예요. 형이 한번 보자고 해서 만났는데 잘 맞더라고요.

10.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나 봐요.
죠지: 저는 잘 모르겠는데.(웃음) 제 주위 사람들 보면 다 이지(easy)해요. 살아가는 데 있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들이죠. 저 역시도 그런 성격이라 잘 맞는 것 같아요. 한편으로 스스로를 몰아 붙이는 친구들은 ‘넌 그렇게 살아서 좋겠다’고 부러워하고요.

10. 또 친한 음악인들이 있나요?
죠지: 두루두루 친한데 동네마다 있어요.(웃음) 이태원 패밀리로는 수민이나 지바노프, 홍대 쪽에는 존함욱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존함욱이 상경했을 때 동거한 친구예요.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는 죠지. / 사진제공=크래프트앤준

10. 무난하고 평탄했던 과거에 비해 지금의 자신은 어떤가요?
죠지: 감정이 다양해졌어요. 예전에는 마냥 신나고 기쁘기만 했는데, 요즘에는 슬픈 것도 생기고 비 오는 날에는 우울해지기도 하고. 취향도 달라졌죠. 빠르고 자극적인 걸 좋아하던 예전에 비해 지금은 천천히 흐르는, 차분한 느낌을 좋아해요.

10. 요즘 즐겨듣는 음악 장르는요?
죠지: 옛날에는 정통 R&B, 흑인음악을 주로 들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다른 장르를 더 많이 들어요. 요즘에는 특히 컨트리 느낌의 편안한 음악을 많이 듣고요. 저도 그런 음악 하고 싶어요. 국내에서는 웨스턴 카잇, 재규어 중사의 음악을 좋아해요. 둘 다 제가 좋아하는 감성의 음악을 하는 분들이라 ‘함께 작업하자’고 연락도 했어요.

10. 싱어송라이터로서 어떤 음악을 지향합니까?
죠지: 이지하고 칠(chill)한 음악이요. 어렵지 않고, 들으면서 고뇌하지 않아도 되는. 다들 어렵게 살잖아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10. 5월에 열리는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8’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데뷔 후 처음 참여하는 것인데 기분이 어떤가요?
죠지: 아직까지 멀게 느껴져서 실감이 안 나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10. SNS에 올린 춤 영상을 봤는데, 나중에 댄스 음악을 할 생각도 있나요?
죠지: 다음 앨범에 댄스곡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만 하고 있어요.(웃음) 예전에 장기하와 얼굴들이 미미시스터즈와 함께한 것처럼요. 귀여운 안무를 만들어서 공연할 때 춤 추면서 노래하고 싶어요.

10. 지금까지 싱글만 발표했는데 정규나 미니·EP 등의 앨범 계획은요?
죠지: 이번에 내고 계획이 바뀌었어요. EP앨범을 한 장 내고 반응 보고 나서 다음 앨범을 준비하려고요. 앨범 형태에 대한 부담없이 재밌겠다 싶은 방향으로 만들어보려고요.

10. 성적에 대한 기대나 목표는 없나요?
죠지: 차트 1위, 물론 하고 싶죠. 단순히 1위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10. 30살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죠지: 이상순 씨처럼 살고 싶어요. 느긋하고 따뜻하게, 차분하게요.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면 포크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죠지의 포털사이트 프로필 이미지. / 사진제공=크래프트앤준

10.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있어요. 포털사이트 프로필은 직접 설정했나요?(웃음)
죠지: 네. 저는 그 사진이 좋아요. 콘셉트 사진을 멋있게 찍었는데 저는 그런 게 부담스러워요. 사진부터 보고 실물 봤을 때 실망하는 것보다 직접 만났을 때 ‘사진보다 나은데’ 이런 반응을 듣는 게 마음이 편해서요.(웃음)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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