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7일의 왕비’ 포스터 / 사진제공=몬스터 유니온

기대작으로 주목받던 것에 비해 5%대 시청률은 민망할 정도다. 그렇다고 극이 그렇게 못 봐줄 정돈가? 배우들의 호연과 그림을 연상케 하는 연출은 단연 ‘웰메이드 극’으로 불릴만하다. 딜레마에 빠진 ‘7일의 왕비’ 얘기다.

KBS2 수목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는 단 7일,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 신씨를 둘러싼 중종과 연산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로맨스 사극이다.극은 시작 전부터 기대작이면서 우려의 대상이었다. 역사적 인물들을 로맨스로 엮은 픽션인 만큼 역사왜곡이나 훼손의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 실제로 방송 이후엔 역사적으로 고모부와 조카였던 연산군 이융(이동건)과 신채경(박민영)이 로맨스로 엮이는 것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또한 현재 방영 중인 극엔 최근 트렌드로 비춰지는 ‘사이다’ ‘공감전개’가 부족하다. 사극 특성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두 남자 사이에서 비극적인 사랑을 그려가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다소 답답하다. 간신의 계략으로 서로를 오해하고 시기하는 형제 이융(이동건)과 이역(연우진)의 모습이나 사랑으로 인해 계속해서 목숨을 위협받는 신채경(박민영)의 모습도 마찬가지.

지난달 31일 첫 방송에서 6.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극은 현재까지 당시 기록을 자체최고시청률로 보유 중이다.(5회에서 동일 시청률 기록) 이후엔 줄곧 5%대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 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8일 방송된 9회는 4.7%, 자체최저다.시청률은 더 떨어졌지만 극은 점점 쫀쫀해진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배우들의 섬세한 열연과 감정선, 눈을 사로잡는 그림 등은 ‘7일의 왕비’를 웰메이드 사극으로 발돋움하게 만든다. 특히 지난 9회 방송분에서는 시간이 지나 다시 재회해 칼날을 숨기고 서로에게 웃음을 짓는 이융과 이역의 모습이 그려지며 긴장감을 유발했다. 이역을 사랑하지만 ‘예언’ 때문에 그를 밀어내야 하는 신채경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샀다.

밀도 있는 극의 중심엔 박민영이 있다. KBS2 ‘전설의 고향’(2008)을 시작으로 SBS ‘자명고’(2009)·KBS2 ‘성균관 스캔들’(2010)·MBC ‘닥터 진’(2012) 등 사극에서 활약해 ‘사극요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그가 비운의 여인을 연기하며 더욱 깊어진 감정을 선보이고 있는 것. 얼굴에 못난이 분장을 하고 해맑게 웃다가 어느 순간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가녀린 몸과 대비되는 강인한 눈빛을 발산하는 박민영의 열연은 처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의 애잔한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역 역의 연우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에 로맨틱코미디 장르에서 강세를 보였던 그가 조선의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과 자신을 흔드는 신채경 사이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역의 형이자 그간 ‘폭군’으로 인식됐던 연산의 신선한 모습 역시 ‘7일의 왕비’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모든 걸 가진 듯 보이지만 신채경 앞에선 묘하게 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동건은 첫 사극에서 레퍼런스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독보적 매력을 더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무엇보다 그림책을 보는 듯한 영상미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다수의 퓨전 사극을 연출해온 이정섭 PD가 공을 들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극 초반엔 아역배우들이 만나고 사랑을 키워가는 풋풋한 모습을 담아내 소설 ‘소나기’를 연상케 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세트장 외에도 의상, 소품 하나하나 디테일을 놓치지 않으며 시청자들을 더욱 극으로 끌어들이는 건 ‘7일의 왕비’의 매력이다.

완성도 높은 극을 만들어 나가고 있기에 극의 성적표는 더욱 아쉽다. 하지만 속단하긴 이르다. 총 20부작으로 이뤄진 ‘7일의 왕비’는 현재까지 9회가 전파를 타며 반환점을 도는 중이다. 후반부엔 극명하게 사랑과 왕좌를 두고 대립하는 두 형제의 모습과 함께 비극적 운명을 타고난 신채경의 감성선 역시 물살을 탈 예정이다. ‘7일의 왕비’가 마니아층의 호평을 업고 시청률 반등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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