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김혜수 “청룡영화상, 상 참 잘 주죠?”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26일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은 저예산 영화부터 천만 영화까지, 예술성과 대중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두로 껴 안으며 공감을 샀다. 지난 주 파행에 파행을 거듭한 ‘대종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 다양성 영화, 소외받지 않았다
청룡의 남다른 선택은 첫 시상인 신인남우상 수상에서부터 감지됐다. 청룡은 강하늘(‘스물’) 박서준(‘악의 연대기’) 변요한(‘소셜포비아’) 이민호(‘강남1970’) 대신 독립영화 ‘거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최우식에게 생애 한번 밖에 없는 신인남우상을 안기며 흥행 대신 작품성에 손을 들었다. 제작비 7,000만 원 규모로 만들어진 독립영화 ‘거인’은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무책임하고 무능한 부모를 떠나 스스로 고아가 된 17살 영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했던 ‘거인’을 선택함으로써 청룡은 더 이상 독립영화가 영화상의 들러리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지난해 천우희가 있었다면, 이번엔 이정현이 있다.
지난 해 천우희가 있었다면 올해엔 이정현이 있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청룡의 여인’이 된 이정현은 눈물을 쏟아내며 “제가 상 탄 걸 계기로 다양성 영화들이 사랑받아서 한국 영화들이 더욱 발전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총 제작비 2억 원이 투입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저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 저예산 영화라고 믿기 힘든 CG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호평 받은 작품이다.올해 청룡상은 ‘거인’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외에 용산 참사를 그린 원작을 모티브로 한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과 원작자 손아람 작가에게 각본상을 선사해 호응을 이끌었다. 그 자체로 파격이라 할만했다.
# 조선일보 주최 영화상에서 친일파 척결 그린 ‘암살’ 최고상
놀라움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작품상 호명 전까지 기술상(의상상) 한 개 부문을 받은 데 그친 ‘암살’이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받으며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암살’의 수상은 지난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연기한 ‘변호인’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를 떠올리게 했다. ‘변호인’이나 친일파 척결을 그린 ‘암살’은 안티 조선 영화로 불린 작품들. 조선일보가 주최한 영화상에서 두 작품에게 주요 상이 돌아간 것을 두고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예상 밖의 결정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성을 잃지 않으려는 청룡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이날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최동훈 감독은 “버스도 안 다니는 시골에서 태어나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받다니 출세한 것 같다”고 재치있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 그리고 유아인이 있었네
팬들이 함성이 가장 크게 터진 것은 아마도 유아인이 ‘사도’로 첫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순간일 것이다. 수상을 확정한 후, 전년도 수상자이자 함께 후보에 오른 ‘사도’의 송강호와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이 뭉클했다. 트로피를 안은 유아인은 “이런 무대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 오늘도 청심환을 먹고 왔다”고 말한 후 “이 상이 내 거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 같다. 매순간 부끄러워하는 일로 다그치고 성장하는 인간이 되도록 하겠다. 모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유아인의 활약은 시상식 처음부터 끝까지 빛났다. 시상식 초반 신인남우상 시상자로 등장한 그는 문정희와 함께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의 대사 “어이가 없네”를 연신 패러디 해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걸그룹 AOA의 ‘심쿵해’ 축하무대가 펼쳐질 때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포착 돼 눈길을 끌었다. 자아도취와 특권의식에 빠지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하 제35회 청룡영화상 수상자 및 수상작
▶최우수작품상=’암살’ (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 필름)
▶감독상= 류승완(‘베테랑’)
▶남우주연상=유아인(‘사도’)
▶여우주연상=이정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남우조연상=오달수(‘국제시장’)
▶여우조연상=전혜진(‘사도’)
▶신인남우상=최우식(‘거인’)
▶신인여우상=이유영(‘간신’)
▶신인감독상=김태용(‘거인’)
▶음악상=방준석(‘사도’)
▶미술상=’국제시장’ 류성희 감독
▶촬영˙조명상=’사도’ 김태경, 홍승철 감독
▶기술상=’암살’ 조상경˙손나리 의상 감독
▶각본상=’소수의견’ 김성제˙손아람 작가
▶편집상=’뷰티 인사이드’ 양진모 편집기사
▶최다관객상=’국제시장’
▶청정원 인기스타상=이민호, 박보영, 박서준, 설현
▶청정원 단편영화상=’출사’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조슬기 기자 kelly@
김혜수 “청룡영화상, 상 참 잘 주죠?”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26일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은 저예산 영화부터 천만 영화까지, 예술성과 대중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두로 껴 안으며 공감을 샀다. 지난 주 파행에 파행을 거듭한 ‘대종상’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 다양성 영화, 소외받지 않았다
청룡의 남다른 선택은 첫 시상인 신인남우상 수상에서부터 감지됐다. 청룡은 강하늘(‘스물’) 박서준(‘악의 연대기’) 변요한(‘소셜포비아’) 이민호(‘강남1970’) 대신 독립영화 ‘거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최우식에게 생애 한번 밖에 없는 신인남우상을 안기며 흥행 대신 작품성에 손을 들었다. 제작비 7,000만 원 규모로 만들어진 독립영화 ‘거인’은 김태용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무책임하고 무능한 부모를 떠나 스스로 고아가 된 17살 영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가상’을 수상했던 ‘거인’을 선택함으로써 청룡은 더 이상 독립영화가 영화상의 들러리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지난해 천우희가 있었다면, 이번엔 이정현이 있다.
지난 해 천우희가 있었다면 올해엔 이정현이 있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청룡의 여인’이 된 이정현은 눈물을 쏟아내며 “제가 상 탄 걸 계기로 다양성 영화들이 사랑받아서 한국 영화들이 더욱 발전되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총 제작비 2억 원이 투입된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저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 저예산 영화라고 믿기 힘든 CG와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호평 받은 작품이다.올해 청룡상은 ‘거인’과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외에 용산 참사를 그린 원작을 모티브로 한 ‘소수의견’의 김성제 감독과 원작자 손아람 작가에게 각본상을 선사해 호응을 이끌었다. 그 자체로 파격이라 할만했다.
# 조선일보 주최 영화상에서 친일파 척결 그린 ‘암살’ 최고상
놀라움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작품상 호명 전까지 기술상(의상상) 한 개 부문을 받은 데 그친 ‘암살’이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받으며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암살’의 수상은 지난해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연기한 ‘변호인’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송강호를 떠올리게 했다. ‘변호인’이나 친일파 척결을 그린 ‘암살’은 안티 조선 영화로 불린 작품들. 조선일보가 주최한 영화상에서 두 작품에게 주요 상이 돌아간 것을 두고 이데올로기 측면에서 예상 밖의 결정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공정성을 잃지 않으려는 청룡의 의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이날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최동훈 감독은 “버스도 안 다니는 시골에서 태어나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받다니 출세한 것 같다”고 재치있는 말로 기쁨을 표현했다.
# 그리고 유아인이 있었네
팬들이 함성이 가장 크게 터진 것은 아마도 유아인이 ‘사도’로 첫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순간일 것이다. 수상을 확정한 후, 전년도 수상자이자 함께 후보에 오른 ‘사도’의 송강호와 뜨겁게 포옹하는 장면이 뭉클했다. 트로피를 안은 유아인은 “이런 무대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서 긴장을 많이 했다. 오늘도 청심환을 먹고 왔다”고 말한 후 “이 상이 내 거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 같다. 매순간 부끄러워하는 일로 다그치고 성장하는 인간이 되도록 하겠다. 모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유아인의 활약은 시상식 처음부터 끝까지 빛났다. 시상식 초반 신인남우상 시상자로 등장한 그는 문정희와 함께 ‘베테랑’ 속 조태오(유아인)의 대사 “어이가 없네”를 연신 패러디 해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걸그룹 AOA의 ‘심쿵해’ 축하무대가 펼쳐질 때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이 포착 돼 눈길을 끌었다. 자아도취와 특권의식에 빠지지 않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하 제35회 청룡영화상 수상자 및 수상작
▶최우수작품상=’암살’ (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 필름)
▶감독상= 류승완(‘베테랑’)
▶남우주연상=유아인(‘사도’)
▶여우주연상=이정현(‘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남우조연상=오달수(‘국제시장’)
▶여우조연상=전혜진(‘사도’)
▶신인남우상=최우식(‘거인’)
▶신인여우상=이유영(‘간신’)
▶신인감독상=김태용(‘거인’)
▶음악상=방준석(‘사도’)
▶미술상=’국제시장’ 류성희 감독
▶촬영˙조명상=’사도’ 김태경, 홍승철 감독
▶기술상=’암살’ 조상경˙손나리 의상 감독
▶각본상=’소수의견’ 김성제˙손아람 작가
▶편집상=’뷰티 인사이드’ 양진모 편집기사
▶최다관객상=’국제시장’
▶청정원 인기스타상=이민호, 박보영, 박서준, 설현
▶청정원 단편영화상=’출사’
정시우 기자 siwoorain@
사진. 조슬기 기자 ke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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