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체념’은 긴 시간 노래 꽤나 한다는 사람들의 애창곡 자리를 지켜왔다. 애절한 멜로디의 후렴구에선 호소력 짙은 음색을 자랑할 수 있고, 3옥타브 파까지 올라가는 고음 파트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뽐내기에 제격이다. 그리고 원곡자 이영현은 노래 꽤나 한다는 사람들의 우상이자 대모, 롤모델 같은 인물이었다. ‘체념’이 발표된 지 근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말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이영현의 신곡 ‘새벽집’에서는 ‘체념’과 같은 기조를 찾아보기 어렵다. 웅장한 오케스트라 대신 간소한 밴드 편성을 택했다. 이영현의 짙은 음색은 보다 가볍고 예쁘게 표현됐으며, 힘 있게 질렀을 부분에서도 그는 가녀리고 고운 고음을 뽑아냈다. ‘호소’의 자리엔 ‘절제’가 들어앉았고 ‘절창’ 대신 ‘섬세함’에 중점을 뒀다.비단 이영현만의 일이 아니다. 오디션 스타 손승연은 ‘보이스코리아’(2012, Mnet) 우승 당시 ‘괴물 보컬’이라는 찬사를 얻었다. 거침없는 고음과 풍부한 성량 덕분이었다. 하지만 4일 발표된 신곡 ‘미스 버건디(MS. BURGUNDY)’의 보도자료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구를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스 버건디’에는 손승연만의 ‘절대 고음’이 없다는 것이다. ‘고음 강자’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스타일리쉬한 보컬로의 변신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박효신, 환희, 휘성 등이 대표적인 예. 최근 정규 8집을 발표한 엠씨더맥스의 이수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있었던 청음회 자리에서 “이번 앨범에서는 힘 빼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면서 “(고음을) 많이 지르지 않고도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가요 트렌드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의 청자들이 뚜렷한 기승전결과 화려한 가창에서 감동을 얻었다면, 오늘날에는 계속되는 고음과 절절한 호소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대신 청자들의 관심은 이야기로 옮겨졌다. “말하듯이” “편하게” 부르겠다는 가수들이 포부 역시 달라진 대중의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무게를 덜고 트렌드를 입은 두 디바. 이들의 변신이 가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CI ENT, 포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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