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영화 ‘좋아해줘’는 ‘베테랑’과 ‘사도’로 놀라운 재능을 증명한 유아인의 차기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좋아해’를 누르게 하는 영화다. 80년대 책받침 여신 이미연과 예능 출연으로 구탱이형이란 친근한 이미지를 입은 김주혁, 거기에 최지우 강하늘 이솜이라는 이름이 더해져 ‘좋아해줘’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정보를 살피다보면 다소 의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리양필름과 함께 공동제작에 이름이 올라있는 JK필름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JK필름은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제작사로 천만 영화 ‘해운대’(09)와 ‘국제시장’(14)을 탄생시킨 곳이다. JK필름의 전신은 두사부필름으로 이 제작사는 ‘두사부일체’(01)와 ‘색즉시공’(02)으로 충무로에 조폭코미디/섹시코미디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시장을 달리고 구르고 엎어지고 질주하며 그만의 특색을 보여 온 덕에 업계엔 ‘JK필름표’ 영화라는 말도 생겨났다. 여기에는 보편적이고 오락적이고 관객의 마음을 간파하고 있다는 긍정의 뜻과 함께 신파적이고 전형적이고 원초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공존한다. 그로인해 평단으로부터는 큰 환영은 못 받지만, 대신 대중과 꾸준히 손잡아 온 곳이 또 JK필름이다. 실제로 JK필름이 제작한 17편 중 손익분기점을 안 넘은 작품은 ‘낭만자객’(03) ‘시크릿’(09) ‘7광구’(11) 세 편뿐. 그 외 ‘해운대’(09)는 ‘하모니’(10), ‘퀵’(11), ‘댄싱퀸’(12) ‘히말라야’(15) 등 매해 흥행작품을 선보이며 허수가 많은 충무로에서 실수인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JK필름과 ‘좋아해줘’의 만남이 다소 의외로 다가오는 것은, SNS를 연애의 발판으로 삼는 요즘의 연애 풍속도를 담아 낸 옴니버스 영화 ‘좋아해줘’가 기존 JK필름의 작품들과는 다른 결의 영화라는 느낌 때문이다. 제작비가 그리 크지 않은 영화에 JK필름이 공동제작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이들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 JK필름, 보다 다채로워질 예정‘좋아해줘’는 CJ E&M 영화 투자팀장을 지낸 이한승 대표가 독립 후 차린 리양필름의 첫 작품이다. 이한승 대표는 CJ 재직 당시의 경험을 ‘좋아해줘’에 녹여내며 애정을 쏟았을 터. 하지만 계획대로만 되지 않은 게 또 세상일이다. 대기업에 몸담으며 영화를 투자 하는 것과 혈혈단신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 ‘좋아해줘’ 프로젝트가 자금난 등의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손을 내민 게 바로 JK필름이다.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이한승 대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JK필름의 윤제균 감독-길영민 대표는 ‘좋아해줘’ 프로젝트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획개발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이한승 대표가 선봉장에 나서 프로젝트를 다듬었고, 윤제균 감독이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등 여러 고민을 나눴다. 길영민 대표는 “‘좋아해줘’가 무탈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한승 대표와 박현진 감독 덕이다. 우리가 한 건 크게 없다”고 말하지만, 잔뼈 굵은 JK필름의 노하우가 리양필름으로서는 적지 않은 의지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JK필름이 ‘좋아해줘’에 기획개발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시기는 ‘국제시장’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닐 즈음이다. 물론, 단순히 인간적인 정(情)만으로 JK필름이 적지 않은 돈을 ‘좋아해줘’에 지원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영화를 찾던 JK필름에게 ‘좋아해줘’는 그들의 결을 보다 풍부하게 채울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었다.2년 전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길영민 대표는 “그런 콤플렉스가 있다. JK필름만의 미덕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반해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의 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우리가 만든 영화 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05)과 ‘내 깡패 같은 애인’(10)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그런 라인업을 많이 찾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고 보니, ‘좋아해줘’는 여러모로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비견될 법한 영화다.
# 상생+멜로영화의 부흥
JK필름이 그리는 그림은 단순히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작은 제작사와의 공동제작에 대해 길영민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저희가 가지를 쳐서 많은 이들이 상생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수익이 생겨서 자금상황이 좋아지면, 그걸로 좋은 아이템을 지닌 친구들이 회사를 차릴 수 있게 돕거나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그게 또 공동제작 형태가 돼서 함께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그림이 아닐까싶다. 우리가 늘 생각하고 있는 구조다.”‘좋아해줘’를 통해 JK필름이 꿈꾸는 또 하나의 목표는 멜로영화의 부흥이다. 길영민 대표는 “최근 멜로영화가 잘 안 되고 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개봉했던 2005년도만 해도 멜로의 흥행이 나쁘지 않았다. 300만이 넘는 멜로들도 꽤 나왔는데, 최근 부진한 게 사실이다. 멜로장르를 다시 활성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다. 힘들긴 하겠지만 (배급)시기를 잘 잡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한다.”
멜로영화의 오랜 흥행 부진. 그로인해 제작사들이 멜로영화를 기획하거나 제작하려는 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JK필름의 이러한 행보는 분명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허리(중간영화)가 부실한 충무로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보다 다채로운 라인업을 찾고 있는 JK필름의 출발선이 될 ‘좋아해줘’는 2월 17일 관객을 만난다. 관객들로부터 ‘좋아요’ 추천을 얼마나 받아들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좋아해줘’는 ‘베테랑’과 ‘사도’로 놀라운 재능을 증명한 유아인의 차기작이라는 점만으로도 ‘좋아해’를 누르게 하는 영화다. 80년대 책받침 여신 이미연과 예능 출연으로 구탱이형이란 친근한 이미지를 입은 김주혁, 거기에 최지우 강하늘 이솜이라는 이름이 더해져 ‘좋아해줘’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정보를 살피다보면 다소 의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리양필름과 함께 공동제작에 이름이 올라있는 JK필름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JK필름은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제작사로 천만 영화 ‘해운대’(09)와 ‘국제시장’(14)을 탄생시킨 곳이다. JK필름의 전신은 두사부필름으로 이 제작사는 ‘두사부일체’(01)와 ‘색즉시공’(02)으로 충무로에 조폭코미디/섹시코미디의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영화시장을 달리고 구르고 엎어지고 질주하며 그만의 특색을 보여 온 덕에 업계엔 ‘JK필름표’ 영화라는 말도 생겨났다. 여기에는 보편적이고 오락적이고 관객의 마음을 간파하고 있다는 긍정의 뜻과 함께 신파적이고 전형적이고 원초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공존한다. 그로인해 평단으로부터는 큰 환영은 못 받지만, 대신 대중과 꾸준히 손잡아 온 곳이 또 JK필름이다. 실제로 JK필름이 제작한 17편 중 손익분기점을 안 넘은 작품은 ‘낭만자객’(03) ‘시크릿’(09) ‘7광구’(11) 세 편뿐. 그 외 ‘해운대’(09)는 ‘하모니’(10), ‘퀵’(11), ‘댄싱퀸’(12) ‘히말라야’(15) 등 매해 흥행작품을 선보이며 허수가 많은 충무로에서 실수인 제작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JK필름과 ‘좋아해줘’의 만남이 다소 의외로 다가오는 것은, SNS를 연애의 발판으로 삼는 요즘의 연애 풍속도를 담아 낸 옴니버스 영화 ‘좋아해줘’가 기존 JK필름의 작품들과는 다른 결의 영화라는 느낌 때문이다. 제작비가 그리 크지 않은 영화에 JK필름이 공동제작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 이들의 만남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 JK필름, 보다 다채로워질 예정‘좋아해줘’는 CJ E&M 영화 투자팀장을 지낸 이한승 대표가 독립 후 차린 리양필름의 첫 작품이다. 이한승 대표는 CJ 재직 당시의 경험을 ‘좋아해줘’에 녹여내며 애정을 쏟았을 터. 하지만 계획대로만 되지 않은 게 또 세상일이다. 대기업에 몸담으며 영화를 투자 하는 것과 혈혈단신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 ‘좋아해줘’ 프로젝트가 자금난 등의 난항을 겪고 있을 때 손을 내민 게 바로 JK필름이다.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이한승 대표와 오랜 인연을 이어온 JK필름의 윤제균 감독-길영민 대표는 ‘좋아해줘’ 프로젝트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획개발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제작은 급물살을 탔다. 이한승 대표가 선봉장에 나서 프로젝트를 다듬었고, 윤제균 감독이 캐스팅에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개진하는 등 여러 고민을 나눴다. 길영민 대표는 “‘좋아해줘’가 무탈하게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이한승 대표와 박현진 감독 덕이다. 우리가 한 건 크게 없다”고 말하지만, 잔뼈 굵은 JK필름의 노하우가 리양필름으로서는 적지 않은 의지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JK필름이 ‘좋아해줘’에 기획개발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시기는 ‘국제시장’이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닐 즈음이다. 물론, 단순히 인간적인 정(情)만으로 JK필름이 적지 않은 돈을 ‘좋아해줘’에 지원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영화를 찾던 JK필름에게 ‘좋아해줘’는 그들의 결을 보다 풍부하게 채울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었다.2년 전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길영민 대표는 “그런 콤플렉스가 있다. JK필름만의 미덕이 분명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에 반해 조금 더 다양한 느낌의 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 우리가 만든 영화 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05)과 ‘내 깡패 같은 애인’(10)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그런 라인업을 많이 찾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고 보니, ‘좋아해줘’는 여러모로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비견될 법한 영화다.
# 상생+멜로영화의 부흥
JK필름이 그리는 그림은 단순히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작은 제작사와의 공동제작에 대해 길영민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저희가 가지를 쳐서 많은 이들이 상생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수익이 생겨서 자금상황이 좋아지면, 그걸로 좋은 아이템을 지닌 친구들이 회사를 차릴 수 있게 돕거나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 그게 또 공동제작 형태가 돼서 함께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그림이 아닐까싶다. 우리가 늘 생각하고 있는 구조다.”‘좋아해줘’를 통해 JK필름이 꿈꾸는 또 하나의 목표는 멜로영화의 부흥이다. 길영민 대표는 “최근 멜로영화가 잘 안 되고 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 개봉했던 2005년도만 해도 멜로의 흥행이 나쁘지 않았다. 300만이 넘는 멜로들도 꽤 나왔는데, 최근 부진한 게 사실이다. 멜로장르를 다시 활성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다. 힘들긴 하겠지만 (배급)시기를 잘 잡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희망한다.”
멜로영화의 오랜 흥행 부진. 그로인해 제작사들이 멜로영화를 기획하거나 제작하려는 시도가 줄어든 상황에서 JK필름의 이러한 행보는 분명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허리(중간영화)가 부실한 충무로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보다 다채로운 라인업을 찾고 있는 JK필름의 출발선이 될 ‘좋아해줘’는 2월 17일 관객을 만난다. 관객들로부터 ‘좋아요’ 추천을 얼마나 받아들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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