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모차르트 역을 맡은 규현/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을 거부해. 어떻게 자신을 거부하고 다른 사람 되나. 너는 과연 누구인가 더 이상 날 구속하지 마.”

외로운 천재, 모차르트 역을 맡은 규현은 목청껏 소리치고, 흐느끼며 그렇게 모든 걸 토해냈다.그는 달타냥으로 첫걸음을 떼고, 돈 락우드로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무영과 필립 왕세자, 베르테르로 실력도 인정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볼프강 모차르트로 정점을 찍었다. 세종문화회관이란 대극장 무대 위에서 가장 밝은 빛을 냈다. 이로써 ‘슈퍼주니어’라는 타이틀 대신, ‘뮤지컬 배우’라는 수식을 제대로 붙였다.

규현은 지난 10일 개막한 뮤지컬 ‘모차르트!’를 여덟 번째 작품으로 택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인 모차르트, 게다가 복잡한 감정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부담은 컸을 터. 하지만 그는 부담을 책임감으로 바꿔 짊어지고, 타이틀 롤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가장 출연하고 싶은 작품 1순위’로 ‘모차르트!’를 꼽은 규현. 어느 때보다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 공연 내내 전해졌다.‘모차르트!’는 기존 볼프강 모차르트를 다룬 작품과는 다른 시각으로 그를 바라봤다. 탁월한 천재성은 살리면서도, 외로움을 조명했다. 특히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한 결핍에도 초점을 맞췄다.

규현은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냈고, 현명하게 표현했다. 음악을 하는 순간을 제외하면 누구보다 천진하고, 심지어 어리석기까지 한 모차르트의 이면을 흥미롭게 그렸다.

장난기가 녹아든 표정과 목소리로 순진무구함을 나타냈고, 천재 음악가의 인간적인 고뇌와 복잡 미묘한 감정도 부족함 없이 관객들에게 전달했다.
뮤지컬 ‘모차르트!’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어릴 적 자신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해 늘 스스로와 갈등하는 모차르트의 괴로움을 오롯이 담아낸 넘버이다. 규현은 이 곡을 부르며 도무지 눈과 귀를 뗄 수 없이 만들었다. 토해내듯 뱉어내는 그의 노래와 흐느낌을 통해 모차르트의 번민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제 옷을 입은 듯한 규현은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모차르트를 표현했다.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Singing in the rain)’ 속 우산을 든 채 내리는 비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규현의 모습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 완성됐다. 자신 있는 작품을 통해 인정받으며 안주할 수 있었을 텐데도, 규현은 ‘모차르트!’로 용기를 냈고, 게다가 부족함 없이 소화함으로써 대중들의 편견을 깼다.극의 말미, 정점으로 치달아 갈수록 규현은 더 집중했고 관객들도 깊이 빠져들었다. 흐트러짐 없이, 완벽히 준비된 모습으로 모차르트의 시작과 끝을 보여준 그는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을 만 했다.

규현의 모차르트, 타이틀 롤로 150분을 이끄는데 조금의 아쉬움도 없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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