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보도지침’ 공연 장면 /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뚜렷한 목표를 두고 바라는 바가 크면 온도를 높이기 마련인데, 오히려 차갑게 바꿨다. 바로 연극 ‘보도지침’의 이야기다.

27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동숭동 TOM 2관에서는 ‘보도지침'(연출 오세혁)의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배우들은 주요 장면 시연에 나섰고,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보도지침’은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된 작품이다. 지난해 극본에 참여한 오세혁이 이번엔 연출로도 나섰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구성된 연극이기 때문에 실제 인물들이 법정과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도 포함돼 있다. 배우들 역시 대사량이 많지만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듯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오세혁 연출은 “실제 법정의 기록과 한 말을 읽어봤다. 그 어떤 연극에서 본 독백보다 감동적이었다”며 “이 분들의 말이 빛나는 독백이라고 생각해 이야기보다 말과 발언, 연설 그리고 생각을 중심으로 했다”고 변화의 방향을 설명했다.이어 “또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말과 글을 다 넣었다”고 덧붙였다. 배우의 연기, 합이 아니라 그 순간에 하는 ‘말’에 무게를 실었다.

무대와 조명, 음악도 특별한 장치로 포장하지 않았다. 재판장을 배경으로 책상과 의자 등 도구를 옮겨가며 무대를 전환하는 식이다. 주인공이 대립하는 원고석과 피고석이 되고, 과거 연극 동아리에서의 추억을 그리는 동아리방인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고백하는 극장이자 광장이다.

오 연출은 “지난해 작가로 참여했을 때 빠진 장면이 있었다. 다시 준비를 하면서 넣어야 할 장면을 찾아보기도 했고, 배우들과 논의했다”며 “덜어내는 작업을 했는데, 장면의 온도를 위해서다. 지난해는 뜨거웠다면, 올해는 새로운 희망을 기다리는 시기인 만큼 차갑게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이번 ‘보도지침’에는 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배우 봉태규도 있다.

그는 “사실 처음 제안을 받고 거절하려고 했으나, 나의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연출의 한 마디가 와 닿았다”며 “배우를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까먹고 살았다. 캐릭터를 떠나서 자연인의 봉태규가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쉽지 않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물에 맞춰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공연이 올라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연습하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했다”고 웃었다.
연극 ‘보도지침’ 포스터 / 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이밖에도 다양한 공연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김경수 이형훈 작정표 박유덕 기세중 남윤호 안재영 서현철 윤상화 등도 참여한다.

주로 뮤지컬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고상화와 지난해 JTBC ‘팬텀싱어’로 주목받은 기세중은 “좋은 기회를 만나 도전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고상화는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열심히 하고 있다. 확실히 뮤지컬과는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전했다. 기세중은 “배우로서 연극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좋은 작품을 제안받았고 꼭 해보고 싶어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뜨거웠던 초연과 달리 차가움을 녹여낸 ‘보도지침’은 오는 6월 11일까지 대학로 TOM2관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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