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프턴에서 출항해 5일 만인 4월 15일 북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한 이 사건은 1997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를 통해 더 유명해졌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각각 3등실 남자와 1등실 여자로 나와 계급 차이를 극복한 애절한 사랑을 보여줬다.영화가 두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뮤지컬은 사고가 일어난 배경과 배에 탄 여러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는 식이다. 실제 타이타닉호 승객 2200여 명 중 3분의 2가 사망한 비극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다.뮤지컬로 완성된 ‘타이타닉’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대 디자인이다. 뱃머리나 돛 등 선박의 겉모습이 아니라 선실 내부를 비추는 점이 독특하다. 이와 관련해 무대 디자이너 폴 테이트 드푸는 “배에 승선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폴은 무대를 그리며 실제 배를 만드는 기분으로, 타이타닉호의 설계자 앤드류스의 감정을 떠올렸다고 했다.
게다가 오케스트라를 무대의 정중앙에 뒀다. 이는 실제 타이타닉호의 침몰 직전까지 선상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다는 이야기에서 가져온 기발한 발상이다. 공연 내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며 감상할 수 있어서 커튼콜 때 가장 큰 박수를 받는 것도 이들이다.
극은 20여 명의 등장인물에 조명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흐르기 때문에 약 125분 동안 특별한 무대 전환이 없다. 1인 다역(多役)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내뱉는 통에 배우들의 집중력이 관건이다. 토마스 앤드류스 역의 서경수와 프레드릭 바렛 역의 켄, 에드가 빈 역의 전재홍, 해롤드 브라이드 역의 정동화, 캐롤라인 네빌 역의 임혜영, 짐 파렐 역의 송원근 등은 매끄러운 연기로 튀지 않고 극에 스며든다.다만 연인 혹은 부부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이 밀접하게 엮이지 못 한다는 게 흠이다. ‘벅찬 마음으로 타이타닉에 탑승해 미국으로 향하다 빙하와 충돌했다’는 상황만 같을 뿐, 모두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만 읊는다. 네 명 이하의 뚜렷한 주인공이 뒤섞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턱없이 모자란 구명보트에 탑승하는 긴박한 순간을 지나 극의 말미엔 죽음을 형상화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꽤 충격적이다. 온 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2014년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만들어 어딘가 꺼림칙하다.
내년 2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뮤지컬 ‘타이타닉’ 공연 장면 / 사진제공=오디컴퍼니
기존의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보는 ‘재해석’의 좋은 점은 알고 있던 이야기를 여러 각도에서 훑어 보며 몰랐던 걸 발견하는 것이다. 뮤지컬로 다시 태어난 ‘타이타닉’도 그렇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동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타이타닉'(연출 에릭셰퍼)은 1912년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에서 영감을 받았다. 199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지 20년 만에 한국으로 넘어왔다.1912년 4월 10일 영국 사우스햄프턴에서 출항해 5일 만인 4월 15일 북대서양 바다에서 침몰한 이 사건은 1997년 개봉된 동명의 영화를 통해 더 유명해졌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이 각각 3등실 남자와 1등실 여자로 나와 계급 차이를 극복한 애절한 사랑을 보여줬다.영화가 두 남녀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 뮤지컬은 사고가 일어난 배경과 배에 탄 여러 인물의 삶을 들여다보는 식이다. 실제 타이타닉호 승객 2200여 명 중 3분의 2가 사망한 비극이 영화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이다.뮤지컬로 완성된 ‘타이타닉’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무대 디자인이다. 뱃머리나 돛 등 선박의 겉모습이 아니라 선실 내부를 비추는 점이 독특하다. 이와 관련해 무대 디자이너 폴 테이트 드푸는 “배에 승선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폴은 무대를 그리며 실제 배를 만드는 기분으로, 타이타닉호의 설계자 앤드류스의 감정을 떠올렸다고 했다.
뮤지컬 ‘타이타닉’ 제작발표회 / 사진제공=오디컴퍼니뮤지
또 눈에 띄는 점은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주인공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배우들도 여러 개의 배역을 맡아 3등실 청년과 1등실 부자를 오간다.탑승하기 전 설레고 긴장한 표정으로 사연을 풀어놓는 20여 명의 배우들. 무대 디자인도 이 같은 점을 고려했다. 배우들이 쉽게 무대 위로 올라가 의상을 바꿔 입고 다른 위치에서 나타날 수 있도록 한 것. 배의 출입구를 여러 곳으로 터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게다가 오케스트라를 무대의 정중앙에 뒀다. 이는 실제 타이타닉호의 침몰 직전까지 선상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했다는 이야기에서 가져온 기발한 발상이다. 공연 내내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보며 감상할 수 있어서 커튼콜 때 가장 큰 박수를 받는 것도 이들이다.
극은 20여 명의 등장인물에 조명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흐르기 때문에 약 125분 동안 특별한 무대 전환이 없다. 1인 다역(多役)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내뱉는 통에 배우들의 집중력이 관건이다. 토마스 앤드류스 역의 서경수와 프레드릭 바렛 역의 켄, 에드가 빈 역의 전재홍, 해롤드 브라이드 역의 정동화, 캐롤라인 네빌 역의 임혜영, 짐 파렐 역의 송원근 등은 매끄러운 연기로 튀지 않고 극에 스며든다.다만 연인 혹은 부부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이 밀접하게 엮이지 못 한다는 게 흠이다. ‘벅찬 마음으로 타이타닉에 탑승해 미국으로 향하다 빙하와 충돌했다’는 상황만 같을 뿐, 모두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만 읊는다. 네 명 이하의 뚜렷한 주인공이 뒤섞여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뮤지컬에 익숙하다면, 다소 의아할 수 있다.
턱없이 모자란 구명보트에 탑승하는 긴박한 순간을 지나 극의 말미엔 죽음을 형상화한 장면이 등장하는데, 꽤 충격적이다. 온 국민을 비통하게 만든 2014년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만들어 어딘가 꺼림칙하다.
내년 2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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