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그녀는 예뻤다’ 4회 2015년 9월 24일 목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지성준(박서준)은 어린시절의 김혜진과 똑같은 혜진 동생(정다빈)을 발견하고 놀란다. 성준은 김혜진(황정음) 덕에 무사히 공항에 닿고 계약을 성사시켰음에도, 여전히 혜진을 무능하다고 타박한다. 혜진은 자신을 괴롭히는 성준과의 회사생활이 힘든데, 골탕만 먹이는 줄 알았던 김신혁(최시원)이 스트레스 쌓여 힘들 때마다 웃음과 위로를 준다. 성준은 ‘김혜진’이라 믿는 민하리(고준희)와 점점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된다. 하리는 아버지(이병준)를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리뷰
여성 시청자들에게 진짜 부러운 것은 지성준 같은 첫사랑일까, 민하리 같은 친구일까. 서로 ‘마누라’라고 부를 정도인 허물없는 사이의 오랜 친구, 누구나 갖고 싶지 않을까. 이 드라마에서 가장 튼튼한 관계는 원래 하리와 혜진이었다. 둘이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는 방식이다. 그런 친구 하나만 곁에 있다면 별로 무서울 게 없을 것 같다. 좀 힘든 일이 생겨도 다시 도전해볼 용기가 생길 것도 같다. 둘이 마주보고 실컷 수다를 떨거나 미운 놈 욕을 해주고 나면 없던 힘도 나올 것 같다. 그런 친구다, 혜진과 하리는. 쓰레기봉투 버리러 나오는 시간조차 나를 마중 나오는 것이 되는 친구. 오늘은 그런 두 사람의 우정이 잘 살아났다.

원래는 ‘첫사랑’과의 대면을 순간 모면하려던 것에 불과했지만, 반은 농담처럼 시작된 거짓말이었지만, 일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 거짓말로 상처받는 사람은 지성준이 아니라, 웃으며 장난처럼 이 일을 시작한 혜진과 하리다. 자기들도 모르는 새 오랜 우정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너’에게 말 못할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 나는 네가 아닌 제3자와 이 외로움을 나누게 된다. 하리에겐 성준이 점차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성준은 사실 기억 속의 김혜진과 현실에서 만나지는 두 명의 김혜진, 세 명의 김혜진과 마주치고 있다. 어쩌면 성준의 캐릭터가 4회에 이르기까지 평면적이었던 것도, 이 세 명의 김혜진을 설명하고 나야 네 번째로 성준의 설 자리가 생기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준은 오늘 공항 가는 길에 ‘진짜 김혜진’과 시간을 보냈고, 그녀의 돌파력과 판단력의 도움으로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어렸을 때 자신을 보호해주던 그 꼬마숙녀가 그 사람 그대로 자라면 어떻게 되는지를 경험했다. 그리고 저녁에 공원에서는 ‘첫사랑 김혜진’이라 믿는 하리와 처음으로 마음이 통하는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 얘기를 나누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3회까지는 아무도 기쁘지 않은 기묘한 역할놀이가 계속되었다면, 4회에서는 각자 자신의 성격대로 주어진 상황을 이끌어간 듯했고 이것이 극의 재미로 이어졌다. 김신혁-김혜진 VS 지성준-민하리, 어느 쪽이 더 어울리는 만남이 될지 흥미롭다. 이들의 판이한 데이트 장면이 유쾌한 기대감을 준다.

김신혁이 점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건, 그 사람만의 고유한 개성을 볼 줄 아는 밝은 눈 덕택이다. 얼핏 그에게도 가슴 아프고 복잡한 가족사가 있음이 드러나긴 했지만, 혜진을 계속 골탕 먹이고 챙겨주는 동안 그는 확실히 시청자들을 웃게 했다. 아울러 혜진의 일상과 비밀 속으로 어느덧 묵직하게 들어와 버렸다.

수다 포인트
-황석정 편집장님, 의상만으로도 “‘모스트’스럽게” 관리하시다니 대단합니다.
-똘기자와 잭슨, 점점 환상의 커플이 되어가는군요.
-혜진의 시원시원한 매력이 드디어 자리를 잡아가네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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