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스티브 맥퀸과 마이클 패스벤더가 처음으로 만났던 ‘헝거’가 현재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묵직한 메시지로 눈길을 끈다.

‘헝거’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단식 투쟁을 감행했던 IRA(아일랜드공화국군)의 주요인물인 보비 샌즈의 충격 실화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품. 영화의 제목인 ‘헝거’는 단식 투쟁을 의미하는 ‘Hunger strike’를 뜻한다.영국과 아일랜드 독립 분쟁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인 보비 샌즈는 영국에 독립을 요구하면서 끊임없이 투쟁했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거대 권력에 맞서 최후의 수단으로 죽음을 각오한 단식 투쟁을 감했다.

결국 보비 샌즈는 “한 마리의 종달새를 가둘 수는 있지만 그 노래까지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자유를 갈망하는 시를 남긴 채 단 66일째 2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짧지만 강렬했던 보비 샌즈의 삶은 자유가 목숨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최근 국내 정치계의 이슈로 필리버스터가 떠올랐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로마 시대부터 존재했던 제도로 의회 안에서의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행위이다.1957년 미국의 스트롬 서몬드 의원이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민권법에 반대하기 위해 24시간 18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며 최장 연설의 기록을 세운 바 있다.
국내에선 지난 24일 더불어 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을 반대하기 위해 10시간 18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 국내 최장 기록을 경신하며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시작한 야당의 ‘필리버스터’와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단식 투쟁한 보비 샌드는 모두 각자의 신념을 위한 저항 행위였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헝거’를 연출한 스티브 맥퀸 감독은 “나는 ‘헝거’가 우리 시대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몸이 정치적 전쟁의 장이 되어가는 현상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 사이에서 토론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감독의 말처럼 ‘헝거’는 현시대에도 뜨거운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메시지로 기대를 모은다. 영화는 오는 3월 17일 개봉한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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