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아이돌 전성시대다. 아니,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 2017 아이돌 명곡

2017 아이돌 명곡
아이돌 음악이 진화하고 있다. 올해 여러 아이돌들이 내놓은 음악이 이를 증명했다. 그간 ‘보는 음악’에 치중됐던 아이돌 음악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위한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가수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수준까지 올랐다. 그 중에서도 명곡이라 불릴만한 곡을 꼽았다. (곡 순서는 발매 일자 기준)

◆ 하이라이트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2017. 3. 20.)

하이라이트/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하이라이트의 새 출발을 화려하게 알린 곡이다. 멤버 용준형과 작곡가 김태주가 속한 프로듀싱 팀 굿라이프(Good Life)가 프로듀싱했다. ‘비스트’ 시절, 주로 사랑과 이별을 노래해온 이들은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를 통해 주제의식을 사랑에서 삶으로 확장했다. 희망찬 가사로 자신들의 가수 인생 2막을 자축하고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동시에 ‘힐링송’ ‘응원가’라 불리며 사랑받았다. 특히 청춘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하며 공개 당시 국내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기염을 토했다. 앞으로 하이라이트의 음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곡이다.

◆ 위너 ‘Really Really’ (2017. 4. 4.)

위너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지난해 멤버 탈퇴를 겪고 4인조로 재편한 위너가 처음 내놓은 곡 ‘Really Really’는 공개되자마자 음원차트 ‘올킬’은 물론 지금까지도 ‘차트 인’을 유지하며 사랑받고 있다. 올해 팝 시장에서 유행하던 트로피컬 하우스를 위너만의 색깔로 재해석한 곡으로, 청량감 넘치는 사운드와 감각적인 멜로디가 호평을 얻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내용의 가사는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문장들로 이뤄져 오히려 더 와닿는다. 무엇보다 장르의 몽환적인 매력을 배가시키는 김진우의 보컬이 돋보였다. 후렴구가 나오기 직전, 김진우가 미성으로 부르는 ‘널 좋아해’는 곡의 ‘킬링 파트’로 자리매김하며 인기를 끌었다.

◆ 빅스 ‘도원경’ (2017. 5. 15.)

빅스 / 사진제공=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콘셉트돌’ 빅스가 동양의 미(美)를 음악으로 나타낸 곡이다. 리드미컬한 블루스에 우리 전통 악기인 가야금 연주를 접목했다. 날카로운 전자악기 소리와 맑은 가야금 소리가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조화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인상적인 것은 노랫말이다. ‘도원경’은 삼국 시대 이후 진(秦) 나라 때 유래한 말로 ‘복숭아 꽃 피는 아름다운 곳’을 말한다. 이상향을 뜻하는 ‘도원경’을 곡에서는 화자(話者)가 사랑하는 ‘너’에 비유했다. 가사는 내내 ‘너’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데 전부 우리말로만 이뤄졌다. 운율을 맞추거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의미 없는 영어를 남용하는 요즘 가사들에 비하면 이례적인 경우여서 호평 받았다. 무대 위에서는 한복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정장 차림에 부채를 활용한 안무로 완성도를 높였다.

◆ 지코 ‘ANTI (Feat. G.Soul)’ (2017. 7. 12.)

지코 ‘ANTI’ 이미지 / 사진제공=세븐시즌스
블락비의 리더 지코가 솔로로 내놓은 두 번째 미니앨범의 더블 타이틀곡 중 하나다. 곡의 구성은 단조로운 편이다. 적당히 긴장감을 주는 비트와 멜로디가 반복된다. 그렇기에 오히려 지코의 래핑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ANTI’는 지코가 치열한 자아성찰 끝에 완성했다는 가사가 특징이다. 스스로의 안티 팬이 된 지코가 자신에게 악담을 퍼붓는 내용이다. 그러나 가사에는 욕설이 없고 랩을 하는 지코는 흥분하지 않는다. 대신 ‘네 교만함의 뿌릴 뽑아 / 인생을 휘청이게 할 거야’ ‘한 문장 삐끗하면 돼 / 해석은 내 몫이고 사상 또한 내가 정해’ 등 섬뜩하리만치 거침없고 현실적인 폭언들이 뇌리에 깊이 박힌다. ‘I’m not you anti’라고 비웃는 듯한 지소울의 보컬 피처링은 곡에 음산함을 더한다. 곡이 나타내는 메시지는 ‘혐오’가 팽배한 현대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 선미 ‘가시나’ (2017. 8. 22.)

선미 / 사진=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올해 초 원더걸스 해체 후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난 선미가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고 처음 발표한 곡이다. 선미는 ‘가시나’를 통해 YG엔터테인먼트의 메인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 블랙레이블과 협업하며 변화를 꾀했다. 동양적인 분위기의 신스 사운드를 테마로 감각적인 베이스와 멜로디 라인을 어울러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냈다. 선미는 이전보다 한결 힘을 실은 목소리와 날카롭게 뻗는 고음 처리로 발전된 보컬을 들려줬다. 무엇보다 퍼포먼스가 인기를 끌었다. 사랑스러움을 강조한 ‘꽃받침 춤’, 각 잡힌 ‘저격 춤’을 붙여놔 선미의 상반된 매력을 나타냈다. 이때 변화하는 선미의 표정과 눈빛이 매력 포인트다.

◆ 방탄소년단 ‘MIC Drop’ (2017. 9. 18.)

방탄소년단 /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9월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미니앨범 “LOVE YOURSELF 承 ‘Her’” 수록곡으로 방탄소년단의 스웨그(swag)를 표현한 정통 힙합 곡이다. ‘중소돌’에서 ‘월드스타’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꾸준한 성장해온 역사를 근거로 헤이터(hater)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래퍼 제이홉·슈가·RM의 직설적인 랩 가사는 통쾌하고 뷔·정국·지민·진이 번갈아 부르는 보컬 파트는 익살스럽다. 지난달에는 이를 세계적인 DJ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 미국 래퍼 디자이너(Desiigner)와 함께 리믹스한 버전도 공개됐다. 일렉트로 트랩 장르로 재해석된 리믹스 버전은 빌보드의 메인차트인 ‘핫100’에서 2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달 초에는 일본어 버전으로 현지에서 싱글 발매돼 오리콘 차트 정상을 차지했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