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겸 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CEO 이범수가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셀트리온 사옥에서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셀트리온 사옥 사무실에서 배우 이범수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3월 주식회사 셀트리온이 설립한 배우 전문 기획사 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약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이범수는 어느덧 배우가 아닌 다른 ‘얼굴’에도 익숙해진 표정이었다. TV와 스크린에서 ‘천(千)의 얼굴’을 연기하며 카리스마를 내뿜을 때처럼 회사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범수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10. 벌써 테스피스의 대표가 된지도 1년 반 가까이 됐습니다. 왜 배우 전문 기획사를 만들게 된 것인가요?
이범수: 학창시절(중앙대 연극영화과),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세월이 흘러 내가 배우가 됐는데도, 후배들에게 과거 나와 똑같은 질문을 했을 때 선뜻 배우가 되는 길을 알려주지 못하는 것이 답답했어요. 가요계에는 연예계 3대 기획사라 불리는 SM·YG·JYP 등 조직적으로 가수를 키우는 회사가 있는데 배우들에겐 왜 그런 회사가 없나 하는 생각도 했죠. 기본에 충실한 배우를 키우는 회사의 필요성을 느끼던 참에 셀트리온으로부터 CEO 제안이 왔고,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10. 셀트리온과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건가요?
이범수: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고향 선배(충북 청주)에요. 10여 년 전쯤 김장 봉사, 연탄배달봉사 등 사회봉사활동에서 만나서 친해졌어요. 서 회장님이 평소에 엔터테인먼트산업에 관심이 많으셨거든요. 게다가 고향 후배니 더 돈독하게 친분을 이어왔던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2014년 새로 회사를 만들테니 대표직을 맡아달라고 제안을 하셨죠.

10. 대중들이 느끼기엔 테스피스는 아직 이범수 외에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스타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범수: 10억 원을 투자해 20억 원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회사가 아닙니다. 모기업의 규모가 큰 만큼, 우리 회사가 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그래서 ‘즉시 전력감’인 스타 배우 영입은 고려하지 않아요. 스타 배우를 영입할 돈으로 신인 배우를 발굴·교육하고, 그들에게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제작·투자하는 작품에 좋은 배우를 공급하고, 배우들에게 현장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선순환 체계 구축이 테스피스의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10. 유명 배우가 전면에 나서 연예기획사를 차린 경우는 많았습니다. 테스피스가 다른 기획사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이범수: 대부분 1인 기획사를 차리거나 배우 중심의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죠. 테스피스는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우선 제가 전면에 나서 작품 활동과 함께 신인 배우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죠. 저희 소속 신인 배우들의 연기 수업을 직접 지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영화와 드라마에 투자하고 제작도 하고 있어요. 이번에 제가 출연했던 ‘인천상륙작전’에도 셀트리온이 투자자로 나섰습니다. 다행히도 영화가 손익분기점을 넘겼네요.(웃음)
배우 겸 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범수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테스피스가 준비하고 있는 큰 그림이 궁금한데요.
이범수: 지난 1년여 간은 ‘워밍업’ 기간이었어요. 최근에 회장님을 만나 투자 계획과 규모에 대한 협의도 마쳤어요. 그리고 올해 말에 사명을 테스피스엔터테인먼트에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로 바꾸고 본격적인 콘텐츠 사업에 나설 예정입니다. 1,500억 원을 투자해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의 근본적인 토양을 바꿀 다양한 사업을 펼칠 겁니다. 신인 배우를 체계적으로 발굴해 육성하는 매니지먼트 사업은 물론 영화 제작과 미국 할리우드 진출까지 계획하고 있습니다.

10. 할리우드 진출이요?
이범수: 네, 장기적으로는 한국과 할리우드 사이의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우리 테스피스가 국내에서 배우 매니지먼트와 드라마·영화 제작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류를 선도하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회사가 되기를 원해요. 9월에 미국으로 가서 한·미 합작 영화 제작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상영하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할리우드 유명 영화사·감독·배우들과 접촉하고 있고, 영화 제작이 결정되면 우리 회사 배우들이 아시아 배우로 참여할 것입니다.10. 그러기 위해선 선수층이 두꺼워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범수: 과거 방송사에서 공채 탤런트를 뽑은 것처럼 1년에 2번 정도 공채 배우를 모집할 계획이에요. 기본에 충실한 신인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등용시킬 생각입니다. 우리 회사 출신 배우라는 설명만으로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배우를 양성할 겁니다. 최선을 다해야겠죠.

10. 소속 배우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이범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우란 마라톤을 달리는 것과 같다고 얘기합니다. 배우를 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비판을 받고, 예상보다 큰 칭찬을 들을 때가 있는데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본연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요. 무엇보다 본인들이 하고자 하는 일로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10. CEO인 본인에게 하는 말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웃음)
이범수: 맞아요, 우리 회사는 이제 막 씨를 뿌린 셈입니다. 열매가 제대로 익을 때까지 천천히 기다리기만 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 인터뷰②에서 계속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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