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쇼핑왕 루이’ 포스터 / 사진=MBC 제공

막장 없고 억지 없는 착한 드라마가 안방극장 1위를 거머쥘 수 있었다니, 오지영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착한드라마 MBC ‘쇼핑왕 루이’가 지난 10일 종영했다. ‘쇼핑왕 루이’는 온실 속의 화초남이었던 루이(서인국) 기억상실에 걸린 채로 강원도 산골 출신 순수녀 고복실(남지현)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이 드라마의 매력은 모든 인물이 선하다는 데 있다. 악역은 있지만 그마저도 허당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루이를 죽게 만들 뻔한 백선구(김규철)는 마지막 회에서 루이를 향해 “회장님(김영옥)이 나를 두고 너를 후계자로 정하신 게 억울했다”고 진심을 털어 놓으며 눈물로 용서를 구했다. 루이는 “아저씨가 저희 할머니를 보살펴 주신 것만으로 용서드릴 수 있다”고 위로했다. 결국 백선구는 스스로 경찰서로 가 자수하고 벌을 받았다. ‘쇼핑왕 루이’ 다운 결말이다.

‘쇼핑왕 루이’ 캡처 / 사진제공=MBC

악역마저 쉽게 미워할 수 없는 이 드라마는 모든 인물들이 착하다. 루이-고복실과 삼각관계를 그린 차중원(윤상현)은 ‘키다리 아저씨’로 불렸다. 그는 짝사랑하는 고복실은 물론 사랑의 라이벌 루이까지 챙기는 모습으로 공식 츤데레 남에 등극했다. 마지막 회에서 차중원은 루이와 고복실의 애정 행각을 쓸쓸히 바라보다가도 “루이가 오래 가족과 떨어져 지내 정과 사랑이 많이 필요하다. 잘 챙겨 달라”고 고복실에게 부탁을 건네며 자신의 짝사랑을 깔끔히 마무리지었다.자신을 화려하게 포장하는 데 익숙해져 감정을 깨닫는 일조차 서툴렀던 백마리(임세미)는 고복실이 젖은 옷을 입고 바깥에 나가려 하자 “지금 젖은 옷을 입으면 어떡하냐. 내 옷 입어라”면서 “루이가 복실 씨 추울까봐 옷 벗어주는 게 더 상상하기 싫다”는 말을 덧붙이며 귀여운 츤데레를 보였다. 백마리 역시 악녀라기에는 허술하고 마음 한 편 따뜻한 구석이 분명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후에 차중원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메신저로 돌직구 고백을 보내며 제 2의 로맨스를 예고했다.

오직 선한 캐릭터들과 선한 에피소드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드라마가 오지영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데 있다. 오 작가는 ‘쇼핑왕 루이’로 지난해 ‘제7회 드라마극본공모전-사막의 별똥별 찾기’에서 우수상을 차지했다. 당시에도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오 작가는 재기발랄한 상황 설정과 때로는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대사들을 적절히 배치해 16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쇼핑왕 루이’로 착한 드라마의 가능성을 입증한 오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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