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악녀’ 스틸컷 / 사진=NEW 제공

영화를 보고 나면 김옥빈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이 원톱인 제대로 된 액션 영화가 탄생했다. 한동안 액션 스타로 김옥빈이 이름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 제작 앞에 있다)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성 원톱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주연을 맡은 김옥빈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 속 모든 액션 장면을 주도적으로 이끌며 새로운 액션 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그간 여러 작품을 출연했던 김옥빈은 데뷔 후 처음으로 액션 장르에 뛰어들었지만, 뛰어난 역량으로 액션은 물론 굴곡진 주인공의 감정까지 소화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강렬한 액션 영화.

목검, 장검, 권총, 도끼 등 손에 잡히는 것은 그 어떤 것이든 위협적인 무기로 만드는 최고의 실력을 지닌 숙희 역을 위해 김옥빈은 촬영에 돌입하기 3개월 전부터 액션스쿨에서 훈련을 받았다. 태권도, 합기도 유단자이기도 한 김옥빈의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투혼은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킨다.

‘악녀’ 포스터 / 사진=NEW 제공
장정들과의 맨주먹 싸움에서도 김옥빈은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오토바이에서 칼싸움을 하거나 마을버스 외벽에 매달린 채로 액션을 펼치는 모습으로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을 끝까지 몰아붙인다. 실제 김옥빈은 대역을 쓰지 않고 극 속 90% 이상의 액션을 소화했다. ‘악녀’의 무기는 김옥빈이었다는 정병길 감독의 말이 절로 이해가 간다. 김옥빈은 ‘악녀’를 통해 여배우 액션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정병길 감독은 김옥빈에 대해 “선천적으로 액션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감각을 타고 났다. 요구하는 액션의 능력치 이상을 소화한 것은 물론 놀라운 속도로 빠른 습득력을 보였다”고 말했고, 김옥빈은 이에 부응하듯 스크린 속을 날아다녔다.

액션만 돋보이는 건 아니다. 조선족 출신의 숙희를 연기하면서 조선족 사투리를 쓰기도 하고, 사랑에 빠진 평범한 모습과 낮에는 연극배우로 밤에는 킬러로 이중생활을 하는 사연 많은 숙희의 다채로운 감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이런 김옥빈의 열연은 두 번째 칸 국제영화제 초청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9년 ‘박쥐’(감독 박찬욱)로 칸 레드카펫을 밟은 김옥빈은 ‘악녀’를 통해 다시 한 번 프랑스 칸에 방문했다.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악녀’가 상영된 이후 김옥빈은 외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으며 연기 인생의 새로운 장막을 열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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