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KBS ‘한국사기’/사진제공=KBS

‘한국사기’의 생생하고 드라마틱한 역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다큐의 명가 KBS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팩추얼 다큐드라마 ‘한국사기’는 한민족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원점으로 구석기 시대를 선택했다.8일 방송될 한국사기 ‘인간의 조건’(연출 맹남주)편에서는 구석기시대 동굴 속에 남겨진 유물들을 단서로 사실적으로 복원해낸 원시 인류의 삶을 통해 당시 이들의 탄생과 죽음, 증오와 사랑, 멸종에 저항하고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사투를 어드벤처와 로맨스가 혼합된 흥미진진한 한편의 드라마로 엮어낸다.

‘인간의 조건’은 인류 최초의 뛰어난 과학자이자 인간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품은 예술가이기도 했던 호모에렉투스와 호모사피엔스의 삶을 생생하게 관찰해보면서 인류의 새벽, 한반도에 뿌리내린 문명의 시작점을 찾아가는 흥미진진한 시간여행을 선사할 전망이다.

◆ 인류 최초의 사이언티스트
거대한 매머드가 떼를 지어 이동하고 무서운 검치호랑이가 숲 속을 거닐던 선사시대 한반도에 등장한 초기 인류는 거친 자연환경 속 먹이사슬의 최약체였다. 사슴의 빠른 발도 늑대의 날카로운 이빨도 없었던 구석기인들은 돌끼리 부딪쳐서 날카롭게 만든 뗀석기를 발명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했고 서서히 자연을 지배해나간 인류 최초의 과학자이자 발명가들이었다.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그 동안 수많은 영화나 다큐에서 보아왔던 정적인 원시인 재연과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으로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함께 생생하게 펼쳐진다. 구석기 시대의 만능 맥가이버칼이라 불리는 ‘주먹도끼’는 대장 호모에렉투스인 ‘상처자국’의 손에 들려 고기를 자르기도 하고 적을 공격하는 근접무기로도 쓰인다. 석기와 나무를 결합해 보다 발전된 복합무기인 ‘창’을 던져 공격하는 호모사피엔스 부족은 원거리 공격을 통해 한층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사냥기술을 보여준다.

실용성과 멋을 겸비한 구석기 패션도 재현된다. 날카롭게 간 뼈바늘로 동물사체의 가죽을 기워 옷을 만들고 남은 뼈와 이빨로는 장신구를 엮어 꾸미는 호모사피엔스는 단순히 추위를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족 내에서의 지위와 타부족과의 구분을 하기 위한 원시적인 패션센스를 뽐낸다.

◆ 인류 최초의 로맨티스트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다. 남녀의 사랑부터 가족간의 결속, 노인을 공경하는 배려와 죽은 이를 그리워하는 애도의 감정까지 사랑의 방식과 표현은 참으로 다양하다.호모사피엔스는 노인과 여성, 아이 등을 무리의 끝에 두는 방식으로 무리 중의 노약자를 보호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 구석기 시대 동굴 안팎에서 종종 발견되는 돌무덤은 구석기인들 역시 죽음과 주검을 함부로 다루지 않았으며, 상당한 애정과 상실의 슬픔 그리고 경외심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일례로 청원 두루봉 동굴에서 발견된 흥수아이의 경우 주검을 위를 보도록 편안하게 뉘어놓고(신전장:伸展葬) 국화꽃을 뿌려 애도의 감정이 드러나는 장례의식을 잘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한국사기’ 제작진은 지금까지의 학설을 뒤집어 엎을 이종교배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사실과 가능성을 구석기 시대, 금지된 사랑이라는 드라마틱한 로맨스 스토리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낼 예정이다. 서로 다른 종족 간의 사랑을 통해 태어난 생명이 현대 인류와 어떤 관련이 있을지 지금 우리 인간의 뿌리가 된 신인류 탄생을 둘러싼 비밀은 ‘인간의 조건’편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배가시킨다.

◆ 인류 최초의 아티스트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는 동굴벽화는 당시 구석기인들의 생활상과 그들을 둘러싼 자연의 동식물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혹은 자연을 숭배하는 원시종교의 경건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불과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구석기 동굴은 어둠과 침묵에서 벗어났고 구석기시대인들은 자신들의 기억과 꿈을 조각과 벽화로 남기면서 예술가의 면모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초보적이기는 하지만 조각과 회화를 통해서 예술을 발전시켰고 이는 최초의 기록으로 남아 동굴을 떠난 세대에게도 대대로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다.

과연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수 십 만년간 느리지만 서서히 발달된 지능과 축적된 경험으로 탄생한 원시문명은 이후 지금의 찬란한 문명과 문화, 예술로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다. ‘한국사기’는 선사시대 인류를 드라마로 재현한 ’인간의 조건’편을 통해 한반도에 인류가 처음 등장했던 순간을 보다 사실적인 관점에서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한국사기’의 제작을 지휘하는 김종석 책임프로듀서는 “역사는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많다. 특히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는 어려운 용어와 다양한 유물들로 인해 자칫 외면하기 쉽다”면서 “‘한국사기’는 주먹도끼와 뼈바늘 등 다양한 유물들의 실제 사용방법을 쉽고 재미있는 드라마로 재현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만드는 흥미로운 역사교육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한국사기’는 선사시대부터 통일신라에 이르기까지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를 입체적이고 통사(通史)적으로 접근한 대하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특히 시청자들의 지적 흥미를 자극하고 생생한 현장감을 선사하기 위해 다큐와 드라마의 경계를 허문 팩추얼 다큐 드라마로 제작돼 교육적 효과와 극적 긴장감을 함께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사기’는 8일 오후 9시 40분 KBS 1TV를 통해 방영된다.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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