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스틸컷

웃기고 설레고 애틋한 멜로영화가 탄생했다. 지금도 ‘명품 멜로’로 손꼽히는 ‘클래식’(2003)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를 이을 또 하나의 작품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수아(손예진)가 기억을 잃은 채 남편 우진(소지섭) 앞에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일본에서도 영화로 제작돼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작품이다.여백의 미를 강조한 일본 영화에 비해 두 주인공의 과거 회상 신이 많아졌고 이 과정에 코미디 요소가 가미됐다. 생동감이 생겼다.

우진은 수아를 좋아하면서도 고교시절 3년 내내 표현하지 못한다. 수아와 춤을 추다가 그의 안면을 강타해 코피를 쏟게 하거나, 친구의 도움으로 말을 걸 준비를 마쳤지만 예상치 못한 답변에 당황하는 등 어리바리한 그의 모습이 웃음을 유발한다.

성인이 된 뒤에도 변함없는 상황이 재미를 더한다. 수아와의 첫 데이트에서 그의 손이라고 생각해 남의 발가락을 쓰다듬는 등 코믹한 장면이 이어지는데, 이것들이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웃다 보면 순식간에 먹먹해진다. 죽은 아내가 살아 돌아오는 등의 판타지 요소가 가미됐지만 사랑하고 헤어지는 남녀의 감정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공감된다. 자신의 목숨보다 서로를 더 사랑한 우진과 수아의 애틋한 모습은 사랑을 가볍게 생각하는 현실에 화두를 던진다.그간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한계 없는 연기력을 뽐내온 소지섭과 손예진이지만, 멜로로 뭉치니 더없이 반갑다. 소지섭은 어린 아들과 함께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려 분투하는 우진의 순애보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손예진은 특유의 청순한 이미지에 변주를 두며 이야기를 입체감 있게 만든다.

특히 소지섭과 손예진은 눈물을 쏟지 않고도 관객들을 울컥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그리움과 애틋한 정서가 담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힘 있게 이끄는 데 한몫 한다.

아들 지호 역을 맡은 아역배우 김지환의 순수함은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한다. 연기력을 떠나 소지섭, 손예진과 한 가족이 된 듯 어우러지는 모습이 그 자체로 ‘힐링 포인트’가 된다.130분 이상의 긴 이야기를 관통하는 건 역시 사랑 이야기인데, 이것이 지루하지 않게 연출돼 보는 재미가 있다. 원작의 팬임을 밝힌 이장훈 감독이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한 만큼, 원작의 팬은 물론 이야기를 새롭게 접하는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오늘(14일) 개봉. 12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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