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배우 이재균/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My Name is 이재균. 본명이다. 있을 재(在), 고를 균(均)을 쓴다. 이름의 뜻? ‘골고루 있다.’ 어느 하나에 특출하다기 보다 골고루 조금씩 재능을 가진… 비빔밥 같은 사람이 되라는 뜻 같다. 아니면 김밥, 햄버거, 피자라거나…(웃음)

2017년 안방극장에서 ‘열일’했다. 올해 MBC ‘20세기 소년소녀’, SBS ‘당신이 잠든 사이에’, tvN ‘아르곤’ ‘명불허전’에 출연했다. 모두 오디션으로 발탁됐다. 오디션을 볼 때는 가장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잘해야지’ 해서 일부러 뭔가를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나를 못 보여준다. 긴장하지 않고 오디션을 본다. 그런 모습들을 좋게 봐준 것 같다.‘20세기 소년소녀’에서 사진진(한예슬)의 매니저 홍희 역을 맡았다. 평소에 나와 비슷한 캐릭터였다. 평범하고 말수도 적다. 매니저 연기를 하면서 운전이 힘든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매니저에 대한 고마움도 항상 느끼고 있다.(웃음) 운전면허는 있지만 실제로 운전할 기회가 적었는데 ‘20세기 소년소녀’를 통해서 실력이 늘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한예슬 선배는 털털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잘 웃고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성격이다. ‘20세기 소년소녀’가 드라마 외적인 요소로 풍파를 많이 겪었는데 촬영장 분위기는 좋았다. 휩쓸리지 않았다. 작품을 함께 만든 선후배, 동료 배우들과 PD님, 스태프들 모두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 드라마를 사랑해준 많은 분들에게도 감사하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최담동(김원해)의 아역으로, 반전의 주인공이 됐다. 내가 극 중 김원해 선배의 아역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좋았지만 걱정도 했다. 선배와 내가 많이 닮은 편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오충환 PD님이 “걱정 마, 똑같아!”라고 거듭 말해줘서 안심했다.(웃음) 김원해 선배의 톤을 최대한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 선배의 목소리나 말투를 따라 해 보려고도 해봤다. 그래도 가장 우선으로 신경 쓴 것은 연기할 때 상대 배우들과의 감정 교류였다. 내가 느낀 것을 토대로 ‘젊은 시절의 담동은 이렇게 할 수도 있겠지’라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아르곤’에서 기자 왕중구를 소화하기 위해 밤을 새웠다. 극 중 천우희(이연화 역) 선배와 잠복취재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 순간의 기자들이 풍기는 느낌을 포착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참고했다. 현장에서 뉴스를 잡아내려고 몰두하는 모습은 연기로 될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짜 내가 그런 상태가 돼야겠다는 생각에 실제로 잠을 안 자고 촬영장에 갔다. 잠복 취재를 하느라 사흘 밤을 샌 설정이었는데 TV에 정말 피곤하게 나오더라. 분장보다 리얼했다.(웃음)‘명불허전’에서 만난 김남길 선배는 거침이 없었다. 내가 연기한 인턴 한의사 진영훈은 극 중 허임(김남길)을 동경한다. 이를 연기할 때 김남길 선배가 먼저 다가와 줬다. 아직 신인이다 보니 촬영장에서 내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운데 선배가 선뜻 ‘어떻게 하는 게 편할까?’ 물어주고 조언도 해줬다. 편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다.

배우 이재균/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2011년 뮤지컬 ‘그리스’의 앙상블로 데뷔했다. 배우가 원래 꿈은 아니었다. 꿈은 항상 바뀌었다. 연기를 시작한 건 대학을 가기 위해서였다. 그 전에 노래를 좀 부르기는 했는데 실용음악을 전공하기에는 부족했다. 내 성적에 갈 수 있는 대학을 찾다가 서울예술대학교 연기과에 입학했다. 당시에는 연기를 만만하게 생각했던 거다. 실제로 해보니까 어려웠다. 그리고 그만큼 좋았다. 대학에 안 가면 아버지한테 혼날까봐 시작한 연기가 지금은 너무 재밌다. 이제는 배우가 내 천직이라고 생각한다.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 ‘박화영’(감독 이환)이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개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고 최근 서울 독립영화제에 초청받았다. 극 중 내가 맡은 역할은 불량학생 무리의 대장 영재다. 촬영이 시작되기 한 달 전에 오디션을 봤다. 감독님이 그때까지 마음에 드는 배우를 못 찾았다고 했다. 첫 번째 오디션 때 감독님 마음에 들어서 두 번째 오디션을 보러 갔다. 1시간 반? 거의 2시간 가까이 연기만 했다. 시나리오 그대로를 그 자리에서 연기한 거다. 끝나고 나오니까 목에 담이 걸렸다.(웃음) 영재가 폭력적인 인물이라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특히 영재는 타이틀 롤인 박화영(김가희)에게 공포를 주는 인물이다. 때문에 가희에게 ‘네가 실제로 가장 무서워하는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서 최대한 그가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 영화 촬영 전에 배우와 제작진끼리 워크숍을 간 적도 있어서 다소 무거운 작품임에도 재미있게 촬영했다. 요즘도 감독님과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꼭 만난다. 감독님이 배우도 겸하고 있어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공연과 영화는 비슷하고 드라마는 다르다. 공연과 영화는 준비 기간이 길어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반면 드라마는 현장이 바쁘게 돌아가는 터라 집중하기 힘든 순간들이 찾아온다. 대신 무대 위에서 연기할 때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정도가 매번 달라지는데 드라마는 내가 표현하는 것 이상의 감정이 카메라에 담긴다. 신기하다. 그게 드라마의 매력 같다.

살아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 올해만 해도 매니저, 경찰, 기자, 한의사를 연기했다. 연기는 내가 어떤 직업이나 사람을 대변하는 작업이다. 사람들이 나를 통해 ‘저런 사람이 어딘가에 살고 있겠구나’ 느꼈으면 좋겠다. 내 속에서부터 진정으로 묻어나오는 연기를 하고 싶다.

롤 모델은 어느 아역 배우다. 예전에 어떤 드라마를 봤다. 주말드라마였는지 일일드라마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거기 나오는 꼬마 배우가 연기를 너무 잘했다. 드라마 전체 내용을 모르는데도 그 친구의 연기만 보고 울컥했을 정도다. 드라마 제목과 배우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이재균은 머쓱한 듯 웃었다) 어쨌든 지금도 그 아이처럼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