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자, ‘황해’의 흥행 실패 이후 그가 6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만든 영화다. 국내에서는 28일 누적관객 540만 명을 돌파했으며, 제 69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도 초대를 받아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한 배우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나홍진 감독은 “징글징글한 감독”이다. 하지만 뭐든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는 ‘독함’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나홍진 감독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현혹시키는 영화 ‘곡성’을 만들 수 있었다.
10. 칸 국제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이 끝나고 난 뒤,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칸 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도 특별히 극장 밖에까지 동행했다고 하던데, 그 사이 무슨 대화를 나눴나?
나홍진: 영화 빨리 만들어라. 다음 영화는 경쟁에서 보자. 또, 조만간 서울 갈 테니까 만나자 등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하더라.
10. 그의 말대로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못해 아쉽지는 않았나?
나홍진: 집행위원장이 결정하는 건데, 내가 그의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것 같다. 오히려 나는 비경쟁 부문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그 섹션에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겸비하고 있는 유명하고 좋은 감독들의 영화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영화도 예술 영화가 아니지 않느냐. (웃음) 적합한 배치라고 생각한다.
나홍진: 사회면 기사를 보면, 특별한 계기랄 것도 없이 비극적인 일을 너무 자주 벌어진다. 그런데 그런 사건들의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됐을까’에 대한 답을 누구도 해줄 사람이 없었다. 현실에선 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때, 신이 떠올랐다. 신이라면 이런 궁금증에 답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10. 효진이(김환희)를 지키려고 했던 무명(천우희)조차도 앞선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하게 됐을까’란 질문의 답을 명쾌하게 주지 않고, 오히려 더 의심과 혼란만 키운다.
나홍진: 무명에게 관객들이 갖는 의문과 복잡함 등을 느끼는 그 감정과 우리가 비극적인 사건들을 바라볼 때 신을 떠올리면서 하는 생각들을 연관지어보면 좋을 것 같다. 관객들이 무명에게 느끼는 감정이 곧 비극적인 일을 겪게 된 사람들이 신에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정말 있을까, 신은 선할까 아니면 악할까. 사실 내 해설을 들을 것이 아니라 관객들 스스로 생각할 부분들이다.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10. 여러 지역이 많이 있었을 텐데, 왜 ‘곡성’에서 찍은 것인가?
나홍진: 한국의 신을 다루는 영화인데, 신을 만나는 장소로 어디가 적합할까, 신이 있을 만한 공간이 어디일까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 ‘곡성’이 떠올랐다. 곡성은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나홍진: 반대를 무릅쓰고 그런 건 없었다. (웃음) 미국 사람들이 곽도원을 어떻게 알고 있겠느냐. 곽도원이 당시 유명하지 않은 배우고, 주인공 경험이 없기 때문에 폭스가 걱정을 조금 했던 것이지,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극구 반대’ 이런 건 아니었다. 나는 시나리오를 써가면서 종구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다보니 곽도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촉’이 왔다. 혹시 어울렸을 것 같은 배우가 있다면 말해 달라. (웃음)10. “쿠니무라 준은 모든 촬영을 끝내고 화냈다”고 했던데?
나홍진: 마지막 날, 쿠니무라 준이 악마 분장한 채로 화를 냈었다. 난 일찍 도망갔지만, 바로 앞에서 그 분장들을 보고 있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웃음)
10. “징글징글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홍진 감독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독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계를 경험했던 쿠니무라 준이 대표로 화를 냈던 것이 아닐까.
나홍진: 다들 감독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은 영화의 모든 것을 감독하는 직업이다. 나는 그런 역할이다. 배우는 하나의 요소다. 배우뿐만 아니라 프레임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팀 작업이기 ?문에 100개의 요소 중 하나가 잘못 되면, 그 하나 때문에 나머지 99개의 요소가 다시 한 번 가야한다. 그런데 내가 그걸 좋다고 넘어가면, 잘못된 1개를 담당하는 아티스트가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 현장에 배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많은 각 분야의 선배님들을 모시고 가서, 나는 하는 것 없이 감독만 하는 거다. (웃음)
⇒ 인터뷰②에서 계속
⇒ ‘곡성’ 나홍진 감독, ‘독하다’는 것 (인터뷰①)
⇒ 나홍진 감독 “‘곡성’, 500만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영화” (인터뷰②)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곡성’은 독특한 영화다. 극장을 나온 이후에도 관객들을 한동안 놓아주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곡성’을 이해한 관객들은 주변 사람들과 열심히 ‘곡성’에 대해 토론한다. 물론, 명쾌한 결론은 나지 않는다. 혹자는 나홍진 감독이 영화를 보고난 그 이후까지 계산해 ‘곡성’을 만든 것이라 주장한다.영화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이자, ‘황해’의 흥행 실패 이후 그가 6년 동안 절치부심하며 만든 영화다. 국내에서는 28일 누적관객 540만 명을 돌파했으며, 제 69회 칸 국제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도 초대를 받아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한 배우의 표현을 빌려보자면, 나홍진 감독은 “징글징글한 감독”이다. 하지만 뭐든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는 ‘독함’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나홍진 감독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현혹시키는 영화 ‘곡성’을 만들 수 있었다.
10. 칸 국제 영화제에서 공식 상영이 끝나고 난 뒤,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칸 영화제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도 특별히 극장 밖에까지 동행했다고 하던데, 그 사이 무슨 대화를 나눴나?
나홍진: 영화 빨리 만들어라. 다음 영화는 경쟁에서 보자. 또, 조만간 서울 갈 테니까 만나자 등 이런저런 말을 많이 하더라.
10. 그의 말대로 경쟁 부문에 초청되지 못해 아쉽지는 않았나?
나홍진: 집행위원장이 결정하는 건데, 내가 그의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것 같다. 오히려 나는 비경쟁 부문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그 섹션에는 상업성과 예술성을 모두 겸비하고 있는 유명하고 좋은 감독들의 영화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우리 영화도 예술 영화가 아니지 않느냐. (웃음) 적합한 배치라고 생각한다.
영화 ‘곡성’의 나홍진 감독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칸 영화제에 개막했을 당시 서울에선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그 뉴스를 보면서 ‘곡성’이 참 많이 떠올랐다. 줄곧 ‘곡성’은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그린 영화라고 말해왔는데, 우리가 뉴스에서 본 것처럼 살인범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색채를 가미된 초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나홍진: 사회면 기사를 보면, 특별한 계기랄 것도 없이 비극적인 일을 너무 자주 벌어진다. 그런데 그런 사건들의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왜 내가 이런 일을 당하게 됐을까’에 대한 답을 누구도 해줄 사람이 없었다. 현실에선 답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때, 신이 떠올랐다. 신이라면 이런 궁금증에 답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10. 효진이(김환희)를 지키려고 했던 무명(천우희)조차도 앞선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하게 됐을까’란 질문의 답을 명쾌하게 주지 않고, 오히려 더 의심과 혼란만 키운다.
나홍진: 무명에게 관객들이 갖는 의문과 복잡함 등을 느끼는 그 감정과 우리가 비극적인 사건들을 바라볼 때 신을 떠올리면서 하는 생각들을 연관지어보면 좋을 것 같다. 관객들이 무명에게 느끼는 감정이 곧 비극적인 일을 겪게 된 사람들이 신에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신이 정말 있을까, 신은 선할까 아니면 악할까. 사실 내 해설을 들을 것이 아니라 관객들 스스로 생각할 부분들이다.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10. 여러 지역이 많이 있었을 텐데, 왜 ‘곡성’에서 찍은 것인가?
나홍진: 한국의 신을 다루는 영화인데, 신을 만나는 장소로 어디가 적합할까, 신이 있을 만한 공간이 어디일까 생각했다. 그런 가운데 ‘곡성’이 떠올랐다. 곡성은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나홍진 감독이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20세기폭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곽도원을 캐스팅한 걸로도 화제가 됐다.나홍진: 반대를 무릅쓰고 그런 건 없었다. (웃음) 미국 사람들이 곽도원을 어떻게 알고 있겠느냐. 곽도원이 당시 유명하지 않은 배우고, 주인공 경험이 없기 때문에 폭스가 걱정을 조금 했던 것이지, 기사에서 나온 것처럼 ‘극구 반대’ 이런 건 아니었다. 나는 시나리오를 써가면서 종구에 어울리는 사람을 찾다보니 곽도원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는 ‘촉’이 왔다. 혹시 어울렸을 것 같은 배우가 있다면 말해 달라. (웃음)10. “쿠니무라 준은 모든 촬영을 끝내고 화냈다”고 했던데?
나홍진: 마지막 날, 쿠니무라 준이 악마 분장한 채로 화를 냈었다. 난 일찍 도망갔지만, 바로 앞에서 그 분장들을 보고 있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웃음)
10. “징글징글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나홍진 감독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을 극한까지 몰고 가는 ‘독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계를 경험했던 쿠니무라 준이 대표로 화를 냈던 것이 아닐까.
나홍진: 다들 감독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는 감독은 영화의 모든 것을 감독하는 직업이다. 나는 그런 역할이다. 배우는 하나의 요소다. 배우뿐만 아니라 프레임에 등장하는 모든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팀 작업이기 ?문에 100개의 요소 중 하나가 잘못 되면, 그 하나 때문에 나머지 99개의 요소가 다시 한 번 가야한다. 그런데 내가 그걸 좋다고 넘어가면, 잘못된 1개를 담당하는 아티스트가 무슨 생각을 하겠느냐. 현장에 배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많은 각 분야의 선배님들을 모시고 가서, 나는 하는 것 없이 감독만 하는 거다. (웃음)
⇒ 인터뷰②에서 계속
⇒ ‘곡성’ 나홍진 감독, ‘독하다’는 것 (인터뷰①)
⇒ 나홍진 감독 “‘곡성’, 500만 가지의 해석이 가능한 영화” (인터뷰②)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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