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한 번 더 해피엔딩’ 5회 2016년 2월 3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송수혁(정경호)은 구해준(권율)과 한미모(장나라)의 사이를 본격적으로 훼방 놓기 시작한다. 옆집 산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둘이 친밀해지는 것을 방해한다. 홍애란(서인영)은 방동배(박은석)과 결혼식을 올리는 도중, 그가 ‘오다리’ 이상의 바람둥이였음을 깨닫고 결혼식은 물론 신혼여행도 엉망이 된다. 백다정(유다인)은 유방암 선고를 받고 괴로워한다. 고동미(유인나)는 ‘명품중고’(김민준)와 초고속 ‘성인 로맨스’의 진도를 빼느라 바쁘다.리뷰
수혁은 아들보다 철이 없다. 아들이 어른 같고, 아빠는 초등학생만도 못하다. 아들은 아빠의 동창인 앞집 ‘아줌마’한테 대놓고 말한다. “딱 하나 필요한 건… 엄마 말고 여자. 난 됐는데 아빠한테요.” 그런 아들은 사실 아빠가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아빠한테 관심을 갖게 하기는커녕 결혼정보업체 회원가입을 권유하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시청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아마 구해준과 장나라의 알콩달콩한 데이트일 것이다. 아니다. 실은 구해준 자체일지도 모른다. 이제 막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배우 권율에 대해 더 많이 더 자세히 알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구해준이 어떤 사람인지를 그리는 데 있어서 너무나 ‘초고속’이다 못해 불친절하다. 이날 단 몇 분만에 해준을 “또 영화 보고 또 밥” 먹는 거 밖에 모르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말았다. 지난주까지 등장만으로도 설레던 그 남자를 말이다.

알고보니 해준의 작업환경은 요상했다. 전처(황선희)와 같은 공간에서 매일 얼굴 보는 사이다. 이러면 긴장감이 높아질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해준이 아주 이상한 남자가 되기 일보직전이다. 뭘 느끼지도 아파하지도 못하는 무감각한 사람 혹은 거의 ‘불감증’으로 의심이 갈 정도였다. 감정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말이다. 혼자만 애태우는 게 싫어서 저 잘난 남자랑 헤어졌다는 전처의 이혼사유는 또 뭔가. 한미모 입장에서는 먹구름만 잔뜩 낀 상태다. 전처가 병원 동료로서인지 전처로서인지 모를 말을 해준에게 한 것은 시청자의 불안감만 부추긴다. “너 또 뜸들이니? 그러지 마라. 여자들 지친다.”오븐 팔고 간 ‘명품중고’ 김민준과 급격히 속도를 나가, 몇 분만에 할 거 다하며 ‘3천일의 한풀이’를 한 고동미. 한미모에게 이제 연애조언까지 하며 구해준을 시대착오적인 남자라고 흉본다. 하지만 고동미 선생님은 아무래도 캐릭터가 ‘현실착오’적인 듯싶다. 참 비현실적이야, 이런 말이 절로 나오려고 하는데 그렇다고 딱히 매력적이거나 로맨틱하지도 않다. 좀 어리둥절하달까.

홍애란의 결혼은 대체 해프닝인가, 어설픈 코미디인가. 지난 회까지 순정남처럼 그려졌던 남자 방동배를 어떻게 돌연 대책도 양심도 없는 바람둥이로 만들어 버린 것인가. 결혼식에 ‘민폐’ 하객으로 온 그 많은 예전 여친들의 등장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 이날 홍애란의 결혼식과 백다정의 ‘지난 이야기’ 그리고 현재의 유방암 선고는 마치 류를 보는 기분이었다. 전혀 다른 축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로맨스 자체가 가능하지 않게끔 몰고 갔다.

한미모와 구해준 사이를 방해하고 끊임없이 몰입을 깨는 흐름이 한 시간 내내 이어졌다. 둘 사이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송수혁뿐만이 아니다. 어쩌면 모든 장면 모든 에피소드가 ‘로맨스는 착각’임을 일깨우는 듯했다. 이게 진짜 이 드라마의 의도인 것일까. 이런 상황을 통해 (재미없게도)정경호가 주인공임을 새삼 알려주려는 것인가.

수다 포인트
-오랜 ‘친구’가 말합니다. “남녀간의 만남에 시간과 노력 빼면 뭐가 남나?” 문제는 그 노력의 방향.
-초라하다, 송수혁. 앞집에 사는 게 이리도 밉상일 수가.
-세상에 이런 짜증유발 키스 직전 씬이 있었을 줄이야!
-‘눈으로만 보세요’ 이게 진짜 호러?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한 번 더 해피엔딩’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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