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영화 ‘인천상륙작전’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CJ 엔터테인먼트, (주)태원엔터테인먼트
5000:1의 확률을 뚫고 전세를 역전시켰던 인천상륙작전.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능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영화적이었던 이 역사적 사건을 영화화하기 위한 시도는 그간 여러 차례 있어왔다. 1965년 개봉했었던 동명의 영화 ‘인천상륙작전’부터 시작해 배우 리처드 영이 출연했었던 ‘블루 하트'(감독 강민호), 흥행해는 실패했지만 ‘오!인천'(감독 테렌스 영)도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다.단, 세 편의 영화는 모두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기 전 냉전 시대에 만들어졌고, 때문에 반공(反共)적 성향이 짙거나 맥아더 장군을 극적으로 영웅화한 것이 전부였다. 이념 싸움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진 지금, 이재한 감독은 역사 뒤에 가려졌던 영웅을, 전쟁 대신 개인을 조망하기로 선택했다. 이 감독의 ‘인천상륙작전’이 특별해지는 지점이다.‘인천상륙작전’에서 주인공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맥아더 장군이 아니다. 물론 맥아더 장군도 작전의 성공에 역사적으로 크게 기여했지만, 이 감독은 역사에 이름조차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던 한국인들의 활약에 집중했다. 바로 맥아더 장군의 대북 첩보작전 ‘X-RAY’를 수행하는 해군 첩보부대를 비롯해 그들과 함께 연합군의 인천상륙을 돕게 되는 켈로부대(KLO-Korea Liaison Office, 한국인으로 구성된 연합군 소속의 스파이 부대) 대원들이다. 배우 이정재가 해군 첩보부대 대위 ‘장학수’를, 정준호가 켈로부대 대장 ‘서진철’을 맡았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스틸컷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주)태원엔터테인먼트
영화는 북한군의 군사 기밀을 빼내고자 하는 장학수의 첩보 작전을 쫓으며 시종일관 팽팽하게 전개된다. 지루할 틈 없이 러닝타임 내내 지속되는 긴장감은 “반세기 이상 지났던 이야기지만 현시대를 살고 있는 21세기의 관객들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던 이 감독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결과물이다. 장학수와 북한군 인천 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또한 백미다. 극의 초반부터 몰입도를 높이며 스릴을 부여한다.사실 전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전투들만 그려내도 영화적 긴박감은 충분했을 터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은 역사적 사건 그 자체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실제로 견뎌내야 했던 부대원 개개인의 아픔까지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었던 그들의 모습은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마음 찡한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국가와 체제, 이념에 맞선 개인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게 만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대원들의 이야기들이 단순한 신파가 아닌 이유다.‘개인’에 대한 주제의식은 첩보 부대와 켈로 부대원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인천상륙작전’에는 ‘인간 맥아더’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맥아더 장군을 연기한 할리우드 배우 리암 니슨은 영화 출연을 결심한 계기로 “무엇보다 ‘맥아더 장군’이라는 인물에 강하게 끌렸다. ‘더글라스 맥아더’를 연기하며 그를 알아가는 일은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마따라, 널리 알려져 있던 ‘영웅 맥아더’의 모습은 물론, 그저 총과 충분한 실탄을 달라는 한 소년병의 이야기에 감복할 줄 아는 ‘더글라스 맥아더’라는 한 사람을 알아가게 되는 감동은 이 영화의 숨겨진 관전 포인트다.아쉬운 점이 있다면 리암 니슨의 분량이 약 25분 정도로 짧다면 짧다는 것과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는 연합군의 상륙 작전 재연 모습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맥아더 장군이나 연합군의 인천 상륙 스토리가 주가 되지 않는 영화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때려 박는’ 전투신이 나오지 않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담담하게 기록된 역사 속에서 잊혀질 뻔한 영웅들의 드라마, 냉전 시대의 첩보 영화를 연상시키는 주연 배우들간의 첨예한 대립이 빛나는 영화다. 오는 27일 개봉.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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