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이상윤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이상윤은 스스로 한계를 허물고 발전했다.

KBS2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는 로맨스와 불륜 사이를 오가더니, tvN 예능 ‘버저비터’에서는 ‘울보 카리스마’로 새로운 모습을 과감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버저비터’ 다음은 SBS 드라마 ‘귓속말’ 속 경계에 선 판사 ‘이동준’이었다.‘귓속말’은 SBS 드라마 ‘펀치’, ‘황금의 제국’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의 2년 만의 복귀작이다. 박경수작가는 이번에도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묵직하고 치열하게 그려냈다. 이동준 역을 맡은 이상윤은 그 세상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동준은 청렴한 판사였다가 한 순간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져 판사직을 박탈당하고, 변호사에서 다시 판사로 복귀하는 인물이다. 박 작가가 그린 격정의 터널을 지나 온 소감은 어떨까.

“악은 성실하더군요.(웃음) 선도 성실했는데, 도대체 악을 이길수가 없었어요. 16회 대본을 받아들었을 때, 더 이상의 전쟁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17회에서 다시 악이 튀어나오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이런 에피소드를 계속 만들어내는 박 작가님한테도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고요.”

‘귓속말’은 이상윤이 처음으로 판사복을 입어 본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대 재학중일 때 실제로 법을 공부해본 적도 있냐고 묻자, “법 공부는 해본 적이 없지만 법대 사람들하고는 친하게 지냈다”라고 재치있게 답해 웃음을 안겼다.“판사복, 좋던데요.(웃음) SBS 드라마 ‘신의 저울’에 사법연수생 역으로 출연했을 때 모의재판 하면서 검사복을 입어보고 판사복은 사실 처음이에요. 잘 어울린다는 칭찬도 좋았고요.”

법복이 잘 어울리는 이상윤은 실제 서울대 출신으로, 엘리트라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러나 배우는 표현의 진폭이 넓을수록 유리하다. 그는 자신의 이러한 엘리트 이미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하나의 굉장한 무기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죠. 저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를 끊임없이 찾으려고 하는 이유에요.”

배우 이상윤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서울대 물리학과를 나올 정도로 우등생이었던 그의 가장 큰 일탈은 바로 연기자가 되겠다는 결심이었다. 집안의 반대도 심했다. 안정적일 것이 확실했던 삶을 버리고, 그는 무엇을 위해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은 연기자의 삶을 택했을까.“그냥, 연기가 재밌었어요. 원래는 남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고 싫어했었어요. 그런데 연기 연습을 할 땐 그 순간을 즐기는 제가 있더군요. 제 자신에게 오롯이 빠져있는 순간이요.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게 좋아서 여기까지왔네요.(웃음)”

물리학도였던 그는 처음 연기자로서 발을 디뎠을 때 대본도 이성적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성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대본들을 접하며 어려움에 부딪혔다고. 지금의 배우 이상윤은 이성과 감성, 반반이다.

“어떨 땐 엄청나게 이성적이다가도, 어떨 땐 감성적이에요. 예전엔 느끼지 못했던 감성에 휩싸여서 휘둘리기도 하고요. 나이가 들어서 그럴까요.(웃음)”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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