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육룡이 나르샤’ 48회 2016년 3월 15일 화요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싸우고 있는 이방지(변요한)와 무휼(윤균상)을 발견한 분이(신세경)는 방지를 말리며 정도전(김명민)의 죽음을 알리고, 방원은 세자 방석(정윤석)까지 죽인다. 조준(이명행)은 하륜(조희봉)에게 받은 교지를 이성계(천호진)에게 올리고, 방원은 이지란(박해수)을 찾아가 이성계를 설득시켜달라 말한다. 결국 이성계는 방과(서동원)에게 왕위를 물려주기로 한다. 방원은 무명을 칠 것을, 방지는 방원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한다.리뷰
하룻밤 사이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누구도 안전을, 평안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 누군가는 죄도 없이 죽고, 누군가는 죽고 나서야 그 이유가 만들어졌다. 최고 권력가의 시신은 그 누구도 수습할 수 없게 되었고, 심지어 그저 심부름을 해야 했던 팔봉아재마저도 결국 방지를 보호하며 죽음을 맞게 된다. 정도전에게 했던 마지막 인사는 결국 자신의 마지막을 위한 것이었던 것.

누구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은 모든 등장인물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모든 에너지를 발휘하게 했다. 어느 캐릭터 하나도 뒤쳐지지 않고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 움직인 한 회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로 옆, 마치 지금 이 자리에서 꼭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훌륭한 연기, 인물 간의 에너지는 시청자를 그 현장으로 옮겨 놓는다. 특히 아버지의 칼을 받아들이려던 방원, 방원에게 분노해 칼을 내밀었지만 이지란의 간청에 돌아서며 넋이 나간 웃음을 보이는 이성계는 온 몸으로 두려움을, 분노를 분출하고 있는 듯 보였다.

왕자의 난을 이끈 방원, 그를 연기한 유아인은 순간순간의 분노, 동생을 죽일 때의 무자비함, 무명의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살기 등으로 소름끼칠만한 무서움을 선사한다. 참 잔인한 한 시간을 이끈 그였지만 한편으론 짠한 마음이 들게 하는 것 또한 방원이었다. 상상 속 영규(민성욱)와의 만남이 그랬다. 포은(정몽주)을 죽이고 떨던 영규의 손을 방원이 잡아주었던 것처럼 이번엔 영규가 방원의 손을 잡아준 장면과 “형이 없잖아. 무휼한테 시키면 걔도 나를 떠날 것 같아서”라는 방원의 말은 잔인했던 방원을 마냥 미워할 수 없게 했다. 차라리 죽음을 받아들이겠다며 담대한 듯 아버지의 칼 앞에 섰지만 움찔거리던 미세한 떨림, 스승과 동생을 죽이고 혼자 느끼고 삼켜야했던 두려움까지 온전히 함께 느끼게 한 그이기에. 잔인한 행동과 그와는 반대로 흐르는 애처로운 감정은 시청자들 역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하며 ‘육룡이 나르샤’만의 이방원, 유아인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수다포인트
-세상에서 제일 짠한 남자, 이방지
-“내 목을 가져가시게” 오열을 부르는 남은의 마지막 말
-방원이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육산 선생(안석환)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