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여유가 있다. 배우 이원근에게 여유를 느낀 건 그의 성격이 단순히 차분하고 조용해서가 아니었다. 이원근에겐 치열함이 있었다. 여유를 이끌어낼 수 있는 치열한 노력. 그는 한 시간씩 잠을 자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배우다.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지만, 잘 짜인 섬유 조직 같은 꼼꼼한 이원근의 노력은 촘촘한 20대 청춘을 그려냈다. 촘촘한 20대 청춘이야말로 이원근 표 여유의 이유였다.

이원근은 지난 달 종영한 KBS2 ‘발칙하게 고고’에서 세빛고 전교 1등 김열로 분했다. 교복이 잘 어울렸고,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10대였다. 실제 나이는 20대 중반인 이원근은 20대 청춘 한 가운데서 10대 청춘을 외쳤다. 그럼에도 이원근은 미완성의 10대 청춘의 모습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불안한 현재를 보내고 있는 자가 지난 청춘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원근에겐 이미 여유로 다져진 20대 청춘이 있었기에 미완성의 10대 청춘을 완성도있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10대를 거쳐 20대라는 두 번째 청춘을 말하는 배우. 이원근에게 직접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Q. 많은 여성들이 이원근의 미소를 사랑하게 됐다. 드라마 전 후와 반응이 달라졌음을 느끼는가?
이원근 : (부끄러운 듯 웃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게 됐다. 시청자분들께 감사하고, 김열을 만들어주신 이은진 감독님한테도 감사하다. 김열을 표현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감독님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고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

Q. 실제로 춤을 즐기는 편은 아닌 것 같다. 시장 댄스 신을 보고 느꼈다. (웃음) 치어리딩은 어렵지 않았나?
이원근 : 시장 댄스신은 연출된 거다. 하하. 치어리딩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막상 직접 하려면 매우 생소한 분야다. 처음에 배울 때 나도 낯설었다. ‘어떻게 높이 올라가지?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다.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단체 호흡이 매우 중요했다. 호흡을 잘 맞추면 완성도 있는 동작도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완성도가 좀 떨어졌다. 아쉬움이 남는다.

Q. 교복이 참 잘 어울린다. 여태껏 학생 역할을 많이 해온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학생 역할을 많이 안했다.
이원근 : 맞다. 따지고 보면 세 네 번? 별로 많진 않다. 많이 했다고 생각해 주시는 건 아무래도 그간의 학생 역할들이 기억에 남아서 인 것 같다. 그래도 내 필모그라피에서 반을 차지하긴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많은 편인데 캐릭터들은 나름 조금씩 달랐다.Q. ‘발칙하게 고고’는 완전한 학교 얘기였다. 학생들의 극단적인 현실을 다뤘지. 스펙전쟁, 입시지옥 같은. 시청자로선 마음이 참 아팠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연기자에겐 어떻게 다가왔는가?
이원근 : ‘발칙하게 고고’는 학생 이야기보다 학교에 연관된 사건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 우정, 학업, 선생님 등 많은 요소들을 말할 수 있었다. 학교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을 촬영하다보니까 현실 학생들에게 동화되는 느낌이었다. 진짜 이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김열에 대해서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학업, 사교육이 실제 학생들에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극단적인 현실은 비단 연기를 하면서만 느낀 점이 아니었다. 주변에서도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니까. 정말 많이 씁쓸하다.

Q. 현실 속 10대를 대변한 느낌이기도 했다. 현재 10대들이 ‘발칙하게 고고’를 보고 어떤 점을 느끼길 바랬나?
이원근 : 그냥, 10대는 모두에게 주어졌던 시간이지 않나. 돌이켜보면 아쉬운 순간들도 많이 남았고. 그때 더 열심히 놀 걸, 무언가를 더 해 볼 걸 같은 아쉬움. 나 역시도 촬영하면서, 대본을 보면서 그런 아쉬움이 들더라. 물론 지금의 입시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힘든 건 안다. 하지만 지금 10대들이 청춘을 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10대들이 하고 싶은 것들, 먹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볼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Q. 현재 본인은 20대 중반이다. 10대 청춘을 연기했고. 한 시대에 두 가지 청춘을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10대 청춘과 20대 청춘이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원근 : 할 수 있는 범위가 다르겠지. 10대는 ‘학생다움’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나이이다. 화장하고 꾸미는 건 스무 살이 넘어서도 할 수 있으니까. 돌이켜보니 길거리에서 컵 떡볶이 먹은 게 참 기억에 남더라. 그런 평범한 학생다운 생활. 용서되는 범위 안에서 10대라는 이름으로만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20대는 폭이 더 넓어지겠지. 나 같은 경우엔 20대에 들어서는 ‘후회 없는 삶을 살자’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중이다. 나중에 가서 후회하겠지만. 하하. 생각해보면 크게 달라지는 게 없는 것 같다.

Q. 시청률은 다소 저조한 성적이었지만 체감 인기는 높았다. 팬들이 직접 나서서 DVD 제작 요청을 할 정도로. 현장의 분위기는 어땠나?
이원근 : 현장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처음엔 저조한 숫자에 놀라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우리의 노고와 열정은 단순히 숫자로 표기하기엔 안타깝지 않나. 현장에서도 늘 이야기했다. 단순히 숫자 몇 프로로 현장의 분위기를 침체시킬 순 없다고. 감독님, 스태프 분들, 연기자들 모두 너나 할 것 없이 늘 파이팅이 넘쳤다. 그래서인지 촬영장이 참 즐거웠다. 모두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화가 나거나 침체되진 않았다.

Q. 유독 아이돌들과 호흡이 많았다. ‘발칙하게 고고’에선 에이핑크 정은지와 빅스 차학연과 함께했고. 아이돌 가수들과 기존 연기자들과 호흡의 차이가 있는가?
이원근 : 똑같은 것 같다. 아이돌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현장에선 배우잖아. 아이돌이라고 해서 절대 편견을 가지면 안 된다. 그들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안다면. 정말 엄청나게 노력을 기한다. 은지도 그랬다. 나는 상대방과 대사를 많이 맞춰보는 스타일인데 은지랑 그런 부분이 잘 맞았다. 둘이 많이 연습했다. 은지랑 나랑 분량도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계속 대사 맞추면서 연기했다.Q. 공중파에서 드라마를 이끄는 주인공은 처음인 것 같은데, 처음 주인공이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가?
이원근 :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부담감이었다. (웃음) 한국 드라마 환경은 어쩔 수 없이 생방 시스템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내가 끝까지 좋은 연기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좋은 것들을 많이 챙겨먹기도 했다. 그렇지만 잠은 어쩔 수가 없더라. 매일 한 시간 정도만 잠을 잤다. 그 이외 시간은 계속 대본만 봤다. 대본 숙지가 안 돼 있으면 연기하는 나 역시도 아쉬운 부분이 남는다. 숙지할 건 많고 시간은 없으니까. 배우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인거다. 특히 나는 첫 주연이니까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래서 잠을 포기했지.

Q.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진다. 수면을 포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그게 가능한가? 3개월 여의 긴 시간동안.
이원근 : 어쩔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첫 주연작이었기 때문에 계속 긴장을 하고 있었다. 극을 이끌고 가야한다는 사명감 아닌 사명감이 있었지.

Q. ‘발칙하게 고고’ 김열은 다른 남자주인공들과는 좀 달랐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악역보다 한 수 위인 느낌? 본인도 김열의 특별함을 느꼈나?
이원근 : 김열이랑 나는 성격이 정반대다. (차분한 목소리로)지금 보시는 내 모습이 가장 들뜬 모습일거다. 하하. 원래부터 난 조용한 성격이다. 조용조용하게 얘기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반대로 김열은 리더십도 강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그래서 캐릭터 접근할 때 고민도 많았다. 김열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지, 어떤 식으로 대하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나와 비교해보기도 했었고. 캐릭터 접근할 때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다. 최대한 내 경험과 인물을 비슷하게 맞추려고 노력한다.Q. 김열과 그렇게 성격이 다르면 본인과 맞추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이원근 : 그래서 감독님이랑 엄청나게 상의를 했다. ‘발칙하게 고고’ 찍기 직전까지 영화 ‘여교사’를 촬영했다. ‘여교사’ 역할은 또 김열이랑 정반대다. 꽤나 딥한 감정을 가진 캐릭터였다. 상반되는 캐릭터를 연기하려니까 감정표현이 참 어렵더라. 김열의 에너지를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됐다. 감독님과 정말 많이 상의했다. 일단 감독님은 큰 리액션부터 없애자고 하셨다. 그래야 여유가 있어 보이니까. 어른들을 상대할 때 액션이 강하면 애송이처럼 보이잖아. 감독님하고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심층적으로 분석해가면서 김열을 만들어 나갔다.

Q. 지난 10월 제작발표회 당시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다. 배우 지수와 쉬는 시간에 ‘시’를 쓴다고 말했다. 시 창작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계속했나? 그때 약속한 단편집을 볼 수 있는 건가. (제작발표회 당시 촬영 틈틈이 쓴 시를 모아 단편집을 공개하겠다는 발언을 한 바 있었다.)
이원근 : 하하. 촬영 3-4부 찍을 때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어서 시를 쓸 수 있었다. 이후에는 완전 생방송으로 진행되서 그럴 겨를도 없었지. 우리도 참 아쉽다. 원래 여유가 있으면 노트 하나에 시 한 편 씩 담으려는 계획이 있었다. 결국 실패로 돌아갔지만. 아, 진짜 아쉽다. 시간적 여유가 있었으면 했을텐데.

Q. 당시 썼던 시를 텐아시아 단독으로 공개 해줄 수 있는가. 한 구절이라도. (웃음)
이원근 : 아, 사실 기억이 잘 안 나긴 하다. 구절보다는 느낌이 기억난다. 왜, 시는 느낌이나 감명을 받았을 때 쫙 써 내려가잖아. 그때 당시 지수랑 나랑 계절에 대해서 썼었다. 너는 봄, 나는 여름, 너는 가을, 나는 겨울 이렇게. 하하. 아련한 느낌의 글귀를 많이 썼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겨울에 있었던 추억들을 회상하는 느낌으로. 재치 있는 시도 썼었다. ‘발칙하게 단편집’으로. (웃음) 대충 끼워맞추기 한 시였는데… 뭐였더라, 기억이 날 것 같은데. 잠시만, 1분만 시간을 주세요. 아! 이런 시였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네, 카메라 OS(over the shoulder shot: 어떤 인물의 어깨 너머로 대상을 포착한 장면). 이런 식이었다. 하하.

Q. 말만 들어도 현장의 화기애애함이 느껴진다.
이원근 : 촬영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기애애했다. 파이팅 넘치고 다들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Q. 시를 쓴다고 해서 그런지 이원근에겐 또래와 다른 특별한 감성이 있는 것 같다. SNS에도 꽃 사진이 많고.
이원근 : 사실 SNS 사진은 조금 조심스럽다. 너무 내 편한 대로 올리면 뭔가 나를 독특한 친구로도 오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어쨌거나 많은 사람들의 관점이 있는 거니까. 원래 나는 꽃 좋아하고 조용한 걸 좋아한다.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 학생 때부터 혼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영화보고 밥 먹는 건 기본으로 혼자 고깃집에도 가고 술집도 간다. 특별하다고 하면 특별할 수도 있겠지.

Q. 혼자 있는 게 편한 건가?
이원근 : 음, 편한 것보다 여유 있어서 좋다. 사람들마다 힐링하는 방법이 다르잖아. 내 힐링 방법은 혼자 카페가서 차 마시면서 창 밖 사람들을 구경하는 거다. 밖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하면서 생각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나한텐 이런 게 힐링인거지.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아끼는 편이다.



Q. 눈웃음이 참 매력적이다. 눈웃음이 보여지는 이원근의 매력이라면, 숨겨진 이원근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원근 : 안 웃을 때 표정이다. 딥한 표정이 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다.

Q. 이후에는 영화 ‘여교사’로 등장할 예정이다. ‘파격적’인 신이 있다고 들었다. 이원근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건가?
이원근 : 그렇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하하.

Q. 본인에겐 굉장히 도전일 것 같은데, 선택하기까지 고민을 참 많이 했을 것 같다.
이원근 : 고민은 없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매료됐으니까. 영화가 인간의 질투심에 관한 내용이다. 인간의 질투심의 끝은 어디인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말도 안 되게 재밌더라. ‘아, 이건 무조건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더라.

Q. 매력적인 눈웃음을 보여주던 선한 이원근과는 낯선 모습일 것 같다. 대중들이 많이 낯설어하지 않을까.
이원근 : 굉장히 낯선 모습이겠지. 난 늘 웃는 상이었으니까. (웃음) 어떻게 보면 영화 속 모습은 실제 내 모습과도 비슷하다. 실제 나는 잘 웃긴 하는데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까. 혼자 있을 땐 웃지 않잖아? 하하. 아마 내 원래 모습이 영화에 많이 담겨있을 거다. 보시는 분들도 내가 웃지 않을 때 ‘저런 얼굴과 표정을 갖고 있구나’라고 느끼실 거다.

Q.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에 기대감이 남다르다. 대중들이 낯설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걱정은 없는가?
이원근 : 걱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이질감이 들지 않게 감독님이 잘 컨트롤 해주셨다.

Q. 감독님하고 소통을 많이 하는 배우인 것 같다.
이원근 : 감독님은 극 전체를 꿰뚫고 계시잖아. 배우가 극을 파악할 수 있는 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감독님은 넓은 4절지에 그림을 그리시는데 나는 비교적 좁은 8절지에 그림을 그리는 거지. 그 차이다. 바라보는 범위가 다르다. 그래서 감독님하고 소통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소통을 할수록 배우의 캔버스가 커지니까. 얘기를 나눌수록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Q. 처음엔 길거리 캐스팅이란 우연이었겠지만 벌써 4년차 연기자다. 이젠 연기라는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겠지. 진짜 연기자가 돼야겠다는 순간은 언제였나?
이원근 : 길거리 캐스팅도, 연기도 갑자기 이뤄졌다. 처음에는 모든 게 낯설었다. TV에 내가 나온다는 거 자체가 마냥 신기하더라. 샵이란 곳도 처음 가보고, 화장도 처음 해보고. 모든 게 신기했다. 그렇게 한 작품, 두 작품 끝내다보니까 연기에 대해서 욕심이 생기더라. 더 잘하고 싶고 더 노력하고 싶은. 특별한 계기는 없다. 자연스럽게 지금의 내가 된 거지. 지금도 더 잘하고 싶은 욕심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공부한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지. 그런 식으로 날 발전시키고 있다.

Q. 앞으로 연기자로서 자신 안에서 뭘 더 끌어내고 싶은가?
이원근 : 늘 성장 궤도 안에 있고 싶은 무언가를 꺼내고 싶다. 늘 성장하고 싶다는 말이다. 하하. 그동안 안 보여줬던 얼굴과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새로운 모습들이 하나 둘 씩 나오면 배우로서도 너무 뿌듯하다. 성취감도 느껴지고. 반전이 깃든 악역도 해보고 싶다. 아무래도 선한 인상이 강한 편이니까. 내가 악역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쇼크 받지 않을까? (웃음)

Q.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의 매력은 무엇인가?
이원근 : 아무래도 성취감인 것 같다. 이전과는 다르게 성장했다거나, 그로 인해 대중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받는다거나 같은.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연기는 특히 많이 보여지는 분야잖아. 그렇기 때문에 성취감에서 오는 매력이 큰 것 같다.

Q. 그 성취감을 언제 제일 느꼈나?
이원근 : 솔직히 말해서 아직 못 느꼈다. 아직 더 공부해야하고 나아갈 길이 멀다. 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은 노력해야한다고 하잖아. 난 이제 4년 밖에 안 됐다. 앞으로 6년하고 2개월 있다가 인터뷰를 하게 되면 그때 꼭 성취감을 느낀 때를 말씀드리겠다. 하하. 그러기 위해선 더 열심히 해야겠지. 성취감 말고 희열은 느껴본 것 같다. 실제 나와 정반대의 성격을 연기할 때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때 희열 비슷한 걸 느꼈지.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연기자들의 특권인 것 같다.

Q. 어떤 역할이 제일 특권을 누린 것 같았나?
이원근 : 아무래도 ‘발칙하게 고고’ 김열이다. 나랑은 진짜 정반대니까. (웃음) 전교 1등에, 자신감도 넘치고 리더십도 있고. 김열이 진짜 존재한다면 굉장히 부러워했을 거다.

Q. 지난 10월 ‘발칙하게 고고’ 제작발표회 당시 이은진 PD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버리지 말자’라는 말을 했었다. 이게 곧 드라마의 모토가 되기도 했다. 본인은 현재를 즐기는 편인가, 내일을 위해 달리는 편인가?
이원근 : 둘 다 인 것 같다. (웃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잖아. 현재도 만족하고 싶은데 내일도 잘하고 싶다. 미래에도 잘 하고 싶고. 현재와 미래 전부다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금은 후자에 기울어져 있는 상태다. 더 큰 미래를 만들고 싶다. 배우로서 욕심인거지. 다행히 이번 드라마를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인지 앞으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그럴 거다.

Q. 이원근은 지금 무엇을 위해 달려간다고 생각하는가?
이원근 :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달리는 것 같다. 도중에 멈춘다면 그게 바로 포기한 거잖아. 포기가 하기 싫어서 쭉 열심히 달리고 있다.

Q. 이원근에게 2015년은 어땠나?
이원근 : 여러모로 감사한 한 해였다. 2015년에만 세 작품을 했다. SBS ‘하이드 지킬, 나’, KBS2 ‘발칙하게 고고’, 영화 ‘여교사’까지. 캐스팅 해주신 것도 감사한 일인데 좋은 배역까지 주셨다. 반응도 좋았고. 진짜 감사했다.

Q. 마지막으로 2016년은 어떨 것 같나?
이원근 : 더 감사한 일을 많이 만들고 싶다. 앞으로 더 감사한 일을 많이 만들어야겠지? (웃음)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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