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정시우 기자]
영화 ‘마션’ 개봉과 함께 맷 데이먼 사진이 하나의 글귀와 함께 온라인을 강타했다.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미국은 맷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돈을 얼마나 쓰는 건가’(America has spent so much fucking money retrieving MATT DAMON)라고. 이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출발, ‘인터스텔라’ ‘마션’을 거치며 ‘조난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맷 데이먼의 상황을 유머 있게 표현한 글로 새삼 그의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준비했다. 맷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미국이 지불한 것들에 대해서.(*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가장 보통의 존재2차 대전의 가장 큰 격전지 중 하나였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한창이던 1944년. ‘대장’도 아니고 ‘중령’도 아니고 ‘상사’도 아닌, 일개 ‘일병’을 구하기 위해 8인의 미국 군인이 전쟁터 한가운데로 급파된다. 생명에 직위의 고하가 있겠냐만은, 다소 희귀하긴 한 상황. 왜, 무엇이, 어째서, 미국정부는 일병 하나를 살리기 위해 8인의 고귀한 생명을 최전선으로 파견했는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실화에 상상력을 얹어 주조한 이야기는 이렇다. 전쟁에 참전한 한 집안의 4형제 중 3명이 죽자, 졸지에 모든 아들을 잃게 생긴 어머니를 위해 정부가 막내인 제임스 프란시스 라이언을 살려서 돌려보내라는 명령을 내린 것.(다른 의미의 ‘신의 아들’ 이렷다.) 이 영화에서 맷 데이먼이 맡은 역할이 바로 제임스 프란시스 라이언. 제목에서부터 호방하게 ‘라이언을 구하라’고 하고 있으니, 맷 데이먼 구하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라이언 구하기에 투입된 구조대는 톰 행크스가 연기한 밀러 대위를 비롯, 그 역시 ‘어떤 어머니의 아들들’인 라이번, 호바스, 업햄, 카파조, 웨이드, 멜리쉬, 잭슨이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본토의 사무실에서 시작된 역설에 뮐러의 대원들이 반발하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 대원들은 “한 명을 위해서 8명의 목숨을 걸라고?” “내게도 어머니가 있다”는 식으로 작게 투정한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이 미션에서 살아남은 이는 단 두 명이었다. 라이언 구하기의 본질을 두고, 개봉 당시에도 관객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오갔다. 어머니의 슬픔을 고려한 인도주의인가, 징병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상징 만들기인가, 아니면 위기에 처한 아메리칸 드림 구하기인가.
예상 가능한 논란을 막기 위해 제작진은 일찍이 라이언 역할의 배우 캐스팅에 심사숙고했다. 라이언 일병은 누가 봐도 전쟁터에서 살려내고 싶은 남자여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 아들 같고, 우리 오빠 같고, 나의 자기 같은 그런 평범하고도 착해 보이는, 가장 미국적인, 보통의 존재. ‘길바닥에 널린 외모’로 코미디 프로그램에 종종 언급되는 맷 데이먼은 제작진이 찾아낸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신인 맷 데이먼은 그렇게 미국식 이상주의에 최적화된 배우로 조난의 아이콘이 됐다.[결과보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위해 파견된 것: 고귀한 생명 8인.
-8인 중 6명 사망. 아, 삼가고인의 명복을…
-그러나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품었으니, 이 구조는 실패인가 성공인가.
2. ‘인터스텔라’(2014), 할리우드 엄친아의 ‘먹튀’ 논란
개봉 전부터 이목이 쏠렸다. 맷 데이먼이 ‘인터스텔라’에서 맡은 캐릭터는? 영화정보사이트 IMDB에 등록됐다가, 급하게 삭제된 그의 캐릭터 정보가 궁금증을 부추였다. 그리고 영화 개봉과 함께 드러난 그의 캐릭터는 만 박사. 인류가 이주할만한 행성 찾기의 임무를 나사(NASA)로부터 명받고, 다른 항성계로 떠났던 선발대 일원이었더랬다. 그렇다면 목숨 바쳐 도전에 나선 만 박사는 왜 갑자기 ‘먹튀’ 논란에 휩싸였을까. 그는 왜 전우주적 찌질이의 오명을 입었을까. 왜 우주쌍놈이 됐을까. 잠시 ‘인터스텔라’ 이야기를 호출해 보자.
‘인터스텔라’에는 인류의 종(種)을 이어가기 위한 두 가지 플랜이 나온다. 플랜A는 현재 지구에 있는 사람들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것. 플랜B는 현재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포기하고 인공 배양된 상태인 인류를 다른 별에 심는 것이다. 주인공인 ‘딸바보’ 쿠퍼(매튜 매커너희)는 당연히 플랜A를 지향했다. 그러나 이름도 만만한 만 박사에겐 플랜B가 우선. 자신이 찾은 행성이 인간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기 위해 쿠퍼 일행에게 거짓 정보를 보낸다. “내가 있는 행성, 사람이 살기에 만만해(?)”
집으로 돌아갈 우주선 연료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만 박사가 있는 ‘만행성’과 (또 다른 선발대 일원) 에드먼즈 박사가 있는 ‘에드먼즈행성’ 중 하나 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쿠퍼 일행은 만 박사를 믿고 ‘만행성’을 찾는다. 오랜 시간, 잠자는 우주의 왕자로 동면한 채 구조대를 기다리던 만 박사는 쿠퍼에 의해 위기탈출의 기회를 얻지만, 쿠퍼를 만만하게 보고 그를 배신했다가 우주의 가루가 돼서 사라지고야 마는데…. 그렇게 만 박사 구하기는 범우주적 민폐의 사례로 밤하늘에 오점을 찍는다.
[결과보고]
-만박사 구하기 위해 파견된 것: 쿠퍼, 천재물리학자 로밀리, 우주과학자 아멜리아, 인공지능형 귀요미 로봇 타스, 나사의 자원
-뒤통수 친 만 박사로 인해 로밀리 사망. 우주선 연료손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쿠퍼가 블랙홀로 투신, 딸과 만나는 계기가 됐으니 이것은 전화위복이었나.3 ‘마션’(2015) “나는 누구고 여긴 또 오디?”
지구로부터 2억km 떨어진 화성에 달랑 홀로 남겨진 남자, 전우주적 외로움을 온 몸으로 껴안은 남자, 자신의 배설물을 거름삼아 ‘화성판 삼시세끼’를 찍는 남자, 그러나 고립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초긍정주의자이자 할 말은 하고야 마는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를 구하기 위해 전 인류가 나섰다. 그렇다. ‘마션’의 맷 데이먼 구하기에 비하면, ‘인터스텔라’는 에피타이저다.
본의 아니게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전 세계가 ‘위 아 더 월드’가 되고, 본의 아니게 와트니는 우주스타가 된다.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응원메일, 나사의 천문학적인 지원, “이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야”를 말하는 중국정부. 와트니가 죽은 줄 알고 낙심했던 화성 탐사선 ‘아레스3’ 대장 멜리사 루이스(제시카 차스테인)와 동료들은 급기가 그를 구하기 위해 귀환을 2년 늦추고 화성으로 돌아가기까지한다. 이 남자,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결과보고]
-마크 와트니 구하기 위해 파견된 것: 나사의 천문학적인 돈+‘아레스3’ 팀원들의 2년이라는 시간+중국의 ‘태양신’ 로켓
-그러나 이로 인해 세계가 응집하고, ‘아레스3’ 팀원 요한센과 벡은 눈 맞아 결혼하고, 루이스는 대장은 동료 대원을 놓고 왔다는 죄책감을 벗고, 나사는 이미지를 보다 곱게 세척했으니, 이것은 ‘윈윈’이었나.
정시우 기자 siwoorain@
편집. 한혜리 기자 hyeri@
영화 ‘마션’ 개봉과 함께 맷 데이먼 사진이 하나의 글귀와 함께 온라인을 강타했다.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미국은 맷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돈을 얼마나 쓰는 건가’(America has spent so much fucking money retrieving MATT DAMON)라고. 이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출발, ‘인터스텔라’ ‘마션’을 거치며 ‘조난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맷 데이먼의 상황을 유머 있게 표현한 글로 새삼 그의 과거를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막무가내로 준비했다. 맷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미국이 지불한 것들에 대해서.(*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가장 보통의 존재2차 대전의 가장 큰 격전지 중 하나였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한창이던 1944년. ‘대장’도 아니고 ‘중령’도 아니고 ‘상사’도 아닌, 일개 ‘일병’을 구하기 위해 8인의 미국 군인이 전쟁터 한가운데로 급파된다. 생명에 직위의 고하가 있겠냐만은, 다소 희귀하긴 한 상황. 왜, 무엇이, 어째서, 미국정부는 일병 하나를 살리기 위해 8인의 고귀한 생명을 최전선으로 파견했는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실화에 상상력을 얹어 주조한 이야기는 이렇다. 전쟁에 참전한 한 집안의 4형제 중 3명이 죽자, 졸지에 모든 아들을 잃게 생긴 어머니를 위해 정부가 막내인 제임스 프란시스 라이언을 살려서 돌려보내라는 명령을 내린 것.(다른 의미의 ‘신의 아들’ 이렷다.) 이 영화에서 맷 데이먼이 맡은 역할이 바로 제임스 프란시스 라이언. 제목에서부터 호방하게 ‘라이언을 구하라’고 하고 있으니, 맷 데이먼 구하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라이언 구하기에 투입된 구조대는 톰 행크스가 연기한 밀러 대위를 비롯, 그 역시 ‘어떤 어머니의 아들들’인 라이번, 호바스, 업햄, 카파조, 웨이드, 멜리쉬, 잭슨이다.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본토의 사무실에서 시작된 역설에 뮐러의 대원들이 반발하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 대원들은 “한 명을 위해서 8명의 목숨을 걸라고?” “내게도 어머니가 있다”는 식으로 작게 투정한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 법. 이 미션에서 살아남은 이는 단 두 명이었다. 라이언 구하기의 본질을 두고, 개봉 당시에도 관객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오갔다. 어머니의 슬픔을 고려한 인도주의인가, 징병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상징 만들기인가, 아니면 위기에 처한 아메리칸 드림 구하기인가.
예상 가능한 논란을 막기 위해 제작진은 일찍이 라이언 역할의 배우 캐스팅에 심사숙고했다. 라이언 일병은 누가 봐도 전쟁터에서 살려내고 싶은 남자여야 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 아들 같고, 우리 오빠 같고, 나의 자기 같은 그런 평범하고도 착해 보이는, 가장 미국적인, 보통의 존재. ‘길바닥에 널린 외모’로 코미디 프로그램에 종종 언급되는 맷 데이먼은 제작진이 찾아낸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신인 맷 데이먼은 그렇게 미국식 이상주의에 최적화된 배우로 조난의 아이콘이 됐다.[결과보고]
-라이언 일병 구하기 위해 파견된 것: 고귀한 생명 8인.
-8인 중 6명 사망. 아, 삼가고인의 명복을…
-그러나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을 품었으니, 이 구조는 실패인가 성공인가.
2. ‘인터스텔라’(2014), 할리우드 엄친아의 ‘먹튀’ 논란
개봉 전부터 이목이 쏠렸다. 맷 데이먼이 ‘인터스텔라’에서 맡은 캐릭터는? 영화정보사이트 IMDB에 등록됐다가, 급하게 삭제된 그의 캐릭터 정보가 궁금증을 부추였다. 그리고 영화 개봉과 함께 드러난 그의 캐릭터는 만 박사. 인류가 이주할만한 행성 찾기의 임무를 나사(NASA)로부터 명받고, 다른 항성계로 떠났던 선발대 일원이었더랬다. 그렇다면 목숨 바쳐 도전에 나선 만 박사는 왜 갑자기 ‘먹튀’ 논란에 휩싸였을까. 그는 왜 전우주적 찌질이의 오명을 입었을까. 왜 우주쌍놈이 됐을까. 잠시 ‘인터스텔라’ 이야기를 호출해 보자.
‘인터스텔라’에는 인류의 종(種)을 이어가기 위한 두 가지 플랜이 나온다. 플랜A는 현재 지구에 있는 사람들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것. 플랜B는 현재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포기하고 인공 배양된 상태인 인류를 다른 별에 심는 것이다. 주인공인 ‘딸바보’ 쿠퍼(매튜 매커너희)는 당연히 플랜A를 지향했다. 그러나 이름도 만만한 만 박사에겐 플랜B가 우선. 자신이 찾은 행성이 인간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살기 위해 쿠퍼 일행에게 거짓 정보를 보낸다. “내가 있는 행성, 사람이 살기에 만만해(?)”
집으로 돌아갈 우주선 연료가 부족해진 상황에서 만 박사가 있는 ‘만행성’과 (또 다른 선발대 일원) 에드먼즈 박사가 있는 ‘에드먼즈행성’ 중 하나 밖에 선택할 수 없었던 쿠퍼 일행은 만 박사를 믿고 ‘만행성’을 찾는다. 오랜 시간, 잠자는 우주의 왕자로 동면한 채 구조대를 기다리던 만 박사는 쿠퍼에 의해 위기탈출의 기회를 얻지만, 쿠퍼를 만만하게 보고 그를 배신했다가 우주의 가루가 돼서 사라지고야 마는데…. 그렇게 만 박사 구하기는 범우주적 민폐의 사례로 밤하늘에 오점을 찍는다.
[결과보고]
-만박사 구하기 위해 파견된 것: 쿠퍼, 천재물리학자 로밀리, 우주과학자 아멜리아, 인공지능형 귀요미 로봇 타스, 나사의 자원
-뒤통수 친 만 박사로 인해 로밀리 사망. 우주선 연료손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쿠퍼가 블랙홀로 투신, 딸과 만나는 계기가 됐으니 이것은 전화위복이었나.3 ‘마션’(2015) “나는 누구고 여긴 또 오디?”
지구로부터 2억km 떨어진 화성에 달랑 홀로 남겨진 남자, 전우주적 외로움을 온 몸으로 껴안은 남자, 자신의 배설물을 거름삼아 ‘화성판 삼시세끼’를 찍는 남자, 그러나 고립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초긍정주의자이자 할 말은 하고야 마는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를 구하기 위해 전 인류가 나섰다. 그렇다. ‘마션’의 맷 데이먼 구하기에 비하면, ‘인터스텔라’는 에피타이저다.
본의 아니게 화성에 홀로 남겨진 와트니를 구하기 위해, 본의 아니게 전 세계가 ‘위 아 더 월드’가 되고, 본의 아니게 와트니는 우주스타가 된다.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응원메일, 나사의 천문학적인 지원, “이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야”를 말하는 중국정부. 와트니가 죽은 줄 알고 낙심했던 화성 탐사선 ‘아레스3’ 대장 멜리사 루이스(제시카 차스테인)와 동료들은 급기가 그를 구하기 위해 귀환을 2년 늦추고 화성으로 돌아가기까지한다. 이 남자,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결과보고]
-마크 와트니 구하기 위해 파견된 것: 나사의 천문학적인 돈+‘아레스3’ 팀원들의 2년이라는 시간+중국의 ‘태양신’ 로켓
-그러나 이로 인해 세계가 응집하고, ‘아레스3’ 팀원 요한센과 벡은 눈 맞아 결혼하고, 루이스는 대장은 동료 대원을 놓고 왔다는 죄책감을 벗고, 나사는 이미지를 보다 곱게 세척했으니, 이것은 ‘윈윈’이었나.
정시우 기자 siwoorain@
편집. 한혜리 기자 hy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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