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사건명 더 폴트 인 아워 스타즈 (the fault in our stars)
용의자 더 플래닛(the plan8, 박상윤)
사건일자 2015.11.27
첫인상 DJ 겸 프로듀서. 1990년 생으로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지난 해 첫 싱글앨범 ‘데어 위 워(There we were)’를 발매했으며, 같은 해 4월 EP ‘80X15’를 출시했다.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앨범 발표곡은 물론, 혁오의 ‘와리가리’ 등과 같이 타 가수 노래의 리믹스 버전을 업로드하기도 한다.
추천트랙 ‘더 폴트 인 아워 스타즈’. 더 플래닛이 작성한 앨범소개는 엄청나게 우울하고 또 우울하다. “모든 트랙은 내 어린 시절과 카오스의 조각이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어야 했다. 그게 내가 이 곡의 제목을 ‘디퍼’라고 지은 이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비트는 편안하고 멜로디는 말랑거린다. 그리고 그 사이를 선명하게, 동시에 부드럽게 휘젓는 보컬이 있다. 카오스를 담았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질서정연하고 단정한 곡이지만, 잔향이 남는 곡임은 틀림없다.
사건명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용의자 수상한 커튼(김은희)
사건일자 2015.11.27
첫인상 싱어송라이터 수상한 커튼의 연간 프로젝트, 그 11번째 작품. 매월 진행되고 있는 이 ‘수상한 커튼의 일 년’ 프로젝트는 특정 계절, 혹은 시간에 수상한 커튼이 느끼는 시의적인 감정과 이야기들을 한 해의 흐름에 맞춰 전달하는 프로젝트. 청자의 피드백을 받아 다음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인터랙티브 작업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말에는 1년 동안 모인 싱글을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추천트랙 ‘메리 크리스마스’. 화려한 겨울의 길거리를 혼자서 걸어본 사람은 아마 겪어 봤을 테다. 사람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그 때 우리는 완벽하게 타인의 시선으로 내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마음에는 외로움과 너그러움이 동시에 모인다. 꾸밈없는 수상한 커튼의 목소리에도 외로움과 너그러움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그러니까 이 노래, 쓸쓸하고도 따뜻한 ‘메리크리스마스’는 겨울 어느 날,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곡인지도 모른다.
사건명 프랭크(FRANK)
용의자 백예린
사건일자 2015.11.30
첫인상 그룹 15& 멤버 백예린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 ‘우주를 건너’를 비롯해 ‘블루(Blue)’, ‘혼자 두지 마’ 등 총 여섯 곡이 수록돼 있다. 백예린은 전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재킷 사진, 뮤직비디오 등 앨범 콘텐츠 전체를 직접 구상했다. ‘우주를 건너’는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감정적 거리감을 우주 공간에 빗대 표현한 노래로 백예린과 프로듀서 구름이 함께 작업했다.
추천트랙 ‘댓츠 와이(That`s Why)’. 그야말로 공기 반 소리 반에, 이야기하듯 툭 던지는 창법. 박진영 사단답다. 영어 가사를 만난 저음에서의 목소리는 특히 더욱 매력적이다. 호흡 또한 유려해서 화려한 편성이나 다이내믹한 흐름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곡을 이끌어 간다. 날카로운 고음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멜로디는, 백예린 특유의 여성적인 감성과 탁월한 조화를 이룬다. 수줍은 듯 대범하다. 19세 소녀인 듯도 하고 26세 여자인 듯도 하다. 백예린은 그렇게 저에 대한 호기심을 던져놓는다. 무심히, 애를 태우며.
사건명 저스트 퍼펙션(Just Perfection)
용의자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 제이 킴, DK 슬로우, 빅핸드 조, 제인, 나이, 리얼스멜, LDL, JB)
사건일자 2015.11.30
첫인상 브라스 혼섹션팀 호니플레이(Horny Play)와 훵크 밴드 훵크사이즈드(Funksized)가 의기투합해 지난 2004년 1월 결성된 팀. 멤버들 전원이 국내 유명 가수들의 앨범과 라이브 무대에 참여하고 있을 만큼 탁월한 연주 실력을 지녔다. 리더 제이킴은 ‘SNL 코리아’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멤버들 또한 하우스 밴드로 활약하는 등 커먼그라운드로서의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추천트랙 ‘저스트 퍼펙션’. 넘치는 곳도 없고 자극적인 곳도 없는데 자꾸만 귓가를 끌어당긴다. 음식의 세계에서는 이를 두고 ‘감칠맛이 난다’고 표현한다. 훵크(Funk)에 근간을 둔 커먼그라운드의 음악은 자연스러운 그루브로 흥을 들썩이게 하고, 간단해 보이는 플레이는 흑인 음악이라는 낯선 장르를 이질감 없이 흡수시킨다. 방점은 피처링에 참여한 어반자카파 조현아의 목소리. 원년 멤버인 양 젖어드는 그의 목소리는 노래에 활력을 불어넣고 풍미를 더한다.
사건명 심해어
용의자 중식이(정중식, 장범근, 김민호, 박진용)
사건일자 2015.12.02
첫인상 노동자 밴드, 흙수저 밴드, N포 세대 대변인. ‘슈퍼스타K7’ TOP5 까지 진출했음에도, 중식이를 수식하는 말들에는 어딘가 처량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슈퍼스타K7’에서 탈락한 뒤 중식이는 생업 전선으로 복귀, 참치를 배달하고 악기를 가르치고 기계를 만진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자로서, 흙수저로서, N포 세대로서의 삶은, 중식이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공감’이라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추천트랙 ‘심해어’. 중식이는 거침없다.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에게 속으로 ‘죽어버려라’ 주문을 외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자친구에게 ‘아이를 낳고 싶다니’라며 화를 낸다. 말하자면 중식이는 예쁨 받기 위해 사탕발림 하는 팀이 아니란 거다. ‘슈퍼스타K7’이 가져다 준 유명세에도 중식이는 ‘감사하다’는 빤한 겸손의 인사 대신 “나를 쬐이는 햇빛과 다른 뜨거운 눈빛들은 분간이 안 돼”라는 고백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이는 곧 “또 살아 나가야 할 빛이 생겼다”는, 탈출구를 향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중식이는 여전히 펄떡인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사건명 더 폴트 인 아워 스타즈 (the fault in our stars)
용의자 더 플래닛(the plan8, 박상윤)
사건일자 2015.11.27
첫인상 DJ 겸 프로듀서. 1990년 생으로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지난 해 첫 싱글앨범 ‘데어 위 워(There we were)’를 발매했으며, 같은 해 4월 EP ‘80X15’를 출시했다. 자신의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앨범 발표곡은 물론, 혁오의 ‘와리가리’ 등과 같이 타 가수 노래의 리믹스 버전을 업로드하기도 한다.
추천트랙 ‘더 폴트 인 아워 스타즈’. 더 플래닛이 작성한 앨범소개는 엄청나게 우울하고 또 우울하다. “모든 트랙은 내 어린 시절과 카오스의 조각이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나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있어야 했다. 그게 내가 이 곡의 제목을 ‘디퍼’라고 지은 이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비트는 편안하고 멜로디는 말랑거린다. 그리고 그 사이를 선명하게, 동시에 부드럽게 휘젓는 보컬이 있다. 카오스를 담았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질서정연하고 단정한 곡이지만, 잔향이 남는 곡임은 틀림없다.
사건명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용의자 수상한 커튼(김은희)
사건일자 2015.11.27
첫인상 싱어송라이터 수상한 커튼의 연간 프로젝트, 그 11번째 작품. 매월 진행되고 있는 이 ‘수상한 커튼의 일 년’ 프로젝트는 특정 계절, 혹은 시간에 수상한 커튼이 느끼는 시의적인 감정과 이야기들을 한 해의 흐름에 맞춰 전달하는 프로젝트. 청자의 피드백을 받아 다음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인터랙티브 작업 방식으로 진행된다. 연말에는 1년 동안 모인 싱글을 모아 하나의 앨범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추천트랙 ‘메리 크리스마스’. 화려한 겨울의 길거리를 혼자서 걸어본 사람은 아마 겪어 봤을 테다. 사람들의 즐거운 목소리가 아득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그 때 우리는 완벽하게 타인의 시선으로 내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마음에는 외로움과 너그러움이 동시에 모인다. 꾸밈없는 수상한 커튼의 목소리에도 외로움과 너그러움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 그러니까 이 노래, 쓸쓸하고도 따뜻한 ‘메리크리스마스’는 겨울 어느 날, 우리들의 자화상 같은 곡인지도 모른다.
사건명 프랭크(FRANK)
용의자 백예린
사건일자 2015.11.30
첫인상 그룹 15& 멤버 백예린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 ‘우주를 건너’를 비롯해 ‘블루(Blue)’, ‘혼자 두지 마’ 등 총 여섯 곡이 수록돼 있다. 백예린은 전곡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재킷 사진, 뮤직비디오 등 앨범 콘텐츠 전체를 직접 구상했다. ‘우주를 건너’는 사람 사이에 느껴지는 감정적 거리감을 우주 공간에 빗대 표현한 노래로 백예린과 프로듀서 구름이 함께 작업했다.
추천트랙 ‘댓츠 와이(That`s Why)’. 그야말로 공기 반 소리 반에, 이야기하듯 툭 던지는 창법. 박진영 사단답다. 영어 가사를 만난 저음에서의 목소리는 특히 더욱 매력적이다. 호흡 또한 유려해서 화려한 편성이나 다이내믹한 흐름 없이도 지루하지 않게 곡을 이끌어 간다. 날카로운 고음 없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멜로디는, 백예린 특유의 여성적인 감성과 탁월한 조화를 이룬다. 수줍은 듯 대범하다. 19세 소녀인 듯도 하고 26세 여자인 듯도 하다. 백예린은 그렇게 저에 대한 호기심을 던져놓는다. 무심히, 애를 태우며.
사건명 저스트 퍼펙션(Just Perfection)
용의자 커먼 그라운드(Common Ground, 제이 킴, DK 슬로우, 빅핸드 조, 제인, 나이, 리얼스멜, LDL, JB)
사건일자 2015.11.30
첫인상 브라스 혼섹션팀 호니플레이(Horny Play)와 훵크 밴드 훵크사이즈드(Funksized)가 의기투합해 지난 2004년 1월 결성된 팀. 멤버들 전원이 국내 유명 가수들의 앨범과 라이브 무대에 참여하고 있을 만큼 탁월한 연주 실력을 지녔다. 리더 제이킴은 ‘SNL 코리아’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으며, 멤버들 또한 하우스 밴드로 활약하는 등 커먼그라운드로서의 입지를 다져 나가고 있다.
추천트랙 ‘저스트 퍼펙션’. 넘치는 곳도 없고 자극적인 곳도 없는데 자꾸만 귓가를 끌어당긴다. 음식의 세계에서는 이를 두고 ‘감칠맛이 난다’고 표현한다. 훵크(Funk)에 근간을 둔 커먼그라운드의 음악은 자연스러운 그루브로 흥을 들썩이게 하고, 간단해 보이는 플레이는 흑인 음악이라는 낯선 장르를 이질감 없이 흡수시킨다. 방점은 피처링에 참여한 어반자카파 조현아의 목소리. 원년 멤버인 양 젖어드는 그의 목소리는 노래에 활력을 불어넣고 풍미를 더한다.
사건명 심해어
용의자 중식이(정중식, 장범근, 김민호, 박진용)
사건일자 2015.12.02
첫인상 노동자 밴드, 흙수저 밴드, N포 세대 대변인. ‘슈퍼스타K7’ TOP5 까지 진출했음에도, 중식이를 수식하는 말들에는 어딘가 처량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슈퍼스타K7’에서 탈락한 뒤 중식이는 생업 전선으로 복귀, 참치를 배달하고 악기를 가르치고 기계를 만진다. 그러나 이 같은 노동자로서, 흙수저로서, N포 세대로서의 삶은, 중식이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공감’이라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추천트랙 ‘심해어’. 중식이는 거침없다.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에게 속으로 ‘죽어버려라’ 주문을 외고, 아이를 낳고 싶다는 여자친구에게 ‘아이를 낳고 싶다니’라며 화를 낸다. 말하자면 중식이는 예쁨 받기 위해 사탕발림 하는 팀이 아니란 거다. ‘슈퍼스타K7’이 가져다 준 유명세에도 중식이는 ‘감사하다’는 빤한 겸손의 인사 대신 “나를 쬐이는 햇빛과 다른 뜨거운 눈빛들은 분간이 안 돼”라는 고백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이는 곧 “또 살아 나가야 할 빛이 생겼다”는, 탈출구를 향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중식이는 여전히 펄떡인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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