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두 아들을 둔 인숙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하고 박정민이 너무 연기를 잘해요. 큰일 났네. 전 배워야겠어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배우 윤여정이 영화를 본 소감을 묻자 이 같이 말했다.윤여정은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두 아들 조하(이병헌)와 진태(박정민)의 엄마이자 남모를 사연을 지닌 인숙 역을 맡았다. 영화는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와 서번트증후군을 앓으며 엄마만 믿고 살아온 동생 진태가 난생 처음 만나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나리오를 받고 30페이지 쯤 읽었을 때 이병헌과 박정민이 출연한다는 얘길 들었어요. 저 같은 늙은이가 뭘 알겠어요? 감각적인 젊은 애들이 출연한다고 하니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저도 하겠다고 했죠. 하하. 물론 처음엔 인숙의 사연에 개연성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과 얘기를 하며 내용을 보충해 나갔죠.”

윤여정은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경상도 사투리에 도전했다. 나이가 들수록 맡는 역할이 엄마, 할머니 캐릭터에 국한되다 보니 변신의 기회가 적다고 생각했다. 매너리즘을 탈피하고자 도전을 결심했다.“선생님하고 3개월을 연습했어요. 선생님의 발음을 하나하나 따라하며 참 바보처럼 연습했죠. 이렇게 힘든지 몰랐어요. 흉내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후회했을 땐 이미 늦었죠. 영화에서 제 단점만 보이던데요.”

윤여정은 단지 엄마 캐릭터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사연을 덤덤하게 이끌며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흔들리는 눈빛과 분위기로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그려낸다. 두 아들을 향한 다른 감정을 드러내며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도 한다.

“전 연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에요. 뚜렷한 연기론도 없어요. 그저 ‘내가 이 인물이라면?’이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하죠. 연기는 아직도 어려워요. 내가 작품을 분석해서 연기를 한다고 쳐요. 하지만 평가는 관객의 몫이죠. 내 해석이 틀릴 수도 있는 거예요.”윤여정은 촬영 중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니터링은 촬영한 장면들이 카메라에 어떻게 담기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예전엔 모니터를 했죠. 그랬더니 제가 ‘오른쪽엔 흉이 많으니 왼쪽 얼굴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모니터를 하지 않게 됐어요. 감독님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기로 했죠. 배우는 감독의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는 감독의 도구라고 생각한다”는 윤여정.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윤여정은 53년 차 배우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화려했던 청춘 배우를 걸쳐 친근감과 존재감을 동시에 지닌 배우로 자리 잡았다. 실제와 분간하기 힘든 그의 연기를 두고 ‘명불허전’이라고도 한다. 반백 년 이상을 달리게 한 원동력이 무엇일까. 그는 “호기심이 많다. 새로운 시도가 좋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현재 tvN 역대 예능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화제 속에 방영 중인 ‘윤식당2’에도 출연 중이다. 시즌1에 이어 스페인의 한 바닷가 마을에서 한식당을 운영한다. 돌직구 멘트를 날리며 웃음을 유발하다가도 이내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에 시청자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예능이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이에요. 힘든 일을 나서서 하는 편이 아닌데 약속을 했기에 지키려고 출연했어요. 가게에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는데 손이 다 데고 흉도 생겼어요. 정유미를 보니 눈이 풀렸더라고요. ‘영화 촬영이 낫지?’ 그랬더니 주저 없이 ‘네’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힐링이 된다고 하던데 전 고생 많~이 했답니다. 하하.”시즌3에도 출연할까. 그는 목소리를 키웠다.

“촬영 중에 이서진이 ‘윤식당3’도 하자고 얘길 하더라고요. 입을 꿰맨다고 했어요.”

윤여정은 tvN ‘윤식당2’에 대해 “예능이 아니라 서바이벌 게임”이라고 했다.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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